윤 V. 홍 뒤집힌 여론조사, 최소 8건 조작 확인... 명태균 “외부 유출하는 거”

2024년 10월 28일 10시 00분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시기에 명태균 씨가 실제 운영자인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잇따라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조작된 여론조사는 최소 8차례다. 대부분 가짜 응답자 샘플을 만들어내는 수법으로 여론조사를 조작했다. 그중에는 당내 경선 초반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게 뒤지던 지지율 순위가 샘플 조작 후 뒤집힌 사례도 있었다. 
특히 명 씨가 당시 조작된 여론조사 보고서 작성을 독촉하며 “유출하는 것"이라고 말한 통화 녹음파일까지 새롭게 드러나면서, 명 씨가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고 조작된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고의로 유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여론조사 조작은 물론 비공표 여론조사를 외부에 공표하는 행위도 불법이다. 

‘고발사주’ 논란에 휘청이던 윤석열, 명태균 여론조사에서 1위

2021년 9월,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를 뽑기 위한 당내 경선이 시작됐다. 12명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갓 정치에 입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대선 출마를 위해 당으로 복귀한 홍준표 의원의 양강구도가 형성됐다. 어느 때보다 기세 싸움이 중요했던 경선 첫날인 2021년 9월 3일, 명태균 씨가 실제 운영자인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전국 정치 사회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라는 제목의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9월 3일 당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403명을 대상으로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이 여론조사의 핵심은 보고서 13쪽에 있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였다. 1,403명 응답자의 답변 결과는 1위 윤석열 후보(30.1%), 2위 홍준표 후보(27.3%)였다. 오차범위 내 결과지만, 경선 초반 윤석열 후보가 1등으로 나선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에 휩싸여 고전 중이었다.  
2021년 9월 3일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여론조사 보고서 13페이지. 

가짜 응답자 만들어 조작, 윤 VS 홍 지지율 뒤집어 

그런데, 뉴스타파가 9월 3일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여론조사 보고서의 ARS 응답자 원본 데이터(RAW DATA)를 확인한 결과, 해당 여론조사는 응답자 샘플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적인 여론조사라면 ARS 자동응답 전화에서 모든 질문에 끝까지 답했다고 확인된 응답자 수와 최종 보고서에 적힌 조사 대상자의 숫자가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미래한국연구소의 2021년 9월 3일 여론조사는 전혀 달랐다. 
당시 ARS 자동응답 프로그램이 원본 데이터를 기록한 엑셀 파일을 확인한 결과, 모든 문항에 빠짐없이 답변한 응답자에게는 응답이 완료됐다는 뜻으로 알파벳 대문자 ‘E’(END) 코드가 부여돼 있었다. 그런데 원본 데이터의 엑셀 파일에서 이날 E코드를 받은 응답자의 숫자는 모두 1,038명에 불과했다. 결과 보고서에 적은 조사 대상자 1,403명보다 365명이 적었다. 
확인 결과, 실제 ARS 자동응답 전화에 응답을 마친 사람은 1,038명에 불과한데도, ‘유령 응답자 365명’을 임의로 추가해 마치 ‘1,403명’이 응답한 것으로 응답자 데이터를 조작한 것이다. 명백한 여론조사 조작 행위이다. 
2021년 9월 3일 여론조사 당시 생성된 ARS 전화응답 원본 데이터(RAW DATA)의 응답자 숫자(1,038명 왼쪽)과 보고서에 기재된 조사 대상자 숫자(1,403명 오른쪽)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21년 9월 3일 여론조사 보고서가 가진 더 심각한 문제는 ‘유령 응답자’를 만들어내,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었다는 데 있다. 실제 전화로 응답이 이뤄진 1,038명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결과를 보면, 홍준표 후보가 30.1%로 1위, 2위는 29.8%의 윤석열 후보였다. 
그런데, ‘유령 응답자’ 365명을 끼워 넣어 조작한 결괏값은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순위가 뒤바뀌었다. 실제 조사로는 1위였던 홍준표 후보가 2위(30.1% → 27.3%)로 내려가고, 2위였던 윤석열 후보가 1위(29.8% → 30.1%)로 올라섰다. 
2021년 9월 3일 여론조사의 응답자수를 조작된 후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순위가 뒤바꼈다. 

21년 경선 기간, 최소 8건 여론조사 조작 확인

그렇다면 명태균 씨가 관련된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보고서가 조작된 사례는 얼마나 될까. 
뉴스타파는 1차로 윤석열 후보가 정치에 뛰어든 2021년 5월부터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 시작된 9월까지, 약 5개월 동안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를 조사했다. 여론조사 시행일 기준으로 2021년 5월 13일, 8월 13일, 8월 27일(하루에 1차, 2차, 3차 실행), 9월 3일, 9월 17일, 9월 29일, 9월 30일까지 총 9건이다. 이 기간은 윤석열 대통령실이 '당내 경선 시점까지는 명태균 씨와 교류가 있었다'고 스스로 인정한 시기와 겹친다.
확인 결과, 9건 중 8건에서 조작이 확인됐다. 9건 중 ARS 응답자 건수와 원본 데이터의 응답자 수가 일치한 경우는 8월 13일 조사뿐이었다. 나머지 8건에서는 적게는 264건에서 많게는 1,522명의 ‘가짜 응답자’를 임의로 만들어내는 수법으로 실제 ARS 응답 내용을 조작하고 부풀렸다.  
2021년 5월부터 9월까지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여론조사 보고서의 조작 내역. 가짜 응답 샘플을 264건에서 1,522건까지 만드는 수법으로 여론조사를 조작했다. 
다만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문항을 중심으로 분석했을 때, 8건의 조작된 보고서 가운데 4건은 홍준표 후보에게, 나머지 4건은 윤석열 후보에게 각각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 
명태균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같은 조작을 지시 했는지는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보고서 조작이 이뤄지던 시기 명태균씨는 보고서 작성 실무를 맡은 공익제보자 강혜경 씨에게 수시로 연락해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라는 지시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조작을 지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강혜경 : 여보세요?
● 명태균 :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추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그거 한, 해 가지고 한 (응답 샘플을) 2천개 만드세요.

2021년 9월 29일 명태균씨와 공익제보자 강혜경씨의 통화 내용
명씨는 여론조사 질문 중 특정 문항을 콕 찍어서 구체적으로 수치까지 언급하며 조작을 지시하기도 했다. 
● 명태균 : 그 다음에 그 TV 토론(문항)은 홍(준표)을 한 4% 빼.
○ 강혜경 : 빼라고요?
● 명태균 : 네. ‘잘 모르겠다' 그 쪽으로 돌려, 더불어민주당 쪽에.
○ 강혜경 : 4% 빼고?
● 명태균 : 그것만 하면 될 거 같아요.

2021년 9월 29일 명태균씨와 공익제보자 강혜경씨의 통화 내용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수치를 올리라는 지시뿐만아니라, 윤 후보와 홍 후보의 응답자 비율을 “똑같이" 맞추라는 지시도 있었다. 
● 명태균 : 국민의힘 당대당 (문항) 있죠?
○ 강혜경 : 네
● 명태균 : 그럼 윤(석열)하고 홍(준표)하고 똑같이.
○ 강혜경 : 어디, 어디? 다시요
● 명태균 : 국민의힘 당대당, 국민의힘 후보들끼리 할 때,
○ 강혜경 : 네
● 명태균 : 똑같이.

2021년 9월 17일 명태균씨와 공익제보자 강혜경씨의 통화 내용
분명한 사실은 명씨의 이 같은 지시에 따라 가짜 응답자 샘플을 만드는 수법으로 조작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윤 후보와 홍 후보의 응답자 비율을 똑같이 맞추라’는 조작 지시(2021.9.17.통화) 를 비롯해 각각의 구체적인 조작 지시를 내린 배경에 명태균 씨가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비공표 조사를 조작한 목적은?... 명태균 “외부 유출하는 거”

그렇다면 명태균 씨는 도대체 왜 ‘비공표’ 여론조사를 조작했던 걸까. 비공표 여론조사는 말 그대로 대중에게 공개 되지 않기 때문에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만큼,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조작을 하는 것은 상식을 한참이나 벗어난 행위이다. 그러나 명태균씨가 남긴 흔적을 다각도로 분석한 뉴스타파는 명태균 씨가 공익제보자 강혜경 씨와 나눈 대화 속에서 중요한 실마리를 찾았다. 
● 명태균 : 그 젊은 아이들 있다 아입니까? 무응답하는. 그 개수 올려갖고, 2~3% 홍보다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
○ 강혜경 : 알겠습니다.
● 명태균 : 외부 유출하는 거니까.
○ 강혜경 : 네 

2021년 9월 29일 명태균씨와 공익제보자 강혜경씨의 통화 내용 
명 씨가 외부로 유출한다고 언급한 2021년 9월 29일 미래한국연구소가 진행한 여론조사는 단 한 건으로, 역시 가짜 응답자를 무더기로 부풀려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됐다. “외부 유출하는 거”라는 명 씨의 언급으로 비춰봤을 때, 명 씨가 9월 29일에 조작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누군가에게 유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리해 보면, 윤석열·홍준표 후보의 당내 지지율이 박빙을 이루고 있던 2021년 9월에 명태균 씨는 최소 8건의 비공표용 여론조사 결과보고서를 조작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조작된 비공표용 여론조사가 유출돼 선거와 유권자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더구나 ‘외부로 유출하는 거’라는 명 씨 자신의 말에 따라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윤석열 후보 측 또는  국민의힘 지지층에 유출해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 한 게 아닌지 의혹까지 제기된다. 명 씨가 언급한 ‘외부’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규명이 요구된다.    
공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선거 국면에서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 보고서가 조작됐을 뿐만 아니라, 조작 보고서를 고의로 유출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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