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N] '오송참사' 첫 판결

Jul. 12, 2024, 04:00 PM.

이 기사는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연대 협업하는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 회원 언론사인 ‘코트워치’(https://c-watch.org/)가 취재했습니다(뉴스레터 구독).
2023년 7월 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31일 참사와 관련된 첫 번째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참사로 이어진 미호강 범람이 ‘자연재해’가 아닌 ‘중대한 과실’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미호강교 확장 공사의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은 이날 법정 최고형인 징역 7년 6개월과 징역 6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두 사람은 기존 제방을 허물고 임시 제방을 부실하게 쌓은 혐의 등을 받습니다.
중요 사건의 재판을 빈틈없이 추적해 보도하는 ‘코트워치(CourtWatch)’는 4개월 동안 오송 지하차도 참사 재판을 취재했습니다. 법정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토대로 '첫 번째 판결'의 의미와 판결에 이른 과정을 4편으로 나누어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8월 3일 청주 오송 지하차도 사고 수사본부장을 맡고 있는 배용원 청주지검장과 수사 관계자들이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임시 제방을 둘러보고 있다. 

1. 2024년 5월 31일 청주지방법원 223호 대법정

“2023년 7월 15일 발생한 미호강 범람은 피고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지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 아닙니다.” (2024. 5. 31. 전OO 현장소장에 대한 선고)
오후 2시에 시작한 선고가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대법정은 평소 재판이 열리던 법정보다 세 배는 커 보였지만, 방청석에 빈자리는 없었다.
높은 법대에 홀로 앉은 재판장은 시작부터 결연했다. 피고인 두 사람이 법정에 들어오기 전, 재판장은 “그동안 생각도 좀 많았고, 제 부족함으로 인해 모든 진실을 밝히지는 못했겠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한 첫걸음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는 2024년 5월 31일 전OO 현장소장과 최OO 감리단장에 대한 선고를 진행했다. 재판장은 판결문을 읽는 도중 틈틈이 설명을 덧붙였다. 판결문을 읽을 때는 보통의 판사 같았고, 피고인 두 사람의 잘못을 지적할 때는 기자 같았다. ‘그래서 피고인들에게 어떤 형을 선고할 것인가’를 설명할 땐 강사 같기도 했다.
“다음으로 형을 구하는 데 고려한 사항을 말씀드려야 하는데, 유죄 판단이 이뤄지면 법관은 다음 절차로 어떤 법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합니다. (중략) 화면을 한번 봐주시면…”
재판장은 대법정의 커다란 모니터에 여러 법 조항을 띄웠다. 왜 이 정도 형량을 정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방청객에게 직접 설명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① 업무상과실치사의 법정형: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② 증거위조교사의 법정형: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
③ 형법 경합범 규정: “죄를 10개 저지르든 20개 저지르든 가장 중한 것과 관련된 형의 ½ 밖에 가중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5년 이하의 징역’이라고 하더라도 ½을 더하면 7년 6개월밖에 안 됩니다.”
④ 형법 상상적경합 규정: “사람이 아무리 많이 죽어도 (사망에 이르게 한)행위가 하나일 때는 마치 한 명이 사망한 것처럼 하나의 업무상과실치사죄로밖에 처벌하지 못합니다.”
재판장의 결론은 ‘징역 7년 6개월’.
“저는 피고인의 죄책에 상응하는 형은 최소한 징역 15년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법관은 법이 정한 형과 규정 등을 따라 7년 6개월을 초과하는 형을 정할 수 없습니다. (중략) 피고인의 행태에 분노하고, 엄청난 비극을 마주하며 슬픔과 안타까움을 함께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현실 앞에 저는 한없는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피고인 두 사람에게 “일어나세요”라고 말했다.
“법관이 선고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한다. 피고인 전OO을 징역 7년 6개월에 처한다. 피고인 최OO을 징역 6년에 처한다.”

2. 2023년 7월 15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2023년 7월 15일 오전 8시 40분경,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폭우로 불어난 미호강 강물이 넘쳐 궁평2지하차도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강물이 넘쳤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하차도에 진입한 747번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다.
https://c-watch.org/project/osong-the-f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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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김주형 최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