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그렇다면 법원은 공소기각을 준비해야 한다
2024년 10월 28일 17시 17분
평범한 회사의 대표였던 민간인 김종익씨는 지난 2008년부터 2년여 동안 불법사찰을 당했습니다.
사찰을 한 곳은 정보기관이 아닌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 지원관실. 이명박 정부 들어 신설된 이곳은 원래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업무가 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김종익씨가 2008년 5월 자신의 블로그에 이른바 쥐코 동영상을 올리면서 불법사찰이 시작됐습니다. 180만 명 이상이 이 동영상을 봤습니다.
[김종익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2010년 촬영)]
“그때가 점심시간인가 그래서 제가 ‘(블로그에) 올려놓고 나중에 봐아지’ 이렇게 해서 제가 (블로그에) 갖다 올려놨죠.”
김씨가 대표로 있던 당시 KB 금융자회사인 KB한마음 사무실에는 수시로 총리실 공무원들이 찾아왔습니다. 이들은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회계장부를 열람했고. 김씨에게 주식을 팔고 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을 강요했습니다.
[김종익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2010년 촬영)]
“대표이사직 사임, 지분 이전, 이런 것까지 그쪽(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요구하고 있다는 거죠.”
심지어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조사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총리실 공무원들은 김씨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개인정보까지 마음대로 조회했습니다.
[김종익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2010년 촬영)]
“저는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왜 이렇게 분석되고 조사되어야 하는지, 정말 소름이 끼칠 일 아닙니까?”
이 같은 사실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10년 6월 국회. 그러나 당시 사찰의 책임자였던 고위 공무원은 이 사실을 철저히 부인했습니다.
[이인규 당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말씀 좀 해주세요. 이 사건(민간인 불법 사찰) 아시지 않습니까.)
“잘 모른다니까요.”
(지원관님)
“그만하세요.”
(그만 할 게 아닙니다. 이건 진짜. 중요한 문제에요.)
“뭘 중요한 문제라는 거예요.”
하지만 MBC 피디수첩을 통해 민간인 사찰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두 달이 지난 2010년 8월. 관련 공무원 세 명이 집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 KBS 뉴스9 보도 2010년 8월 11일
“검찰이 세 명을 기소하고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수사를 끝냈습니다. 비선 보고 의혹은 근처도 못 가고 변죽만 울린 거 아니냐. 아쉬움이 남습니다.”
두 달이 지난 2010년 10월 사찰을 지시한 의혹을 받은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 비서관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관련 공무원의 수첩에서 청와대를 뜻하는 BH라는 메모가 추가로 공개됐습니다.
또 청와대 행정관이 관련 피의자들에게 대포폰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나왔지만 검찰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2010년 10월)]
“윗선이 있는가에 대해서 저희가 계속 추궁을 했는데 쉽게 말하면 할 만큼 하는데 증거의 한계와 진술의 한계에 부딪쳐서 그럼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가 성공한 수사냐, 그거는 제가 뭐... 성공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부실수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지만 2010년 11월 들어 청와대 주도로 G20 정상회 홍보가 대대적으로 진행되면서 민간인 불법 사찰은 주요 언론에서 사라졌습니다.
검찰은 끝내 움직이지 않았고 청와대의 개입은 있었는지, 사찰의 배후는 어디인지, 김종익씨 외에 또 다른 사찰 피해자는 없었는지,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국가 기관이 조직적으로 동원된 민간인 불법사찰. 하지만 진실은 이렇게 드러나지 않은 채 2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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