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케이블스]③ 중국극비문서 Q&A: 위구르족의 시련

2019년 11월 25일 07시 00분

'차이나 케이블스'(China Cables)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 ICIJ)가 입수한 중국 정부 극비문서를 토대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 위구르족과 기타 소수민족이 적법 절차 없이 감시와 집단 구금 등의 탄압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발하는 국제협업 프로젝트다. 협업팀이 확보한 유출 문서에는 신장자치구 공안 정책을 총괄하는 당위원회가 공안당국 등에 배포한 전문(Cables)과 공고문, 그리고 신장자치구 법원의 사상 범죄 판결문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문서들은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 감시와 통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슬림 주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상대로 집단 구금과 강제 교화 행위를 생생히 보여준다. ICIJ가 주관한 ‘차이나 케이블스' 프로젝트에는 한국의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를 비롯해 르몽드, 가디언, 뉴욕타임스,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전세계 17개 파트너 언론사가 참여했다.-편집자주

중국이 서부지역의 신장위구르자치구(이하 신장자치구)에 사는 위구르족과 소수민족들을 집단구금하면서 전세계적인 경각심과 비난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ICIJ의 ‘차이나 케이블스’ 탐사보도는 신장자치구의 강제수용소 운영계획, 전방위 정보 수집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집단 검거 명령의 존재를 드러내는 중국 정부의 기밀 지침서를 처음으로 폭로했습니다.

신장자치구에 대한 중국의 조치와 ‘차이나 케이블스’ 취재 결과를 보다 잘 설명하기 위해, ICIJ 국제협업 취재팀은 위구르족 탄압에 누가 연루됐는지, 그 기원은 무엇인지, 또 입수한 기밀문서의 의미 등 몇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하려 합니다.

위구르족은 누구인가요?

위구르족은 대개 무슬림으로 이뤄진 튀르크 계열 소수민족입니다. 이들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문화와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20세기 전반,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동튀르케스탄이라 불린 독립공화국을 두 차례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북서부 신장자치구에는 약 1100만 명의 위구르족이 살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건조한 산악과 광활한 초원지대를 이룹니다. 좀 더 소규모 위구르 집단이 중앙아시아 전역에 걸쳐 살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위구르족이 수 세기에 걸쳐 오아시스 도시 주변에서 정체성을 형성했다고 말합니다.

▲ 지난 2009년 7월 신장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위구르족과 한족의 유혈충돌이 벌어진 뒤 위구르 주민들이 무장진압병력에 항의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중국은 위구르족을 어떻게 탄압했습니까?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신장자치구에 사는 위구르인 등 소수민족을 탄압해왔습니다. 전면적인 감시와 집단 구금, 강제동화 정책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영상 카메라와 공안 검문소는 시민들을 끊임없이 감시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중국 당국이 100만 명 이상의 위구르족을 구금해 온 것으로 추산합니다. 자치구 내 위구르족 인구의 10%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의 처우를 “세기의 오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왜 탄압합니까?

 중국 정부는 테러를 방지하고, 이슬람 극단주의를 뿌리 뽑기 위해 위구르족 단속이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이 같은 조치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벌이는 대대적인 캠페인의 일환입니다. 다수민족인 한족(漢族) 우월주의 아래 응집을 고취하는 한편, 대중의 충성심을 놓고 중국공산당과 경쟁할 가능성이 있는 어떠한 민족·문화·종교적 정체성도 억누르려는 것입니다.

수십 년간 위구르족의 고향땅에서 벌어진 제도화된 차별과 소외는 갈등을 부추겼습니다. 지난 2009년, 고조된 긴장은 신장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거리 폭력으로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위구르족과 한족의 충돌로 약 200명이 사망했습니다. 당국은 사망자 대부분이 한족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위구르 분리주의자들을 비난하면서, 위구르 주민들 사이에서 분리주의자와 무장 이슬람주의를 제거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2009년 7월 신장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한족 주민들이 위구르족의 분리독립 시위에 대항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재교육 수용소’란 무엇입니까?

2017년부터, 억류된 위구르인들이 대거 수용소로 보내졌습니다. 중국 정부가 “직업교육 훈련센터”라 일컫는 곳입니다. 이곳에 갇힌 위구르인들은 북경어를 배우고, 이른바 “극단주의” 사상을 단념하도록 강요당했습니다. 매일마다 중국공산당을 선전하는 세뇌 교육도 강제로 받았습니다. 수용소를 나온 사람 중 몇몇은 고문과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증언하기도 합니다.

수용자들은 직업훈련도 받습니다. 세뇌 프로그램을 마치면, 공장에 배속돼 대체로 강제노역이라 간주되는 조건에서 일하게 됩니다.

국제사회는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미국은 지난 10월 신장자치구 탄압에 연루된 중국 기관과 관리들을 제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가장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제재 리스트에 오른 28개 기관·기업 중에는 중국 정부기관 20곳과 거대 감시카메라 회사 하이크비전(Hikvision) 및 다화(Dahua)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비자발급이 제한된 중국 관리들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22개국 유엔 대사들은 지난 7월, 유엔 인권최고대표 미첼 바첼리트에게 보낸 서한에서 위구르인 집단구금 프로그램을 중단하라고 중국에 촉구했습니다.

스웨덴은 올해 중국 내 위구르인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독일의 지멘스(Siemens AG) 등 여러 서방 다국적기업들은 신장자치구 탄압에 연루된 중국 기관과 여전히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멘스는 ICIJ의 파트너사인 독일 공영방송 NDR에 지멘스와 중국 국영방산업체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와의 관계는 “지능형 생산 시스템(Intelligent Manufacturing Solution)”에 집중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멘스는 또 “우리는 고객의 완제품에 쓰이는 어떠한 제품도 공급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수용소에 대해 뭐라고 해명합니까?

중국은 ICIJ의 파트너매체인 영국 가디언지에 보낸 서면에서 수용소들은 테러리즘에 대항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며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주영 중국대사관 공보실이 보낸 서면은 “(수용소 운영) 조치가 실시된 이래로 지난 3년간 테러 사건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신장자치구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지역으로 다시 번영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이 같은 예방적 조치는 종교 집단 제거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신장자치구에는 종교의 자유가 온전하게 존중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중국은 유출된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완전한 날조이자 가짜뉴스”라며 문제 삼았습니다. 중국 측은 또 '수용소의 목적이 테러리스트나 극단주의 활동에 연루된 이들을 지원하고, 재활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서술한 정부 공식백서의 내용을 내세웠습니다.

▲ 유출된 ‘차이나 케이블스’ 문건에는 중국 신장자치구 강제수용소 운영 지침이 상세히 담겨 있다. (출처: NDR)

차이나 케이블스 취재팀이 입수한 문서는 무엇입니까?

ICIJ는 신장자치구 수용소 이면에 있는 공식 정책을 상세히 다룬 중국 정부의 극비 문서를 입수했습니다.

차이나 케이블스 문건에는 수용소 운영요원용 가이드라인을 상세히 정리한 2017년도 지침서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지침서는 보안 규약과 구금자 감시·통제 방안, 교육과정, 석방 기준 등이 실려 있습니다. 문건에는 구금 대상이 된 신장자치구 주민의 신원 확인과 검거 방책을 정리한 4건의 정보보고서, 이른바 ‘공고’도 수록돼 있습니다.

수용소 운영요원용 지침서는 지역 공안기구를 관할하는 중국공산당 신장자치구 정법위원회가, 그리고 정보보고서들은 공안단속 시행을 도왔던 자치구 당위 ‘엄중단속돌격 전방지휘부’가 발행한 것입니다. 모든 문서에 당시 신장자치구 당위원회 부서기이자 공안책임자였던 주하이룬(朱海侖)이 서명했습니다.

차이나 케이블스 문건에는 신장자치구 법원이 한 무슬림 남성에게 이슬람 종교 관례를 옹호한 죄로 징역 10년을 선고한 사건의 판결문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는 동료들에게 비속적인 발언을 하지 말라거나, 포르노를 보지 말라고 말한 일로도 처벌 받았습니다.

문건을 검토한 언어학자, 전문가들은 자료의 신빙성에 깊은 신뢰를 보였습니다. 과거 수용소에 구금됐던 이들도 문서의 내용을 보증했습니다.


‘차이나 케이블스’ 탐사보도, 무엇이 새롭습니까?

차이나 케이블스 탐사보도는 신장자치구의 강제수용소를 실증하는 운영계획, 자치구의 전체주의적인 대중 감시와 “예측 치안유지” 제도의 작동 방식을 중국 정부 자체 문서와 단어들에 근거해 정확하고, 철저하게 입증합니다.

입수한 문건은 당국이 ‘인도적인 교육 시설’이라 거짓 주장하는 수용소 내부의 총체적인 사회통제 시스템(엄격한 탈출 방지 대책 등)에 대한 세밀한 정보를 넉넉히 보여줍니다.

이 문서들은 또 중국이 이른바 ‘통합합동작전 플랫폼’(IJOP)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시민들을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하려는 계획의 작동 방식을 폭로합니다. 또 중국 공안이 신장 지역사회 전반을 구금 대상자로 삼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IJOP 플랫폼의 대규모 정보수집·분석 시스템의 명령에 따라 집단 검거를 벌이고 있음을, 문서들은 보여줍니다.

차이나 케이블스의 정보보고서들은 오로지 ‘자피아’(Zapya)라는 유명 스마트폰 파일공유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당국이 시민들을 용의선상에 올린다는 사실을 최초로 폭로합니다. 자피아 앱 이용자들은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국은 자피아 앱이 “폭력, 테러 요소”의 자료를 퍼뜨리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출된 정보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6월 기준, 180만 명이 넘는 신장자치구 위구르 주민들이 자피아 앱을 사용 중이었습니다.

그간 언론매체들은 수용소 재소자들 가운데 재외국민 일부가 섞여 있다고 보도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중국 당국의 정보보고서들은 그들이 수용소에 있는 게 우연이 아니라 도리어 명백한 정책목표였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당국의 정보보고서는 또 다른 수천 명의 사람들도 단지 해외여행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당국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당국의 혐의를 받으면 사법절차나 재판 없이 구금될 수도 있습니다. 

제작진
취재사샤 차브킨 Sasha Chavkin
번역김용진 임보영 김지윤 홍우람
디자인NDR, Ricardo Weibezahn,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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