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케이블스]② '모바일 앱으로 각개 감시'...중국이 위구르족을 가두는 법

2019년 11월 25일 07시 00분

'차이나 케이블스'(China Cables)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 ICIJ)가 입수한 중국 정부 극비문서를 토대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 위구르족과 기타 소수민족이 적법 절차 없이 감시와 집단 구금 등의 탄압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발하는 국제협업 프로젝트다. 협업팀이 확보한 유출 문서에는 신장자치구 공안 정책을 총괄하는 당위원회가 공안당국 등에 배포한 전문(Cables)과 공고문, 그리고 신장자치구 법원의 사상 범죄 판결문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문서들은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 감시와 통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슬림 주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상대로 집단 구금과 강제 교화 행위를 생생히 보여준다. ICIJ가 주관한 ‘차이나 케이블스' 프로젝트에는 한국의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를 비롯해 르몽드, 가디언, 뉴욕타임스,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전세계 17개 파트너 언론사가 참여했다.-편집자주

전세계 무슬림들이 중국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모바일 파일공유 애플리케이션 ‘자피아'(Zapya)에 몰려들고 있다. 가까운 사람들과 코란을 비롯한 이슬람의 종교적 가르침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듀모바일이 개발한 이 앱을 활용해 웹 연결 없이도 다른 스마트폰과 직접 동영상, 사진 등 파일을 공유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앱은 인터넷이 없거나 연결이 잘 안 되는 지역에서 인기가 많다.

ICIJ와 17개 파트너 언론사가 입수한 중국 정부 기밀문서에 따르면 중국 관리들은 적어도 2016년 7월부터 중국어로 ‘콰이야(빠른 입)’라 불리는 자피아 앱의 사용자들을 노려왔다. 무슬림 위구르족을 탄압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당국은 일부 위구르인들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이 앱을 면밀히 감시하며, 사용자들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위해 이들을 따로 표시해 관리했다.

중국 정부는 ICIJ 국제협업 참여 언론사인 가디언지가 집단 수용소와 감시 프로그램 관련 질의를 하자 유출된 문서가 “완전히 날조된 문서이며 가짜 뉴스"라고 답변했다. 주영 중국대사관 공보실은 답변서에서 “신장자치구에 소위 ‘수용소’는 없으며, 테러 방지를 위한 직업교육 훈련센터가 개설된 바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 케이블스' 가운데 한 기밀문서는 관료들에게 “폭력적이고 테러 요소가 짙은 동영상과 음성 파일을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콰이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폭력적인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들”의 소재를 찾아 체포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자피아는 이 문서에서 언급되는 유일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그러나 해당 문서는 중국 정부가 어떻게 자피아 앱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이 앱의 개발사가 중국 관리들과 어떻게 협력하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

▲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자피아'는 와이파이 연결 없이 파일 공유가 가능해 신장위구르자치구 주민들을 비롯해 전세계 무슬림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주로 종교적 콘텐츠를 주고 받는다. (출처: 자피아 구글 다운로드 화면 캡쳐)

위구르족 난민들은 공안들이 자주 스마트폰을 압수해 살펴본다고 증언한다. 수용소에서 3개월간 억류된 경험이 있다고 증언한 줌랏 다웃은 ICIJ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공안들이 위구르인 스마트폰을 수색할 때 여러 앱 중에서도 유독 자피아가 깔려 있는지 찾는다고 설명했다. 다웃은 통역사를 통해 “만약 누군가가 종교적인 내용이나 코란에 나오는 종교적 단어, 이를테면 ‘알라' 같은 단어가 포함된 콘텐츠를 다운받은 적이 있고 중국 공안이 스마트폰에서 그런 흔적을 포착한다면 그 기기의 주인은 구금될 것"이라고 말했다.

ICIJ 취재진은 듀모바일에 수차례에 걸쳐 이메일과 전화통화로 사용자 데이터 관리 정책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 했다.

민족적·종교적 소수자인 민간인들을 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로 이처럼 집단 구금하기 위한 중국공산당의 업무계획서가 유출돼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집단 구금은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 북서부에 위치한 신장자치구는 공산당이 “중국 내 테러와 (종교적)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는 주요 전장"으로 여기는 외진 지역이다.

유출 문서 중에는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산당 위원회에서 발행한 공고문도 있다. 이 문서들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세계에 수출될 수 있을 정도의 독재 전술을 위한 실험실에서의 감시 기술의 핵심 역할을 개략적으로 보여준다.

신장자치구와 중국 정책 전문가인 아드리안 젠즈는 “(감시 기술의) 영향은 극적”이라며 “(중국 정부는) 이런 디지털 정보시스템을 통해 어떤 사람이 평소에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믿는지, 일상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는 환경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진짜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17년 봄부터 중국 당국은 100만 명이 넘는 위구르족과 기타 무슬림 소수민족을 신장자치구 곳곳에 위치한 거대한 수용소에 구금시켰다. 신장자치구에는 1100만 명에 이르는 위구르인들이 살고 있다.

한족(漢族)이 지배하는 중국에서 소수민족을 집단 구금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이들의 정치적 반대 의견과 종교적 표현을 억누르고자 하는 더 거대한 탄압의 일환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소수민족에게 공산당 신조를 강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며, 최근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처음에는 이런 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수용소가 “직업교육 훈련센터"이며, “테러와 종교적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이 같은 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신장위구르자치구 곳곳에는 대형 수용소와 노동 시설이 위치해 있다. (출처: AP)

서구 국가들과 비정부기구(NGO), 위구르족 난민들은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정책을 규탄한다. 미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는 신장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세계 최악의 인권 상황 중 하나”라 칭했다.

예측 치안유지 활동

중국 정부가 주민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정교한 도구는 집단 감시와 일반적으로 ‘통합 합동작전 플랫폼(IJOP)’로 알려져 있는 예측 치안유지(predictive policing) 프로그램이다. 이 플랫폼은 과거 발생한 범죄의 시간, 장소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범죄를 예측한다. 최근 발표된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보고서에 따르면 이 플랫폼은 개인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들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리고 잠재적으로 위협적이거나 의심스럽게 여겨지는 사람들을 표시해 당국에 알린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IJOP 플랫폼을 활용해 시민들의 사적인 개인정보를 수집한 후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신분을 증명하는 공문서와 신장자치구 내 수도 없이 많은 검문소, 폐쇄회로 카메라를 통해 수집하는 얼굴인식 정보부터 공안이 위구르인들의 스마트폰에 설치하도록 강요하는 스파이웨어,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고유 정보를 수집하는 와이파이 스니퍼(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도구), 심지어 택배 배달까지. 또 공안과 관리들이 실시간으로 IJOP 플랫폼과 연동해 개인들의 신원조사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이 기구가 IJOP 플랫폼에 대해 처음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2018년 초순이다. 휴먼라이츠워치 중국 선임연구원 마야 왕에 따르면 이 시스템에서는 신장자치구에서 누군가가 자동차 등 공식 면허가 필요한 어떤 것을 구매할 때마다 이들의 개인정보 데이터가 IJOP 프로그램에 업로드된다. 데이터베이스도 점점 커진다. 왕 선임연구원은 당국이 이 시스템을 구축한 목적은 바로 “촘촘한 기술망을 통해 신장자치구 주민들을 걸러내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ICIJ 국제협업팀이 입수한 중국 기밀 문서에는 “IJOP 공고문” 4건이 포함돼 있다. 이 유출 문서는 중국 자체 문서에 근거해 이 감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증한다. 이 공고문은 2017년 6월 16일부터 29일 사이에 나왔다.

중국 당국은 자피아 앱이 생기기 전에는 대기업인 텐센트홀딩스가 개발한 위챗 등 다른 모바일 앱을 활용해 정치적 안정에 잠재적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가려냈다. 위챗은 종교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가상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토의 그룹을 만드는 기능이 있어 인기를 얻었다. 다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위구르인들은 위챗을 활용해 이슬람 교리를 가르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텐센트 측은 ICIJ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인권 전문가들은 자피아와 위챗과 같은 앱을 통해 수집되는 빅데이터가 바로 중국 당국이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는 집단 감시와 통제 작전의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쥐트도이체차이퉁,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 ICIJ 국제협업팀은 중국 국경 공안들이 신장자치구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스마트폰을 압수해 몰래 감시 앱을 설치한 사실을 발견했다.

유출된 IJOP 플랫폼 공고문에 따르면 2017년 6월 기준으로 180만 명이 넘는 신장자치구 거주 위구르인들이 자피아 앱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중에는 이 문서가 ‘무허가 이맘’(이슬람교 교단 지도자)이라고 분류한 위구르인도 4000명 가량 포함돼 있다.

이 공고문은 관리들에게 테러 용의자를 찾기위해 IJOP 플랫폼에 저장된 데이터를 활용해 위구르인들을 ‘한명씩’, 가능한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문서에는 “당장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용의자를 집중훈련소에 구금하고 추가적인 검사와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신장자치구 당국이 IJOP 지침을 실제 시행하기 시작했다고 확인한 언론보도는 2017년 여름에 나왔다. 자피아 앱이 언급된 IJOP 문서가 배포되고 몇 주 뒤, 몇몇 뉴스 사이트는 당국이 스마트폰에 자피아를 설치한 위구르인들을 체포해 수감했다고 보도했다. 극단주의 콘텐츠를 배포하기 위해 앱을 활용했다는 혐의였다. ICIJ 국제협업팀 파트너사인 르몽드는 당시 신장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 거주하는 한 컴퓨터공학자가 자피아 앱을 다운받은 죄로 두 차례에 걸쳐 두 달간 수용소에 구금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종교의 자유를 지지하는 이탈리아 비영리 단체 ‘비터윈터'가 지난해 공개한 날짜가 명시돼 있지 않은 한 중국 정부 문서에는 자피아 앱을 사용해 종교적 콘텐츠를 보관하거나 배포하는 행위가 잠재적 범죄로 기술돼 있다. 부르카를 입거나 턱수염을 길게 기르는 행위 등을 잠재적으로 위험한 행동이라 정의한 것과 비슷하다.

불신을 키우다

시장에서 기술 스타트업으로서의 듀모바일의 행보는 꽤 평범하다. 이 회사 설립자들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이노스프링의 실리콘밸리 지사에서 투자를 받아 자피아를 개발했다. 이노스프링은 중국과 미국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미국과 중국 출신 스타트업에 시드머니를 제공하고 경영 관련 지원을 해주는 벤처캐피탈 회사이다. 실리콘밸리 지사의 자금은 실리콘밸리은행과 칭화대학교 등 다수의 창립 파트너가 모여 조성했다. 칭화대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졸업한 중국 명문대로 유명하다. 듀모바일에 따르면 2012년 런칭 이후 4억5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자피아를 다운받았다.

잘나가는 스타트업이었지만 문제에도 직면했다. 2017년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사이버보안 분석가 그룹은 해커들이 자피아, 위챗 등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사용자들의 스마트폰에 침투해서 개인정보를 빼낸다고 보고했다.

해킹을 한 범인들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악성 소프트웨어 연구자인 호주 에디트코완대학 피터 해니에 따르면 “해킹은 자원이 풍부한 조직에서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니는 ICIJ 국제협업팀 파트너사 호주 ABC와의 인터뷰에서 “(해킹의) 목적이 감시”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ICIJ 국제협업팀은 해킹 의혹과 관련해 텐센트와 듀모바일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 회사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두 업체 모두 사용자 정보보호를 위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고 있지만 완전한 정보보호를 보장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워싱턴대학교에서 위구르인을 연구하는 인류학자 대런 바일러 박사는 사용자들이 처음에는 자피아 같은 앱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는 점을 알지 못한 채 해방감만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바일러 박사는 ICIJ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은 이들이 종교와 문화를 표현할 수 있는 장이었지만 이후 이 흔적들은 이들이 종교적으로 극단적이고 문화적으로도 분리주의적이라고 중국 당국이 주장하는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

▲ 신장위구르자치구 번화가를 지나가는 시민들 앞에 위치한 커다란 전광판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관련 영상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출처: AP)

현재 중국 안팎의 위구르인들은 자신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중국 당국이 수시로 감시한다는 걸 인지한 채 살아가고 있다. 해외 거주 위구르인들은 신장자치구에 있는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면서 대화가 점점 어색해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친척이 혼자 있는 게 아니라 옆에 공안이 통화를 듣고 있을 수도 있다 걸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요즘 온라인 게시판에는 위구르인들에게 아예 자피아 앱을 깔지 않도록 충고하는 글이 올라온다. 당국의 의심을 피하자는 것이다.

ICIJ 취재진이 만난 위구르인들은 당국의 감시를 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위구르 난민으로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페르캇 자우닷은 위챗으로 신장 지역에 전화를 걸 때 가끔 통화 내용이 누설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 팝업창을 클릭해야만 통화가 연결된다고 말했다.

자우닷에 따르면 해외 거주 위구르인들은 중국 당국이 자신들의 대화 내용을 악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 두려워 고향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락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당국의 감시가 “위구르 공동체 전체 구성원 사이의 불신을 조장할 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주고 가족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
취재실라 알레치 Scilla Alecci
번역김용진 임보영 김지윤 홍우람
디자인Ricardo Weibezahn,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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