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36회] 최용익 칼럼 정치검찰은 전면개혁만이 답이다.

2012년 12월 01일 06시 55분

상명하복이 분명한 검찰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검찰총장과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필두로 한 일군의 간부 검사들이 정면충돌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임기가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검찰 고위직간 갈등이 노골적으로 폭로된 것은 검찰 초유의 일입니다.

이번 사태는 우연히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서너개의 사건들로부터 촉발 됐습니다. 간 큰 신임검사가 사무실에서 피의자를 겁박해 성폭행을 하는가 하면, 중견 검사가 낸 검찰 개혁안은 개혁이라는 포장을 두른 눈가림이라는 사실이 들통 났습니다. 고검 부장검사는 조폭으로부터 온갖 치사한 수법을 동원해 뇌물을 받았고, 검찰총장은 재벌회장의 구형량을 깎아주라고 지시했습니다.

잇단 검찰비리 공개를 무마하기 위해서 대검중수부 폐지를 결심한 검찰총장에게 대검중수부장이 총장사퇴를 요구하며 맞받아쳤고, 총장은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착수를 공개해 버렸으며 이것은 불 나는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대검 간부들을 포함한 다수의 검사들이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지금 검찰은 보스에게 반발한 중간 보스들이 집단으로 항명하고 나선 조폭집단의 모습입니다. 그러니 국민에게는 어떠한 감동이나 감흥도 일으키지 못하는 자기들끼리의 내부 싸움에 불과할 뿐입니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이며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의 책무를 지닌다는 검찰청법의 규정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이런 조직이 정권과 유착될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이명박 정부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 정권들어 검찰이 정권의 해결사로서 진실을 조작하거나 축소 왜곡한 사건은 부지기수입니다. PD수첩과 미네르바, 정연주 KBS 전 사장과 한명숙 전 총리 등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잇따른 무죄 판결, 그리고 민간인 불법사찰과 내곡동 부지매입 관련 의혹 등등. 검찰은 주인인 권력자가 시키는 대로 물라면 물고 짖으라면 짖는 충성스러운 사냥개로 전락했습니다.

싸움의 당사자인 한상대 검찰총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또 최재경 중수부장은 2004년 BBK 사건을 무혐의 처분함으로써 노른자위 보직으로 승진을 거듭해 왔습니다. 이번 사태는 검찰 최고 수뇌부에서 평검사까지 조직 전체가 환골탈태 하지 않으면 안 될 중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검찰은 수사권과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에다 기소건까지 독점하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조직입니다.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으니 오만과 독선, 비리와 부패가 만연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하기 마련입니다. 세간에는 오래 전부터 검찰 부패를 풍자하는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색검, 떡검 등등의 조어들이 회자 돼 왔습니다. 하지만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2010년에 했다는 검찰보다 깨끗한 조직이 어디 있느냐는 생뚱맞은 발언은 자정능력을 상실한 검사들의 현실인식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걱정이 크니 법무부장관을 중심으로 잘 수습하라며 자신이 검찰을 사냥개처럼 부려먹은 나머지 일어난 결과에 대해서는 하나마나한 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철저한 검찰 개혁만이 사회 정의 수호자라는 본래의 검찰 위상을 세울 수 있습니다. 검사장 이상의 고급 간부들에 대한 인적청산과 더불어 수사권의 대폭이양을 포함한 권한축소, 그리고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등 견제 기관의 설치로 합법적인 조폭집단으로 전락한 검찰을 근본적으로 탈바꿈시키는 개혁안이 필요합니다. 검찰을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뜨린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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