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

[진단명: 리베이트 중독]④ 제2의 제보자 등장…이니스트·의사는 묵묵부답

2019년 12월 24일 17시 30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국내 의료시스템과 제약산업의 제반 문제, 그리고 정부의 감시감독 기능을 진단하는 <뉴스타파 백신 프로젝트: ‘의,약,돈’>을 시작합니다. 의료, 약품은 국민의 생명, 재산과 직결됩니다. 하지만 올해 인보사 사태에서도 봤듯이 이 분야가 근년들어 자본과 산업 논리에 장악되면서 의약, 자본, 권력의 유착은 더욱 심해지고, 공공성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우리나라 의료, 제약계가 최소한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또 정부가 감시감독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백신’ 주사를 놓겠습니다. ‘의,약,돈 프로젝트’는 앞으로 3년간 계속될 예정입니다. 

그 첫 시리즈로 국내 한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실태를 보도합니다.  

[진단명: 리베이트 중독] 

나는 ‘제약사 현금 배달부’입니다
적발 제약사, 내년에도 ‘검은돈 살포’ 계획
제약사 영업사원의 고백: ‘돈 영업’은 부당노동입니다
④ 제2의 제보자 등장…이니스트·의사는 묵묵부답 

‘의,약,돈 프로젝트’는 제보를 기다립니다. vaccine@newstapa.org -편집자 주

국내 제약사인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 의사들에게 연간 수십억 원대의 리베이트를 뿌렸다는 의혹을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후 또 다른 내부 제보자가 뉴스타파에 연락해 리베이트 살포는 회사 측의 조직적 지시로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18일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하 이니스트) 영업사원 A씨의 내부고발과 공익신고를 통해 이니스트의 리베이트 살포 실태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니스트 측은 경영진이 리베이트 지급을 지시한 바 없으며, A씨의 행위는 개인의 일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스타파 보도 이후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전직 이니스트그룹 관계자가 뉴스타파 제보 창구를 통해 리베이트 살포는 회사 차원의 조직적 지시 하에 이뤄졌다고 재확인했다. 

이 새 제보자(이하 B씨)는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나 이니스트가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의사에게 건넨 불법 처방사례비는 해당 영업사원 개인의 일탈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획·지시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B씨는 공익신고자인 A씨와 마찬가지로 리베이트 지급 계획을 관리·지시한 당사자로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영업기획이사 최 모 씨를 지목했다.  

B씨는 이니스트 재직 당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근무하며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직원들과 최 이사가 영업사원들의 업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보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최 이사가 이니스트의 리베이트 정책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라며 “그가 뉴스타파에 해명한 내용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전직 이니스트그룹 관계자 “영업사원 ‘예산' 지급내역 추정되는 자료 목격했다"

B씨는 지난 2017년 우연히 회사 내 공용 프린터에서 출력돼 나왔던 회사의 리베이트 ‘예산' 지급 내역으로 추정되는 리스트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B씨에 따르면, 이 문서에는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소속 영업사원들과 이 회사 약품을 취급해 판매하는 개인 영업대행업체(CSO) 리스트가 왼쪽에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그 옆으로는 이들의 연간 목표 매출과 연동돼 계산한 연간 달성 목표 '예산액'과 월·분기 단위 '예산액', 연간 목표 '예산액' 잔액이 차례로 기재돼 있었다고 전했다. ‘예산’은 회사 측이 영업사원들에게 처방사례비 명목으로 의사에게 지급하라고 주는 자금을 말한다.

이에 대해 B씨는 “제목도 없는 ‘예산' 수수료 내역 엑셀파일 하나와 각 영업사원들의 계좌번호·지급내역도 함께 출력돼 나왔다"며 “회사가 모든 영업사원들의 ‘예산’ 액수와 계좌번호, 지급내역을 관리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보도에 나오는 내역은) 영업 담당자가 만든 개인이 (리베이트 자금을) 받은 이력이잖아요. 제가 봤던 건 담당자별로 다 정리된 내역이 프린트된 걸 제가 봤거든요.

제가 우연히 리베이트 관리 대상자들 직원 이름과 내역을 출력한 걸 봤어요. 기록관리가 잘 되는 편이 아니라 그랬던 것 같은데. 오늘 (방송에) 나왔던 거랑 똑같아요. 월별로 실적나오고, 3개월에 한 번씩 정리되고 얼마 계좌 잔고 남았고 이런 걸 회사에서 일괄 관리하거든요.

전직 이니스트그룹 관계자 B씨

▲ 이니트스바이오제약은 공식 답변에서 경영진이 불법적 영업 방식을 지시·관리한 사실이 없으며, 영업사원들의 불법 영업 행위 발견시 규정에 따라 인사 조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B씨는 최모 이사가 영업사원들의 비밀 계좌로 지급되는 자금을 판매촉진비라고 해명한 내용 또한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주장대로 판촉비라면 내용에 맞는 영수증이 있어야 한다"며 “허위 영수증을 받아 실제 목적과 다른 계정에 회계한다는 것은 곧 탈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니스트가 이 같은 거액의 비용을 판촉비 계정으로 회계하면 영업이익으로 계상되지 않기 때문에 복리후생비 등 다른 계정으로 회계처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오늘 (보도에서는) 이게 판촉비라고 나왔는데 그게 판촉비면 돈이 들어간 기록이 다 있을 거거든요. 담당자별로 돈 들어간 걸 확인해보시면 대부분은 복리후생비나 판촉비가 아닌 계정으로 처리된 것들일 거예요. 판촉비로 하면 이익이 안 나오기 때문에. 판촉비로는 처리를 안 하거든요, 제약회사에서는.

전직 이니스트그룹 관계자 B씨

이니스트제약 영업이사 최 씨는 취재진과 만나 “제조·판매회사로서 정당한 판촉비, 영업활동비를 쓰고 있다”며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 이사가 “정당한 판촉비"라고 표현하는 현금성 지출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계가 자율적으로 제정하고 준수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공정경쟁규약에 따르면 보건의료인을 상대로 제품설명회와 학술대회 지원 등 7가지 간접적 지원 방식을 제외한 현금, 현물 등 금품과 향응 제공은 금지돼 있다.

김국현 이니스트그룹 회장도 “리베이트 지시·관리한 바 없다" 주장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른바 ‘랜딩비'로 불리는 불법 처방사례비 선지원금을 영업사원 A씨의 거래처 병원에 가서 직접 전달한 사실이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김국현 이니스트그룹 회장(전 이니스트바이오제약 대표이사)에게도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 영업사원 A씨는 서울 신사동 유명 피부과 최모 원장에게 지급한 처방사례비 선지원금 3000만 원의 경우 공식적으로 기안서를 작성해 회사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당시 대표이사였던 김국현 이니스트그룹 회장이 직접 병원을 방문해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김 회장은 불법 리베이트 승인 및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김 회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보도(에 나온 해명)대로 한 게 맞다"며 이니스트가 당초 내놨던 공식 입장대로 회사 차원에서 불법적인 영업 방식을 지시·관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회의 중이라며 더이상의 답변은 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이 통화 이후에도 김 회장이 영업사원 A씨의 거래처 병원 원장에게 선지원금을 직접 전달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접촉했지만 김 회장은 첫번째 통화 이후로는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니스트바이오제약으로부터 3년여 간 불법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최모 원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에 걸쳐 접촉했다. 그러나 최 원장은 해명을 거절했다.

영업사원 A씨를 통해 이니스트로부터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모두 1억 원이 넘는 불법 처방사례비를 받아챙긴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신사동 유명 피부과 최모 원장은 해명을 거부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여러 차례에 걸쳐 최 원장에게 전화와 문자로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해명을 듣기 위해 병원을 찾아 불법 리베이트 수수 여부를 질의했지만 최 원장은 “진료 중이라 답할 수 없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관계자 “리베이트 관련 데이터 외부 저장장치로 따로 관리해"...수사 시급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니스트에 대한 현장조사를 준비 중이다. 의약업계 리베이트 사건을 담당하는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는 이미 영업사원 A씨에게서 상황을 듣고 자료를 넘겨받았다.

B씨의 증언에 따르면 리베이트 계획과 실행의 중심에 있는 최 이사는 리베이트 자금 관련 데이터를 별도의 외장 하드디스크에 보관·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A씨 또한 영업기획본부 간부들이 노트북 등 외부 저장장치를 이용해 관련 자료를 따로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는 회사가 언제든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와 경찰의 본격 조사와 수사가 시급해 보인다.

제작진
취재기자김지윤, 홍우람
촬영기자이상찬, 신영철, 오준식, 최형석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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