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이 적은 대장동 ‘로비 인맥도’에 등장하는 ‘김만배 청탁 리스트’ 공개

2023년 01월 10일 16시 00분

기사요약

① 정영학이 자필로 적은 대장동 ‘로비 인맥도’에 등장하는 정치인와 고위 법조인들 
② 2012~2014년 김만배, ‘검찰수사 무마 로비스트’로 대장동 업자들 사법 리스크 해결사 역할   
③ 2012년 8월 정영학 녹취록, 김만배가 김수남에 청탁 정황... 남욱, '김만배와 김수남은 깐부'   
④ 인맥도에 Lee는 ‘이재명 성남시장’ ... 지난해 재판서 정영학, “그때 Lee라고 적은 이유 따로 있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가 언론계뿐 아니라 판·검사와 성남시 공무원, 시의원들에게도 거미줄 같은 로비를 펼친 정황을 폭로한 뉴스타파 보도 이후, 검찰이 김만배로부터 금품을 받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장동 업자들의 ‘10년 로비 규명’이 대장동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핵심

대장동 사업권을 따내기 전인 2012년부터 성공 후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2021년까지, 김만배·남욱·정영학 등 대장동 업자들이 10년에 걸쳐 성남시·시의회 및 언론·법조계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 의혹은 대장동 특혜 개발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핵심 열쇠 중 하나다. 업자들의 불법 로비가 5천 억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서도,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비결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되기 전인 2012~2014년, 남욱과 조우형 등은 변호사법 위반과 횡령 등 여러 건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때 이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았다면, 대장동 민관합동개발은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대장동 업자들은 번번이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갔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1,300쪽 분량의 정영학 녹취록에는 대장동 업자들이 최고위급 검사를 상대로 로비를 펼치는 정황을 담은 ‘은밀한 대화’가 곳곳에 있다. 김만배가 스스로 로비로 수사를 중단시켰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검찰은 법조인 로비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

정영학이 적은 김만배의 ‘대장동 로비 인맥도’...녹취록엔 검찰 수사 무마 흔적

뉴스타파가 입수한 정영학 녹취록 중에는 그가 자필로 남긴 ‘'대장동 로비 인맥도’가 있다. 여기에는 수많은 대장동 업자들이 맡은 역할과 수많은 이름이 등장한다. 이 인맥도는 정영학이 2012년 8월~2014년 7월에 녹음한 녹취록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적은 게 아니다.      
▲정영학 메모(2021년 10월 검찰 제출). 정영학은 자필로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되기 전인 2012~2014년에 김만배가 로비를 펼친 상황을 설명하는 인맥도를 그려서 검찰에 제출했다. 지난해 11월 대장동 재판에서 정영학은 인맥도에 Lee라고 적은 건 이재명 성남시장을 뜻한다고 답하면서 그렇게 적은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권 인사는 ‘이재명, 김태년’, 재판에서 ‘Lee’라고 쓴 이유 설명한 정영학

우선, 인맥도에 Lee라고 쓰인 부분이 눈에 띈다.  그 아래 캠프라는 단어 밑에 정진상과 김용, 그 옆에는 유동규의 이름이 적혔다.
지난해 11월 4일 열린 대장동 사건 공판에서 바로 이 인맥도가 등장했다. 남욱은 정영학에게 ‘Lee’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정영학은 “(이재명) 시장님”이라고 답변했다. 정영학은 Lee로 연결된 화살표의 의미에 대해서도 “당시 (2013년 7월 1일 이재명 시장이) 베버리힐스 개발 내용을 발표했을 때, 유동규가 김용, 정진상과 상의해 베버리힐스가 안 되도록, 저층 연립 (개발)이 안 되도록 다 보고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영학은 대장동 재판에서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측 지분이 있단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답하는 등 차명 지분은 없다는 김만배와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시 대장동 업자들은 더 많은 수익을 노리고 저층이 아닌 고층 아파트 개발을 원했다. 이와 반대되는 내용이 발표되자, 대장동 업자들이 유동규 → 정진상·김용을 로비해 계획을 바꾸도록 당시 성남시장인 이재명을 설득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정진상과 김용은 2013년 4월 유동규로부터 각각 1억 원, 7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 유동규는 남욱으로부터 받은 돈을 이 두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진상과 김용은 뇌물 자체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진술을 뛰어넘는 물증이 관건이다. 

남욱 “김태년 보좌관에 김만배가 2억 전달” VS 김태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

정치인으로는 경기도 성남이 지역구인 김태년 민주당 의원의 이름이 보인다. 2012년 9월 27일 자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김태년 의원의 보좌관에게 돈을 건넸다’는 남욱의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2월, 한 언론이 김만배가 이 모 보좌관을 통해 김태년 의원 측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 남욱은 “김만배를 통해 2억 원을 보좌관에게 건넸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김태년 의원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한다. 김만배 측도 재판에서 “김태년 측에 돈을 전달한 사실이 없고 다른 곳에 썼다”는 취지로 말했다. 일종의 ‘배달 사고’라는 주장이다.  
대장동 업자들이 로비한 성남시의회 의원으로는 ‘최윤길, 강한구, 윤창근’ 3명이 등장한다. 이 중 최윤길은 뇌물 약속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강한구는 김만배로부터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강한구와 윤창근은 김만배가 돈 지급을 약속한 이른바 ‘약속 그룹’에도 이름이 나온다.
김만배는 2021년 2월쯤 최윤길을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억대 연봉과 40억 원의 성과급을 약속했단 정황이 나온다. 김만배는 자신의 다음 사업을 위해 성남시 로비 창구로 최윤길이 꼭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정치권 인사 중 이들 세 명의 시의원 이름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김만배, ‘인허가 및 수사 무마 로비스트’로 인맥도 정중앙...고위 법조인 4명 등장 

인맥도의 정중앙엔 김만배가 있다. 정영학은 김만배를 ‘인허가 로비스트’, ‘검찰 수사 무마 로비스트’라고 적었다.
하단에는 고위 법조인들의 실명이 등장한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고검장, 신경식·강찬우 전 검사장 등 4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수원 지역을 관할하는 검찰청의 장 출신이란 점이다. 윤갑근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나머지 3명은 수원지검장을 지냈다. 

정영학 녹취록서 남욱 “(만배 형이) 김수남 검사장하고 정말 친하대요” 

인맥도에 이름이 나온다고 해서 대장동 업자들과 유착 의혹이 있다고 단정할 순 없다. 그런데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김수남을 만나서 청탁을 했다는 취지의 대화 내용이 있다.   
2012년 8월 18일 자 정영학 녹취록에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이 등장한다. 이날 녹취록에서 정영학이 “원래 그쪽하고 좀 친하신 사이?”라고 묻자, 남욱은 (만배 형이) 김수남 검사장하고 정말 친하대요라고 답한다. 남욱은 배성준(머니투데이 법조 기자)으로부터 ‘김만배와 김수남이 깐부’일 정도로 친하단 얘기륻 전해 들었다고 말한다.  
▲정영학 녹취록(2012년 8월 18일 녹음). 정영학 녹취록에서 시점상 가장 빠른 날짜의 대화가 바로 이날이다. 김만배가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을 만난 후에 남욱에게 만남 결과를 얘기했고, 이를 들은 남욱이 다시 정영학에게 전화를 걸어 결과를 전달하는 장면이다.   

2012년 8월, 정영학 녹취록 속 김만배의 검찰수사 무마 정황 드러나 

2012년 8월은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이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내사(수사 직전 단계)를 받고 있던 때였다. 2012년 8월 18일은 토요일이었고, 이날 정영학은 남욱과 통화했다. 정영학 녹취록에 적힌 통화 시간은 오후 1시 19분이다.
▲정영학 녹취록(2012년 8월 18일 녹음). 정영학 녹취록에서 시점상 가장 빠른 날짜의 대화가 바로 이날이다. 김수남 수원지검장이 이 당시 대장동 업자들의 비위 사실을 알고 김만배에게 먼저 얘기를 했는데, 김만배가 '형, 내가 대장동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라면서 수사하지 말 것을 청탁한 정황이 담겨 있다. 남욱이 김만배로부터 들은 얘기를 다시 정영학에게 설명하는 상황이다. 문장에 밑줄과 손으로 적은 글자들은 정영학이 검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주석을 단 것이다.
녹취록 속 대화의 맥락을 유추하면, 남욱의 부탁으로 김만배가 김수남을 이날 오전에 만난 것으로 보인다. 김만배는 김수남과 헤어진 후 남욱에게 만남의 결과를 전달했고, 다시 남욱이 그 내용을 정영학에게 전하는 장면이다.  
남욱은 정영학에게 “(김만배에 따르면) 김수남 검사장이 어디서 무슨 얘기까지 들었는지는 자세하게 얘기는 안 하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쭉 하면서, 그래서 만배형이 형(김수남), 저 그 최 회장님하고 내가 이 사업 대장동…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최 회장은 최윤길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을 뜻한다.
이어 남욱은 근데 뭐 (최윤길) 땅이 (대장동에) 있다는 얘기도 있고 뭐, 시행사에서 돈 받았다는 얘기도 있고 뭐, 별 얘기가 다 있는데그런 것 아니야. 그런 거 없어. 그런 줄 아시오. 그랬더니. (김수남이) 응, 알았다. 뭔 말인지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남욱은 김만배로부터 내가 여기 형. 저기 그 참여하고 있어. 깊게 참여해서 내 동생들 하는 일인데 일 봐주고 있어 내가. 형(김수남)도 도와줘야 돼. (김수남이) 뭔 말인지 알았다. 그러더래요라고 들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정리하면, 김만배가 당시 수원지검장인 김수남의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 했을 가능성, 실제로 김수남을 상대로 최윤길에 대한 수사 무마 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된다. 김수남은 '50억 클럽'에도 이름을 올린 만큼, 결국 검찰이 수사로 정확히 밝혀야 할 부분이다. 
당시 대장동 업자들이 가장 공들인 사람은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이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장동을 공영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최윤길을 통해 민간 개발로 전환하는 로비를 했던 것이다. 남욱과 유동규를 처음 이어준 사람도 최윤길로 추정된다.  
▲정영학 녹취록(2012년 8월 18일 녹음). 당시 최윤길에 대한 내사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욱은 김만배가 다음 주에 성남지청에 윤갑근 성남지청장을 만나러 갈 것이라고 정영학에게 말했다.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고위법조인 윤갑근도 등장한다.
남욱은 정영학에게 (김만배 기자가) 다음 주에 한번 들어가실 것 같아요. 윤갑근 차장 만나러”라고 말한다. 이때 윤갑근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었다. 당시 최윤길 내사는 성남지청에서 맡았다. 그러나 실제로 김만배가 윤갑근을 만났는지 녹취록에선 확인되지 않는다. 윤갑근 전 고검장은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만배 기자를 알지만, 성남지청장일 때 만난 적은 없다"면서 청탁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실제 유야무야 된 최윤길 뇌물 사건 내사...김만배 로비 통했나

사업권을 따내려는 대장동 업자들이 맞은 첫 위기는 ‘검찰의 최윤길 내사’였다. 2013년 3월 5일 자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의 검찰 수사 무마 로비가 어느 정도 성공했단 분위기로 말하는 대목이 있다. 녹취록에서 김만배는 “이게 나가면 욱이는 나오지 못해”라면서 그거를 예전에 형하고 호식이 형(강호식 행정관)이 틀어막아 놓은 거야. 홀딩”이라고 말한다. 
김만배가 로비로 검찰 수사를 중지시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영학은 “(최윤길 뇌물 사건이) 터지면 안 되지 않습니까 사실은”이라고 말하면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확한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최윤길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갑근 전 고검장은 최윤길이란 사람 자체를 모르고, 그에 대한 내사나 수사 자체가 없던 걸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녹취록(2012년 3월 5일 녹음). 김만배가 정영학과 통화하면서 2012년 최윤길 검찰 수사 건을 중단시켰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최윤식은 최윤길에 대한 오타로 보인다. 만약 수사가 재개될 경우 김만배가 케어할 것이란 발언도 있다.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은 남욱·정영학·조우형이 2015년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을 때 수원지검장이었다. 당시 이들의 변호를 맡은 건 박영수 전 특검이다. 남욱은 당초 ‘횡령 및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이 남욱을 재판에 넘기는 과정에서 ‘횡령’ 혐의를 빼준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남욱은 재판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난다. 
강 전 지검장은 퇴직 후 2018년, 자신이 속한 로펌에서 화천대유의 법률 자문을 맡아 구설에 올랐다.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가 정영학과 대화하면서 ‘사실은 박영수나, 강찬우에 대한 자문료도 남욱이 다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이렇게 강찬우란 이름이 몇 차례 거론될 뿐, 구체적인 청탁 정황은 드러나지 않는다. 
인맥도에 등장하는 4명의 고위 법조인 중 신경식 전 수원지검장에 대한 얘기는 정영학 녹취록에서 찾아볼 수 없다. 정영학이 역대 수원지검장을 적는 과정에서 특별한 의미 없이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

‘50억 클럽’ 중 한 명인 김수남... 2013년 전후 김만배의 수사 무마 의혹 밝혀야 

정영학 인맥도에 나오는 고위법조인으로 김만배 ‘50억 클럽’에도 들어간 김수남 전 검찰총장의 경우, 정영학 녹취록에 관련 사건과 청탁 과정이 비교적 자세히 나온다. 물론 김만배의 ‘허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욱은 지난해 11월 21일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 “사실 확인을 한 적은 없지만, 김만배 씨로부터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께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잘 봐 달라,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김 전 총장에 대해 한 차례 서면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은 불필요한 오해를 벗기 위해서라도 수사에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 뉴스타파는 김 전 총장의 해명과 반론을 받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대장동 업자들은 10년에 걸친 불법 로비와 유착을 통해 막대한 부를 챙겼다. 이들이 사업권을 따내기 전 철저한 수사로 합당한 처벌을 받았더라면, 대장동 개발의 양상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대장동 업자들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성남시와 성남시의회, 그리고 이재명 측을 상대로 어떤 로비를 벌였는지 밝히는 것은 10년에 걸친 도시 개발 비리의 중심축이다. 이와 함께 법적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법조계와 언론계를 넘나들며 전방위 로비를 펼친 의혹도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하지만 곽상도 전 의원을 제외한 ‘50억 클럽’은 사실상 수사가 멈춘 상태다. 앞서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만배의 판·검사 골프 접대 및 현금 제공 의혹에 대한 수사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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