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들썩’에 또 속나?

2013년 09월 17일 08시 47분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연봉의 도시 근로자가 서울에서 평균 가격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단 한 푼도 쓰지 않고도 9.4년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여전히 서울의 평균 집값은 5억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가구의 53%에 이르는 세입자들에게 집을 사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8.28 전월세 대책"의 핵심 내용도 전세 수요를 주택 구입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정부의 정책에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정부의 대책 이후 집값이 들썩인다며 노골적으로 ‘집주인’의 관점에서만 주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빚 내 줄게, 새집 사라"는 정부와 한국 언론. 과연 이들은 정직한 시선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을 조망하고 있는 것일까요? 뉴스타파가 만난 한 전문가는 "지금 집 사라고 권하는 친구는 친구도 아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정부나 한국의 주요 언론이 말하기 꺼려하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뉴스타파가 종합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집 사라는 사탕발림에 현혹되시기 전에 꼭 ‘사실’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8월 20일.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부동산 중개업소 앞을 기웃거립니다.

"여기는 외곽지거든요. 말은 서울이라지만.근데 역세권에 학군 좋은데 이런 곳은 말할 것도 없죠.일단 매물 자체가 없어요.전세는 매물 자체가."

하지만 어떻게든 전세를 구하지, 집을 사지는 않을 거라 말합니다.

"집값이 오를, 매매가가 오른다는 보장이 하나도 없는데.왜 유지비를 내요.세금하고.세금을 그렇다 쳐도.갖고 있어서 오른다는 보장이 없는데 왜 사요."

중개업소에서도 이런 시장 분위기는 그대로 감지됐습니다. 한 지역에서 수십년동안 중개업소를 해온 부동산 중개사가 펼쳐보인 가격 동향표에는 그동안의 추이가 빼곡이 기록돼 있었습니다. 전세의 경우 4-5년전에 비해 거의 곱절이 뛰었다고 합니다.

[조성배 공인중개사]

"24평이 1억 정도에서 거래가 됐었거든요. 지금은 1억 7천까지 가요."

전세난이 가중되자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8.28 전.월세 대책. 새누리당과 정부가 내놓은 '서민과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한 전월세 대책'이었습니다.

그러나 핵심 내용은 장기주택 모기지 확대와 취득세 인하 등을 통해 전세 수요를 매매로 전환시키자는 것입니다.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면 전세값이 떨어질것이라는게 정부 정책의 논리입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가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수현 공인중개사]

(전세값은 오르고 있는건가요?)

"계속 올라요. 하나도 없고. 나올 때마다 몇 천씩."

[조성배 공인중개사]

"전세가격이 여기는 큰 변동이 없어요."

(좀 떨어지지는 않았어요?)

"아직은 안 떨어졌어요. 그대로."

[선대인 선대인 경제연구소 소장]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거의 절반 가까운 무주택 서민들의 입장은 거의 반영되지 않고요.실제로 최종적인 효과를 겨냥하고 있는 것은 결국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 이런 식으로 가고 있거든요."

명분은 전월세 대책이었지만 실제 내용은 집값 떠받치기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행태는 어땠을까?

뉴스타파가 정부의 8.28 대책 이후 보름동안 조선,동아일보와 한겨레 경향 신문의 주택 관련 기사를 집중 분석한 결과, 동아일보는 모두 8건 가운데 7건이 아파트 매매와 관련된 기사였고, 1건만이 전세값 상승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조선일보도 매매 관련이 9건, 전세관련 4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세 관련 기사 4건 가운데 2건은 전세가격이 앞으로 계속 오를 것 같으니 집을 사야 할 것 같다고 암시하는 기사들이었습니다.

반면 경향신문은 매매와 전세 관련 기사의 비율이 비슷했고, 한겨레는 정부 대책이후도 전월세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KBS와 MBC,SBS도 정부 대책이후에는 집값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결국 한국의 주요 언론매체는 전세 폭등을 막겠다던 8.28 대책이 시장에서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는 현실은 외면하고 매매 값이 꿈틀거린다는 보도만 내보낸 것입니다. 이는 이들 매체가 현재 집을 소유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주로 기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또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은 거의 방기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이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때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만 나오면 정부 정책과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맞물려져 정부는 호된 비판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간판 부동산 정책이라고 할 수 있었던 8.31 대책이 나오자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들은 '세금 폭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정부 정책으로 서민들이 고통 받는다고 비판했습니다. 한 경제지는 '대출만 늘리면 전세난이 해결되나'며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고, '8.31대책이 전세난을 불렀다'고 주장한 조선일보는 물량부족, 가격급등으로 월세가 확산된다고 당시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지금과 똑 같은 상황입니다. 조선일보는 또 '서민은 전세집 못 구해 발 동동 구르는데…태평한 정부'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서민들이 전세를 구하지 못해 힘겨워하는 상황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여전히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너무 높아 서민들이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에가깝습니다. 전세값이 계속 오르면서 빚 낼 걱정부터 하고 있습니다.

[김선영 / 서울 관악구]

"당장 내년에 재계약시 오르면 그때 그 돈을 마련해야 하니까...버는 돈은 한정되어 있고.항상 대출만 생각하고 있어요."

빚을 권장해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려는 정부 정책에 대해 우리 언론 대부분은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 14일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직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조기 퇴직한 베이비 부머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치킨집을 차리는 현상은 한국경제에 불길한 전조라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

"많은 자영업자들이 집을 담보로 소규모 창업을 합니다. 한국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가계 빚의 20~30%가 자영업들의 창업비용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빚내서 집사라는 정부여당. 8.28 대책 이후에도 잡히지 않는 전세난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값 들썩인다며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주요 언론들. 이들에게 집 없는 서민들의 한숨을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뉴스타파 최경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