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는 '2차 가해'... 대책도 의지도 없는 정부
2023년 01월 03일 17시 00분
(재현이가) 한 친구는 사망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그런데 다른 친구는 얼굴을 못 본 거예요. 그 친구는 재현이 뒤에 있었는데, 얼굴조차도 움직일 수 없는 압박이 있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친구의 마지막 모습은 못 본 거예요. 재현이가 입관식은 꼭 봐야 한다고 해서 외출을 하려고 했다가 병원에서 외출은 불가하다고 해서 결국 퇴원했죠. 그렇게 장례식장에 갔다가 또 다른 친구가 봉안당으로 가는 것도 보고 왔습니다.이경희 / 고 이재현 군 아버지
2차 가해를 하는 글들이 되게 많았고요. 다 기본적인 멘트들이 '너네들 놀러 가서 그렇게 된 거 아니냐', '사람이 그렇게 많으면 거기를 가지 말아야지 거기를 왜 갔느냐.' 재현이가 그 사람들하고 댓글로 계속 싸우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아예 댓글을 안 달더라고요. 재현이도 아마 좀 절망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댓글을 달아봐야 전혀 소용이 없다...이경희 / 고 이재현 군 아버지
제가 서울시에서 하는 정신 상담 프로그램에도 연락해봤어요. 부모로서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를 케어해야 되는데, 대체 어떤 지침을 갖고 케어를 해야 되는지 그걸 좀 나한테 가르쳐 달라, 누구한테 물어봐야 되느냐 그러니까 정말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하더라고요. '깊은 사랑과 애정을 갖고 아이 옆에서 주의를 갖고 봐라' 이렇게요. 이런 곳에 가면 오히려 재현이가 상담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다른 데를 데려가도 상담을 안 받으려고 할 것 같았어요.송해진 / 고 이재현 군 어머니
정부가 단호하게 '2차 가해는 잘못된 것이며 멈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야 사회적으로 분위기도 형성되고 2차 가해를 멈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진심으로 자신들의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메시지도 낼 필요가 없다.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수사하고 기소해서 처벌하면 되는 것 아니냐.' 정도의 생각을 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부로서 이 공동체를 유지해야 된다는 생각이 없고, 여전히 검사로서 형사법적 절차에 대한 인식 수준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2차 가해도 불법적인 수준의 것만) 처벌하면 된다. 정부가 더 할 일은 없다고 보는 것 같아요.용혜인 / 기본소득당 의원
저희가 유가족들을 보면서 어떤 특별한 말과 대화를 해서 위안을 얻는 게 아니예요. '나의 처지를 알고 있겠구나’라는 그 사실 자체가 제게 주는 위안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기회가 재현이한테는 아예 없었으니까요. 만남의 기회가 있었다면, 재현이가 그래도 자기 마음을 좀 터놓을 수 있는 시간이 약간이라도 있었을 것 같아요.송해진 / 고 이재현 군 어머니
취재 | 홍주환 |
촬영 | 정형민 신영철 이상찬 |
편집 | 박서영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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