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태원 참사 159번째 희생자를 만들었나

2023년 02월 15일 14시 00분

지난해 12월 12일, 이태원 참사의 159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16살 고등학생 이재현 군이었다. 참사 현장에서 친구 2명을 잃은 재현 군은 극심한 죄책감과 2차 가해에 괴로워했다. 정부 지원은 부족했고 도움도 되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혼자만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

재현 군은 활발하고 장난기 많은 아이였다. 초등학생 때는 갑자기 엄마에게 '파쿠르'를 배우고 싶다며 졸랐다. 파쿠르는 도심의 건물 벽이나 울타리 등 장애물을 뛰어넘는 스포츠다. 고집이 얼마나 셌던지 결국 서울에 몇 없던 파쿠르 학원을 찾아내 다녔다. 주말엔 혼자 밖으로 나가 서너 시간씩 연습하기도 했다.  
여느 사춘기 청소년들처럼 먹고 싶은 것도 많았다. 먹고 싶은 게 생기면 곧장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는 재현 군이 오는 시간에 맞춰 음식을 만들었다. 두 사람은 함께 음식을 먹으며 대화했다. 학교에서 무엇을 했고 누구와 친한지, 요새는 무엇이 힘든지 등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엄마와 아들은 식탁에만 앉으면 이야기꽃을 피웠다.
재현 군이 처음으로 꿈에 대해 얘기했던 것도 같이 밥을 먹으면서였다. 어머니 송해진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공부를 그렇게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는데 수학은 재밌어하더라고요. 그게 재현이가 직접 말한 처음이자 마지막 꿈, 직업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의 159번째 희생자인 고 이재현 군의 생전 모습.
재현 군이 달라진 것은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였다. 재현 군은 참사 현장에서 크게 다쳤다. 함께 갔던 친구 두 명은 숨졌다. 그중 한 친구가 목숨을 잃어가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봐야 했다. 참사 이후 병원에 입원해 있던 재현 군은 다른 한 친구의 장례식장에 가기 위해 조기 퇴원했다. 
(재현이가) 한 친구는 사망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그런데 다른 친구는 얼굴을 못 본 거예요. 그 친구는 재현이 뒤에 있었는데, 얼굴조차도 움직일 수 없는 압박이 있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친구의 마지막 모습은 못 본 거예요. 재현이가 입관식은 꼭 봐야 한다고 해서 외출을 하려고 했다가 병원에서 외출은 불가하다고 해서 결국 퇴원했죠. 그렇게 장례식장에 갔다가 또 다른 친구가 봉안당으로 가는 것도 보고 왔습니다. 

이경희 / 고 이재현 군 아버지
재현 군은 말을 잃어갔다. 평소 게임을 하며 가족과 이야기도 나누던 거실 식탁 옆 컴퓨터 자리에 재현 군은 더 이상 앉지 않았다. 집에 오면 곧장 방으로 들어가 문을 굳게 닫았다.
혼자만 살았다는, 친구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재현 군의 마음을 잠식해가고 있었다. 어머니 송해진 씨는 "'나만 혼자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 친구들한테 너무 미안한 마음이 큰 거예요. 초반에는 안 그랬는데 좀 다음부터는 '죽고 싶다'는 얘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한번은 "그동안 여러 번 달리는 차에 뛰어들려고 했지만, 무서워서 차마 시도하지 못했다"고도 털어놨다. "차도로 뛰어들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밉다"고도 말했다. 부모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고 이재현 군의 아버지 이경희 씨(왼쪽), 어머니 송해진 씨.

어린 맘을 휩쓴 '2차 가해'

죄책감을 극복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재현 군에게 '2차 가해'가 덮쳐왔다. 부모는 재현 군이 직접 썼던 인터넷 댓글 하나를 보여줬다. 지난해 11월 초 이태원 참사를 다룬 한 시사 프로그램의 유튜브 영상에 재현 군의 댓글이 있었다. 자신을 이태원 참사 생존자라고 밝히며 시작한 긴 글이었다. 참사 현장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자신이 느낀 고통은 어느 정도였는지, 친구 2명을 잃은 심정이 어땠는지 등 절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 댓글에 100개가 넘는 대댓글이 달렸다. 상당수가 비난과 조롱이었다. 재현 군은 다시 댓글로 "피해자들은 죄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소용없었다. 더 심한 말들이 되돌아올 뿐이었다. 
2차 가해를 하는 글들이 되게 많았고요. 다 기본적인 멘트들이 '너네들 놀러 가서 그렇게 된 거 아니냐', '사람이 그렇게 많으면 거기를 가지 말아야지 거기를 왜 갔느냐.' 재현이가 그 사람들하고 댓글로 계속 싸우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아예 댓글을 안 달더라고요. 재현이도 아마 좀 절망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댓글을 달아봐야 전혀 소용이 없다...

이경희 / 고 이재현 군 아버지
이태원 참사를 다룬 한 시사 프로그램의 유튜브 영상에 이재현 군이 직접 단 댓글. 이 댓글에는 100개가 넘는 대댓글이 달렸다. 상당수는 2차 가해성 발언을 담고 있었다. 
부모는 재현 군을 2차 가해로부터 지켜주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못 쓰도록 24시간 감시할 순 없었다. 당장 휴대전화를 빼았더라도 친구들을 만나면 언제든 휴대전화를 쓸 수 있었다. 아버지 이경희 씨는 "분명히 자기가 당한 일이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가 뜨면 클릭할 거고, 기사 밑에는 2차 가해하는 댓글이 계속 있었을 텐데... 재현이를 2차 가해에서 단절시킬 수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댓글을 아예 보지 말라는 말 외에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2차 가해가 상처를 치유하려는 참사 당사자들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피해에서 '사회적 의미'를 찾으며 상처를 회복해간다. 비록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허점이 드러나 사회를 더욱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당사자들에겐 큰 위안이 된다는 얘기다. 또 이를 지지해주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참사 당사자들은 잃었던 '사회에 대한 신뢰'를 되찾는다. 
그런데 2차 가해는 그런 희생이 무의미하고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느끼도록 만든다. 상처 회복의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셈이다. 백종우 교수는 "무의미한 죽음에 대해 왜 목소리를 내느냐고 비난하는 겁니다. 또 귀찮다고 하는 거죠. 몇 년에 걸쳐서 하던 치유의 노력도 이런 근거 없는 비난과 댓글 앞에서 하루에 무너지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손 놓은 정부... "2차 가해 반대 메시지라도 내야 했다"

사회적 참사가 발생한 이후 2차 가해에 의한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가 나서 2차 가해 문제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내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정설이 된 지 오래다.
정부도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뉴스타파는 행정안전부의 '기능별 재난대응 활동 계획' 매뉴얼에 2차 피해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정부는 SNS 등에서 퍼지는 유언비어를 모니터링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정보를 배포해야 한다. 백종우 교수는 "과거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해 사회적 편견이 있었을 때 정부가 했던 행동을 생각해 보시면, 확진자들에게 차별이 가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죠. 현재도 2차 가해에 대해 좀 더 반복적이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태원 참사 이후 2차 가해 문제에 대해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10월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혐오 발언과 허위정보 공유를 절대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정부가 2차 가해 세력과 선을 긋고, 2차 가해의 주된 논리를 반박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까지 2차 가해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한 일은 딱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이태원 참사 관련 악의적 게시물에 대한 경찰 수사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삭제·차단 조치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 기준 전국 경찰의 2차 가해 관련 수사는 모두 43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난해 10월 11건, 11월 23건으로 참사 초기에 몰려 있다. 지난해 12월 진행한 수사는 3건, 올해 1월에는 6건이 전부였다. 경찰이 방심위에 악의적 게시물을 삭제 차단해 달라고 요청한 건수도 지난해 10월 115건, 11월 418건, 12월 32건, 올해 1월 19건으로 초반에만 집중됐다. 방심위의 삭제·차단 조치도 참사 직후인 11월에 집중돼 있었다.  
정부는 그동안 2차 가해 문제에 대해 경찰이 적극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월 31일 기준 전국 경찰의 2차 가해 관련 수사는 모두 43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참사 초기에 몰려 있었다.  
뉴스타파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을 통해 행정안전부와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등에 2차 가해 문제에 대한 추가 대책이 있는지 물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경찰 수사와 방심위 조치가 전부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행안부 내 '이태원 지원단'이 각 정부 부처에 '2차 피해 관련 소관 사항 점검을 강화하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도 확인했지만 역시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이태원 지원단 요청에 따라 2차 피해 축소를 위해 인력과 예산을 늘린 곳은 전무했다. 
정부가 아무런 방패막이가 되어 주지 못하는 사이, 재현 군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홀로 버티고 있었다. 재현 군은 먼저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상담치료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부모는 마음을 접었다. 서비스의 질을 전혀 신뢰할 수 없었다. 
제가 서울시에서 하는 정신 상담 프로그램에도 연락해봤어요. 부모로서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를 케어해야 되는데, 대체 어떤 지침을 갖고 케어를 해야 되는지 그걸 좀 나한테 가르쳐 달라, 누구한테 물어봐야 되느냐 그러니까 정말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하더라고요. '깊은 사랑과 애정을 갖고 아이 옆에서 주의를 갖고 봐라' 이렇게요. 이런 곳에 가면 오히려 재현이가 상담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다른 데를 데려가도 상담을 안 받으려고 할 것 같았어요. 

송해진 / 고 이재현 군 어머니
정부가 만들었다는 '원스톱 지원센터'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진료비가 지원된다는 상투적인 말뿐이었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해 전화하면, '여기로 연락해 보라'며 일을 넘기는 콜센터에 불과해 보였다. 어머니 송해진 씨는 "이름도 참 좋아요, 원스톱 지원센터. 정말 모든 걸 원스톱으로 지원해 줄 것 같은 센터잖아요? 하지만 정말 아니거든요. 그런 센터가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 지원 기관별로 정보 공유도 안 돼 있고 업무 분담도 안 돼 있고요"라고 말했다. 
결국 부모가 알아서 좋은 병원을 찾아내 치료를 받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학병원에서도 별 차도가 없자 부모는 장시간 상담치료가 가능한 정신과 개인병원을 알아봤다. 병원에선 기본 한 달은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6개월 뒤에 오라는 곳도 있었다. 그 사이 재현 군의 고통은 손쓸 수 없이 깊어져 가고 있었다. 

159번째 희생자가 된 재현 군... 정부는 또 개인 탓

결국 재현 군은 지난해 12월 12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개인병원 진료 시작에 앞서 받은 심리검사 결과가 나오기 이틀 전이었다. 사망 후 발급된 심리검사 결과지에는 '극심한 혼란 상태', '자살 고위험'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해 12월 12일 이재현 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6년생으로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재현 군이 숨진 이후 부모는 희망을 잃었다. 어머니 송해진 씨는 "내일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우리가 살면서 다짐 같은 걸 굉장히 많이 하나 봐요, 계획도 그렇고요. 내가 하는 그 무수히 많은 행동들이 다 미래를 위한 계획이나 다짐의 연장선상이더라고요. 그래서 현재 내가 하는 일들이 정말 의미가 없어요. 다짐이나 계획 같은 게 잘 안 세워지니까요"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들 없이 살아갈 아득한 미래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아버지 이경희 씨는 "가끔 제가 일하는 곳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오시면, 저도 어쨌든 저 나이까지는 살 텐데 '나는 그러면 어떤 생각으로 저 나이 때까지 살게 될까', '저 나이가 되면 재현이를 잊고 살아가는 걸까', 그런데 부모는 재현이를 잊으면 안 되잖아요. 이런 생각들이 계속 들어요"라고 말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정부의 부실한 생존자 관리와 2차 가해 방치가 재현 군의 사망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단호하게 '2차 가해는 잘못된 것이며 멈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야 사회적으로 분위기도 형성되고 2차 가해를 멈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진심으로 자신들의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메시지도 낼 필요가 없다.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수사하고 기소해서 처벌하면 되는 것 아니냐.' 정도의 생각을 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부로서 이 공동체를 유지해야 된다는 생각이 없고, 여전히 검사로서 형사법적 절차에 대한 인식 수준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2차 가해도 불법적인 수준의 것만) 처벌하면 된다. 정부가 더 할 일은 없다고 보는 것 같아요.

용혜인 / 기본소득당 의원
재현 군의 죽음에 대해 정부는 책임을 부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재현 군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15일 "본인이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재현 군의 죽음을 개인의 탓으로 돌린 셈이었다. 국정조사에서도 정부는 '재현 군 측이 정부가 제공하는 치료 서비스를 거부했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정부는 유가족과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요청 뒤에야 재현 군을 이태원 참사의 159번째 희생자로 인정했다. 

살기 위해, 생존자들은 만나야 한다

현재 이태원 참사 생존자는 약 2백 명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재현 군과 같은 비극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재현 군의 사망 소식을 접한 생존자들의 위험도는 더욱 높아진다고 말한다. 백종우 교수는 "생존자들은 안 그래도 (이재현 군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겁니다. 나만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는데, 누군가는 그걸로 인해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됐을 때 다른 분들도 '나는 살아서 뭐 하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죠. 이런 걸 '군집 자살'이라고 하는데요. 청소년·청년에게는 그 영향이 더 큽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현 군의 죽음은 다른 생존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생존자 김초롱 씨는 지난 1월 국정조사에 나와 "고등학생 생존자가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 때 저는 스스로 잡고 있던 끈을 놓칠 뻔했습니다.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선생님을 찾았고 약의 용량을 늘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뉴스타파와 인터뷰했던 생존자 김지선(가명) 씨도 "그 학생의 이야기가 너무 제 얘기 같았어요. 저도 솔직히 자살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생존자 보호와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 정책은 개별적인 상담·치료 프로그램 제공과 치료비 지원이 거의 전부다. 가장 시급한 일은 생존자들이 서로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머니 송해진 씨는 재현 군에게 다른 생존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이라도 주어졌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희가 유가족들을 보면서 어떤 특별한 말과 대화를 해서 위안을 얻는 게 아니예요. '나의 처지를 알고 있겠구나’라는 그 사실 자체가 제게 주는 위안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기회가 재현이한테는 아예 없었으니까요. 만남의 기회가 있었다면, 재현이가 그래도 자기 마음을 좀 터놓을 수 있는 시간이 약간이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송해진 / 고 이재현 군 어머니
생존자들에게 만남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건 정부 뿐이다. 현재 전국에 흩어져 있는 생존자들은 다른 생존자들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연락처를 알고 싶어도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불가능하다. 정부가 나서 모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용혜인 의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에 단원고 학생들이 함께 모여 공동의 치유 시간을 가졌던 것을 기억한다면, 정부가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건 당연히 필요한 일입니다. 국제기구에서도 사회적 참사에 있어서 '피해자들의 소통과 의견 공유를 위한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얘기합니다. 적십자의 경우 '재난 상황에서의 참여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필수적인 기반이기 때문에 개인과 그룹이 자신들을 위해서 단체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얘기합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28일, 뉴스타파의 주선으로 만난 이태원 참사 생존자 이주현 씨(왼쪽)와 김지선(가명) 씨. 만남 이후 두 생존자는 "다른 생존자들과도 얘기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 "정부에 생존자 모임 활동 건의하겠다"

뉴스타파는 행정안전부에 생존자들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행안부 측은 "부상자(생존자)들에 대해선 주로 원스톱 지원센터에서 대응하고 있다"며 "생존자 모임에 대해선 요청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검토한 게 없으며 원스톱 지원센터로 문의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가장 많은 생존자가 있다는 서울시에도 문의했다. 확인 결과 그동안 서울시도 생존자 모임이나 단체 프로그램 등에 대해 논의·검토한 적은 전혀 없었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뉴스타파의 문의에 대해 "서울시만 단독으로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건복지부에 '(생존자) 모임 활동을 활성화하자'고 건의해서 정부 지침 내에서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생존자 소모임 활동이나 상담 프로그램에 대해 건의하겠다"고 답변했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촬영정형민 신영철 이상찬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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