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⑥ 정종섭 이개호, 표절 정책연구 혈세 낭비

2018년 10월 18일 20시 00분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 갑)과 농림축산식품부 이개호 장관(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남 담양 함평 영광 장성)이 국민의 세금으로 펴낸 정책 보고서에서 심각한 표절이 발견됐다. 두 의원의 정책보고서는 굳이 예산을 들여 정책 연구를 해야할 이유가 전혀 없을 정도로 기존의 자료를 거의 통째로 베낀 수준이었다. 국회 사무처는 정책 보고서의 표절 및 무단 인용을 금지하고 있다.

1. 정종섭 : 본인 제자에게 연구비 주고 표절 보고서

서울대 법대 교수, 행자부 장관 출신의 이른바 ‘진박’ 정치인인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 갑) 은 지난 2016년 12월 ‘정치 관계법 개정 방향에 관한 정책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연구를 맡은 사람은 당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이었던 김 모 씨, 김 씨에게는 국회 예산 100만 원이 연구비로 지급됐다.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동구갑)

그런데 보고서에서 이상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

논문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조언을 해주신 익명의 심사위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런 문구는 보통 학술 논문에 사용되는 표현이다. 이를 수상하게 생각한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 보고서의 표절 여부를 취재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나온 비슷한 주제의 논문과 보고서를 일일이 찾아 대조했다.

▲정종섭 의원실이 맡긴 김 OO 씨의 정책보고서 중 일부(위), 용역 수행자 김 OO 씨가 경북대 학술지에 게재한 본인의 학술논문 중 일부

오래지 않아, 취재진의 의심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의 2장은, 4년 전 경북대 학술지에 게재된 학술논문과 정확히 일치했다. 보고서 3장과 4장도 넉달 전에 나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베꼈다. 5장은 6개월 전중앙선관위와 한국법제연구원의 공동 연구보고서를 복사하듯 옮겨왔다. 참고 문헌 표기, 인용 및 출처 표기는 전혀 없었다.

놀라운 것은 김 씨의 정체였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 씨는 정종섭 의원이 서울대 법대 교수를 하던 시절, 정 의원의 제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종섭 의원실에 해명을 요청했다. 정종섭 의원실의 보좌관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공직 선거법과 정치 자금법에 대한 자문을 김 씨에게 의뢰했는데 그 내용을 가지고는 연구 용역 보고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회계 처리를 위해 기존에 본인이 썼던 논문 중에서 추려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라고 답변했다. 즉, 김 씨에게 다른 일을 맡겼지만 그 일로는 돈을 줄 수 없었기 때문에 표절 보고서라도 받아서 돈을 줬다는 얘기다. 해명이 사실이라면 정종섭 의원은 자신을 돕던 제자에게 국회 예산으로 돈을 주기 위해 표절 보고서를 먼저 요구한 셈이다.

뉴스타파 기자가 정종섭 의원을 직접 만나 입장을 물었지만 정종섭 의원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보좌관에게 물어보라고 답변했다. 이후 정종섭 의원실은 “해당 정책 보고서는 국회의원 자문용 비공개 보고서였고, 전문기관이 표절 등 문제가 된다고 판단하면 연구비 전액을 환수 조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보내왔다.

2. 이개호 : ‘자기표절 재탕 보고서’에 연구비 300만 원

이개호 농림축산부 장관(전남 담양 함평 영광 장성)은 2016년 3월 19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를 두 달 앞두고 ‘친환경 농산물 중국 수출’을 주제로 한 정책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자신의 지역구와 가까운 광주 전남 연구원의 조 모 씨에게 연구 용역을 맡긴 뒤 300만 원을 지급했다.

▲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보고서는 2년 전 조 씨 본인이 발표한 정책 연구를 서론부터 결론까지 100%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제목만 조금 다를 뿐 글의 내용이나 그림, 도표까지 정확히 일치했다. 물론 인용이나 출처 표기 역시 전혀 없었다.

이개호 장관 측은 “국회의원 정책 연구는 전문적인 학술 연구가 아니며 표절로 주장하는 것은 정책 보고서의 특성을 오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회사무처의 정책개발비 지급 안내 자료를 보면, 다른 자료를 인용할 경우 반드시 인용 출처를 명시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이렇게 불필요한 정책 연구 용역을 굳이 왜 했는가도 의문이다. 해당 분야의 자료가 필요했다면 2년 전의 보고서를 참고하면 됐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을 300만 원이나 들여 정책 연구를 맡길 이유가 없었다.

이개호 장관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표절이 된 게 확인이 되면 연구비 반납 등 여러가지 조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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