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무소불위’ 권력이 되다

2014년 02월 04일 20시 04분

“우리나라는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이 25%에요"

어버이연합과 같은 극우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말이 아니다. 방송 언론의 생살여탈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현직 위원이 한 말이다.

엄광석 방심위 위원은 3일 뉴스타파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방심위 심의의 공정성과 관련해 자신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국민의 4분의 1이 헌법질서 부정 세력이라는 발언을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같은 선진국과는 달리 한국은 국민들이 너무 감정에 치우칠 수 있기 때문에 방심위가 방송 보도나 프로그램의 정치적 공정성을 심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엄광석 위원

방심위가 내세우는 ‘공정성’, 그 잣대는 무엇인가?

문제의 발언을 한 엄광석 위원은 언론인 출신으로 집권 여당이 추천한 방심위 위원이다. 방심위 위원은 모두 9명, 이 가운데 3명은 대통령이 추천하고, 6명은 여야가 각각 3명씩 추천하도록 돼 있다. 결국 여야 6대 3의 비율 때문에 태생적으로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 구도이다. 이런 기관이 언론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것 자체가 방심위를 둘러싼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지적이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구성 여야 추천 현황

현재 방심위의 위원장은 MB 정권 시절인 2011년 임명된 공안검사 출신의 박만씨, 부위원장은 당시 한나라당이 추천했던 권혁부씨다. 이 두 사람은 지난 2008년 8월 8일, KBS 이사회가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정연주 사장의 해임 제청을 의결할 당시 이에 동의한 KBS의 집권 여당측 이사들이었다. 지난 2012년 대법원은 정 전사장에 대한 해임이 무효라고 확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박만 위원장 외에 역시 여당 추천의 최찬묵 위원도 공안 검사출신이다. 또 국민의 25%가 헌법질서 파괴세력이라고 단언한 엄광석 위원이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자신은 방심위 내에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중도보수적 위치에 있다고 말한 점을  감안하면, 방심위가 과연 국민의 상식과 부합하는 합리적인 인물들로 구성돼 있는지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원회 회의

방심위 상임위원, 3년 임기 동안 각각 6억 원 받아

방심위 상임위원에 대한 보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심위 상임위원 3명은 1억 5천만 원 안팎의 연봉과 수천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3년 동안 보장받는다.  방심위는 정부에 올해 운영지원경비 3% 인상안을 요구했다. 특히 상임위원 3명과 사무처 정규직 173명에 대한 인건비 예산만 128억 원을 요청해 그대로 관철시켰다. 기관 운영을 위한 기본 경비 50억 원 가량은 별도로 요구했다.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 초기에 설립된 방심위는 당초 설립 취지인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보장'과는 반대로 방송사의 언론 자유를 옥죄는, 사실상의 행정기관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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