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피지 정부, 은혜로교회 지도부 6명 추방 결정...대표는 법적 다툼

2023년 09월 08일 18시 56분

2023년 09월 08일 18시 56분

피지 정부가 신도 폭행 등으로 물의를 빚은 한국의 이단 교회, '은혜로교회'의 지도부 6명을 강제 추방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현지시간) 피지 내무부 겸 이민부 장관 피오 티코두아두아(Pio Tikoduadua)는 피지 경찰과 이민부가 은혜로교회 적색 수배자 6명의 강제 추방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대상자는 은혜로교회 신옥주 목사의 아들인 김정용(Daniel Kim) 씨를 포함해 이모 씨(A), 최모 씨, 이모 씨(B), 윤모 씨, 신모 씨다. 
피지 정부의 강제 추방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국제 탐사보도기관인 OCCRP(조직범죄 부패 보도 프로젝트·Organized Crime and Corruption Reporting Project)와 함께 은혜로교회의 신도 폭행과 피지 정부와의 유착 관계를 추적보도한 지 1년여 만이다. 
은혜로교회는 2013년부터 신도 400여 명을 데리고 피지로 집단 이주해 현지에서 농장과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며 현지 핵심 권력자들과 유착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또한 신도들을 상습 폭행하고 감금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피지 정부가 추방을 결정한 6명 중 2명은 이미 한국으로 송환됐다. 그러나 김정용 씨 등 4명은 현재 피지 법원에서 추방 여부를 다투고 있다. 
▲ 9월 7일 은혜로교회 지도부 6명의 추방과 관련해 피오 티코두아두아 피지 이민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피지 내무부·이민부 기자회견 SNS 생중계 화면 갈무리) 
은혜로교회 설립자 신옥주는 2013년부터 신도들을 피지로 이주시키기 시작했다. 신 목사는 피지가 성경에 나오는 ‘낙토’라고 주장했다. 약 400명에 이르는 신도들이 피지로 이주한 이후, 신 목사와 은혜로교회의 지도부는 이른바 ‘타작 마당’을 통해 신도들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신도들은 극심한 무임금 노동에도 시달렸다. 
2018년, 은혜로교회 목사 신옥주가 특수폭행 등 혐의로 한국 경찰에 체포되고 이후 재판에 넘겨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신 씨의 아들 김 씨가 은혜로교회 대표로 남았고, 신도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은혜로교회는 피지에서 ‘그레이스 로드(Grace Road) 그룹’이라는 사업체를 꾸려 식당, 카페부터 주유소, 치과, 건설업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2018년 8월, 한국 경찰은 김 씨와 은혜로교회 지도부도 한국으로 송환하려고 했으나 피지 경찰의 개입으로 실패했다. 
뉴스타파와 OCCRP는 지난해 7월, 은혜로교회에 각종 특혜를 준 당시 피지 정부의 문제를 심층 보도했다. 은혜로교회는 현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피지 정부와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 협업취재팀은 피지 국책은행의 대출, 각종 사업 수주, 2018년 및 그 이후 경찰 수사 무마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관련 기사 [피지에 '왕국' 세운 이단교회]① 은혜로교회, 신도 폭행·착취, [피지에 '왕국' 세운 이단교회]② 피지 정부, '은혜로교회' 비호 의혹)
보도 이후 피지 집권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에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피지 야권, '은혜로교회-피지정부 유착' 조사 촉구). 그리고 지난해 12월, 정권이 교체됐다. 새로 출범한 피지 정부는 올해 2월, 은혜로교회와 이전 정부의 유착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피지 이민부 장관은 은혜로교회 지도부 강제 추방 이유와 관련해 “이들은 인터폴 적색수배자로 한국 정부가 이미 여권을 무효화했고, 과거에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적 있다”며 “전 정부가 이 모든 것을 무시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은혜로교회 피해자들의 모임인 ‘은혜로교회대책위원회’ 이윤재 대표는 “당연히 체포돼 와야 할 사람들이 이제야 피지 정부의 협조 하에 오게 됐다”라며 “무엇보다 핵심 멤버 둘(김정용 대표와 총무 이모 씨)이 한국으로 송환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작진
취재강혜인 이명주 OCCRP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