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카르텔]⑩ '3억 연봉' 배후에 김건희 측근들, 김대남 녹취록에 등장

2024년 10월 10일 12시 48분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언론인들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고 발언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 지난달 27일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이 김대남의 '언론 고발사주' 발언을 처음 보도한 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21일에 열릴 국정감사에 김대남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관련 기사 : 전직 대통령실 비서관의 자백 "내가 언론인들 고발 사주했다")
공동취재팀은 김대남이 SGI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직에 낙하산 채용된 정황도 보도했다.(관련 기사 : '언론 고발사주' 발언한 김대남, 억대 연봉 감사직은 "내가 찍은 곳")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가 김대남과 통화하며 녹음한 41개 음성파일에는 "(서울보증보험은) 내가 찍은 곳"이라고 말하는 김대남의 육성이 담겨 있었다. 금융권 경력이 전무한 김 전 비서관은 지원 서류도 제출하지 않은 채, 최대 연봉 3억 6천만 원에 달하는 상임감사직을 꿰찼다. 그의 임명 절차에 소요된 시간은 5분 가량에 불과했다. 
보도 후 '낙하산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공동취재팀은 41개 녹취록에서 김대남이 자신의 취업을 도와줬다고 언급한 대통령실 소속 두 인물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들은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김대남이 두 인물을 거론하는 통화를 한 뒤, 그는 실제로 '3억대 연봉' 취업에 성공했다. 

윤석열 40년 지기의 아들 황종호 행정관...김대남 "종호가 얘기하고 있다" 

첫 번째 인물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황종호 행정관이다. 지난 6월 17일 김대남은 이명수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황종호 행정관으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를 전했다. 이날 통화에서 김대남이 "아니 그러니까 이제 이런 거야. 한동훈이가 자기가 이제 하고 싶은 거지. 뭔가 지금 자꾸 잊혀지면 안 되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데 윤(석열)이 한(동훈)을 졸라 미워하니까. 미워한다기보다도 저 싸가지 없는 새끼 이러고 있고...그다음에 이제 한(동훈)은 또 윤(석열) 보고 저 정신 나간 양반 뭐 이런 식이야 지금...그러니까 둘이 지금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어"라고 말하자 이명수 기자는 "형님 그거는 확실합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에 김대남은 "아, 확실해. 내가 그거 황종호한테 들었잖아. 종호가 제일 확실한 거 아니야"라고 답했다. 정리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관계가 파국에 이르렀다는 내용이다. 이명수 기자가 발언의 신빙성을 되묻자, 자신의 정보 출처가 황종호 행정관인 만큼 확실히 믿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 김대남 : 아니 그러니까 이제 이런 거야. 한동훈이가 자기가 이제 하고 싶은 거지 뭔가 지금 자꾸 잊혀지면 안 되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데 윤(석열)이 한(동훈)을 졸라 미워하니까 미워한다기보다도 저 싸가지 없는 새끼 이러고 있고.

● 이명수 : 그렇죠.

○ 김대남 : 그다음에 이제 한(동훈)은 또 윤(석열) 보고 저 정신 나간 양반 뭐 이런 식이야 지금. 그러니까 둘이 지금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어.

● 이명수 : 네, 형님 그거는 확실합니까?

○ 김대남 : 아, 확실해.

● 이명수 : 아, 그래요?

○ 김대남 : 내가 그거 황종호한테 들었잖아.

● 이명수 : 그래요?

○ 김대남 : 종호가 제일 확실한 거 아니야

● 이명수 : 그렇죠. 확실하죠.

김대남 전 비서관-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 통화 녹취록(2024.6.17.)
황종호 행정관은 누구이기에 대통령에 대한 "제일 확실한" 소식통으로 꼽혔을까. 황 행정관은 지난 대선 때부터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당시 언론 기사를 보면, 황 행정관의 부친이 윤석열 대통령과 40년 이상 인연을 맺은 강원도 지역의 유력 사업가고, 후보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황 씨가 윤석열 후보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대통령실이 '사적 채용' 논란으로 시끄러웠을 때 일부 인사는 채용이 취소됐지만 황종호 행정관은 지금까지 줄곧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다.
실제로 황 행정관은 '윤핵관' 현직 의원들도 함부로 못 하는 김건희 여사의 문고리 권력 중 한 명으로 통한다. 녹취록에서 김대남은 자신은 황종호의 고등학교 선배라서 가깝게 지내고 있지만, 대통령실의 다른 사람들은 황종호에게 "꼼짝 못 한다"고도 말한다.
같은 날 통화에서 김대남은 황종호 행정관이 자신의 취업을 챙기고 있다고도 말했다. 김대남은 자신보다 스무 살 이상 어리고, 직급도 낮은 황정호 행정관에게 납작 엎드려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는 뭐 어쨌든 지금 어디 공기업이라도 어쨌든 들어가야 되니까 (황)종호라든지 이제 현 정권에 그냥 납작 이제 저거 해가지고 자리 하나를 받아내야 되니까...(공기업) 얘기는 지금 이원모가 지가 미안하니까 얘기하고 있고, 황종호도 저기 지도 나를 선배님을 좀 챙겨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제가 제일 먼저 얘기하고 있습니다” 뭐 이러고 하니까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고. 그 사이에 알바처럼 내가 한동훈이를 도울 수는 없잖아."
○ 김대남 : 영원한 저것도 승자도 없고.

● 이명수 : 그렇죠.

○ 김대남 : 영원한 패자도 없으니까 그렇게 해가지고 딱 하고. 나는 뭐 어쨌든 지금 어디 공기업이라도 어쨌든 들어가야 되니까. (황)종호라든지 이제 현 정권에 그냥 납작 이제 저거 해가지고 자리 하나를 받아내야 되니까.

● 이명수 : 어떻게 좀. 어떻게 뭐 좀.

○ 김대남 : (공기업) 얘기는 지금 이원모가 지가 미안하니까 얘기하고 있고, 황종호도 저기 지도 나를 선배님을 좀 챙겨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제가 제일 먼저 얘기하고 있습니다” 뭐 이러고 하니까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고. 그 사이에 알바처럼 내가 한동훈이를 도울 수는 없잖아

김대남 전 비서관-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 통화 녹취록(2024.6.17.)

"이원모도 자기가 미안하니까 얘기하고 있다"...'김건희 여사'에게 취업 청탁했나 

김대남 녹취록에는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도 수시로 등장한다. 주로 본인의 공기업 취업과 관련해서다. 김대남은 지난 총선에서 경기도 용인갑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원모 인사비서관이 이 지역에 전략공천되면서 한순간에 밀려났다. 그러나 김대남은 이원모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선거 운동을 함께 했다. 이유가 있었다. 김대남은 녹취록에서 이원모의 부인이 김건희 여사님과 가깝다면서, 공기업에 들어가려면 이원모의 '따까리'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지난 4월 3일 김대남-이명수 통화 녹취록 내용이다.
● 이명수 : 예, 선배님 어떻게 지내세요?

○ 김대남 : 야, 마지 못해서 여기서 이원모 따까리 노릇하고 있다 지금 여기서. 그래서 지금 나는 그냥 이게 또 여기 원모가 원모 마누라가 또 청 (김건희) 여사님하고 가깝잖아.

● 이명수 : 그렇죠.

○  김대남: 자생한방병원 집 딸 아니야. (그렇죠) 그래서 거기가 거기 중매를 섰다잖아.

● 이명수 : 알죠, 그건 다.

○  김대남 : 그래서 이제 난 여기서 저기 뭐야 여기서 눈치 봐가면서 여기서 지금 저거 하고 있어 어디에든, 어디 공기업이라도 들어가려고 잘 보이고 있지. 그래서 (총선) 끝나고 어디 넣어주면 자기가 인사비서관을 했으니까 부탁해서 넣었는데 어디 어디 갈 건지에 대해서는 찾아봐야지 뭐.

● 이명수 : 그러니까 형님 뭐 갈 데야, 꽂아주는.

○ 김대남 : 아니 그래도 우리는 정권을 잡고 있으니까. 갈 데는 찾아보면 있겠지 뭐 어디든.

● 이명수 : 그러니깐요.

○ 김대남 : 얼마나 높이 가느냐가 문제지.(중략) 그러면 니가 바짝 키우란 말이야. 지금 이 여사 내가 여사 여기 지금 누구지 여기 이원모 부인도 보니까 (김건희) 여사하고 엄청 친하더라고

● 이명수 : 많이 친할 거야.

○ 김대남 : 그 자리에서 (이원모 부인이) 바로 전화하면 (김건희) 여사가 전화를 바로 받아.

김대남 전 비서관-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 통화 녹취록(2024.4.3.)

김건희 최측근들 통해 우회적으로 취업 청탁했을 가능성 확인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의 부인 신 모 씨는 2022년 7월, 민간인 신분으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나토 순방에 동행한 사실이 드러나 큰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다. 신 씨는 윤석열 후보 캠프 비서실에서 일한 전력이 있다. 이원모 비서관과 신 씨를 맺어준 사람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남은 자신이 이원모의 선거 운동을 도우면서, 부인 신 씨가 김건희 여사와 매우 가깝단 사실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서울보증보험 감사직은 금융권 경력이 없는 선임행정관 직급이 갈 수 없는 자리라는 지적이 분분하다. 기존에 이 자리에 앉았던 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출신이 갈 수 없는 자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지난 6월 17일자 김대남 녹취록에는 황종호와 이원모가 김대남의 취업 청탁을 위해 누군가에게 얘기를 하고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두 사람이 얘기를 하고 있다는 상대방은 누굴까? 
41개 녹취록을 살펴보면, 김대남 취업 청탁의 최종 목적지는 김건희 여사로 좁혀진다. 황종호와 이원모가 김 여사에게 김대남의 취업을 실제로 청탁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두 사람이 김건희 여사와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그간의 여러 정황들로 확인된다. 
대통령실은 "김대남은 김건희 여사는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과도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대남은 최근 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직을 돌연 사퇴한 뒤 KBS 기자와 만나 "여사님의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김대남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김건희 여사의 측근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취업 청탁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공동취재팀은 이원모 비서관과 황종호 행정관에게 김건희 여사에게 김대남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있는지 여러 차례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제작진
취재봉지욱·박종화·연다혜(이상 뉴스타파)·문상현(시사IN)·신상호(오마이뉴스)
촬영이상찬 신영철
편집정지성
그래픽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