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건축 인증제’는 ‘교피아’의 블루오션?

2014년 09월 30일 23시 59분

-‘한국교육환경연구원’, 수십억 이권 학교 녹색건축 인증 ‘싹쓸이’

-임원 40%가 교육부 등 관료 출신...원장, 이사장 연봉 3억, 2억

-연구원 예산으로 교육시설 담당 공무원 천여 명 ‘해외연수’보내

전국 학교건물의 녹색건축 인증을 특정 민간기관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 한 건 당 최소 천만 원 이상의 학교시설 녹색인증 사업을 싹쓸이 하고 있는 이 기관의 임원 구성을 보면 40%가 교육부나 교육청 시설과 공무원 출신으로 구성돼 있어 이른바 ‘교피아(교육 관련 마피아)’의 이해관계가 독점적 수주와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02년부터 시작된 ‘녹색건축 인증제’(구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지정한 인증기관에 수수료를 내고 인증심사를 받는 제도다. 인증 수수료는 규모 별로 1000~2000만원에 이른다. 녹색성장을 주창하던 이명박 정부 때 활성화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부터 공공기관의 건축물은 의무적으로 이 인증을 받도록 법이 개정됐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결과, 학교건물 가운데 71%를 특정 민간기관이 싹쓸이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의 녹색건축 인증 실적 현황에 따르면 전체 1650개 학교 가운데 71%에 해당하는 1176개교의 녹색 건축 인증을 ‘한국교육환경연구원’이라는 곳에서 도맡아 했다. 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유수의 인증 기관 업체가 수주한 것은 두 기관을 합쳐도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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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증기관 관계자는 “녹색건축 인증은 적지 않은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분야로 일종의 블루오션”이라며 “교육환경연구원은 인증사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학교 시장을 독점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고 전했다.

이렇게 특정 인증업체에 국공립학교 건물의 녹색건축 인증 사업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뉴스타파 취재결과 각 시도 교육청은 MB 정부 시절부터 학교건물을 신축할 때 설계사무소나 시공사 측에 의무적으로 녹색인증을 받도록 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이 학교 의사와 상관없이 ‘교육환경연구원’에 녹색건축 인증을 요청했고 교육청 예산에서 심사비를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정작 학교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학교가 녹색건축 인증을 받았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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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측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인증심사를 요청한 것이며, 교육환경연구원이 교육환경을 연구하는 전문기관이자 수익을 거의 남기지 않는 비영리사단법인이기 때문에 이 곳에 인증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환경연구원의 임원 면면을 살펴보면 단순한 연구기관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사진 18명 가운데 7명이 전현직 공무원들로 구성됐다. 나머지는 교수 8명, 건축사 대표 1명, 건축사 출신 1명 등이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장 출신과 경기도교육청 시설과장 출신이 각각 상근이사로 재직중이고, 교육부 시설담당관이 당연직 이사로, 2010년까지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과장을 지낸 사람은 이곳에 감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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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기관은 녹색건축 인증의 발주처인 교육청, 교육부 시설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해외연수를 보내주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연수비의 70%는 연구원에서 지불했다. 인증제가 활성화 된 2008년 이후 300여명의 시설담당 공무원을 이탈리아, 체코 등에 연수 보냈다. 1998년 연구원이 설립된 이후부터 계산하면 이 기관의 예산 지원으로 연수를 떠난 시설담당 공무원은 1000명이 넘는다.

연수를 다녀온 시설담당 공무원들은 “댓가성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연수 행태는 공무원 국외연수 운영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년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야당 간사)은 “교육부 국외여행 규정을 보면 산하기관에 연수비를 부담시키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데, 대부분의 수익을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발생시키는 기관으로부터 해외여행 비용을 받는다는 것은 규정 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소관 비영리사단법인인 이 기관은 교육부와 관련된 연구용역도 많이 따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년 의원실이 교육부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2008년 이후 연구원이 수주한 연구용역 22건 중 15건이 교육청 등 교육부 유관기관이 발주한 것이었다. 비용은 7억 3천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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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이후 교육부 및 유관 기관으로부터 받은 연구용역 목록 / 단위 :만원 (자료 : 김태년 의원실)

특히 이 연구원은 이사진과 연관있는 교육부 교육시설담당과에서 3000만원의 연구용역을, 김재춘 청와대 교육비서관이 이사로 재직했던 시기에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위원회에서 6000만원 상당의 연구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녹색건축 인증 사업뿐만 아니라 연구용역을 대거 수주한 배경에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맹준호 교육환경연구원장은 “다른 학교시설 관련 연구기관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자신들이 수의계약을 맺게 된 것”이라며 “이 곳은 학계, 관계, 민간 전문가 집단이 모인 순수 비영리사단법인”이라며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교육환경연구원은 녹색인증과 정부 용역 사업 등으로 한 해에 25억 원 가량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비영리사단법인이라지만 원장의 연봉은 3억, 이사장은 2억 원에 이른다. 또 연수비, 접대비 등 공익사업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항목에도 매년 2억 원 가량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