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내부 고발' 직원 보복성 해고
2018년 03월 08일 19시 44분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서대원 사무총장의 직장 내 성희롱 정황이 인정된다며 27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렸다. 지난 3개월 간 유니세프 내 성희롱 의혹을 조사해온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나옴에 따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내부 진상조사위원회가 관련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또한 성희롱 피해자와 성희롱 의혹 등 서대원 사무총장의 비위의혹을 내부 고발한 직원을 부당하게 탄압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3월 8일 성희롱 의혹을 포함한 서대원 총장의 비위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서 총장의 비서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지난 2016년 8월 서 총장에게서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 이후 이 직원의 상사이던 김 모 팀장의 문제 제기로 사내에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으나 서 총장에게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이 났다. 성희롱 피해를 주장한 이 직원은 한국 유니세프 최고 책임자인 송상현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에게 이메일을 보내 재심을 요청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제가 사내 성희롱 고발로 대체 무슨 이익을 얻을 수 있겠는지요? 동두천 미군부대 접대부에 비교당하고, 허리가 가늘어 애를 낳겠느냐는 말 정도는 유니세프 직원이라면 들어도 그냥 참아야 하는 아무것도 아닌 일인 것인지요?”라며 재심 진행을 간곡히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측은 “재조사에 착수할 정도의 새로운 증거가 없어 재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있었다는 것을 사실상 확인하고, 과태료 처분을 내림에 따라 성희롱 관련 자체 진상조사가 매우 부실했거나 사무총장 봐주기로 진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송상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은 지난 22일 직원 간담회 자리에서도 당시 성희롱 진상조사가 공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고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간담회 녹취록에 따르면, 송 회장은 성희롱 의혹 등 서대원 사무총장의 각종 비위의혹을 사내에 제기했다가 해고된 김 전 팀장을 겨냥해 “(성희롱에 대한 내부 진상조사위원회) 결과가 나오자 ‘(조사위원) 구성이 아주 정실로 됐다'고 주장했다"며 “내가 내 목을 걸고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 내 모가지를 걸고. 절대 정실로 한 일이 없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간담회 자리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전 직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 확인 결과, 성희롱 진상조사위가 구성되기 전 고충상담을 담당했던 팀장급 직원 두 명은 이후 성희롱 조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조사위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신고했고, 사건 발생 직후 피해 주장 직원의 반응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기 어렵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상이하다는 점을 들어 성희롱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설령 그러한 발언이 있었다 하더라도 해당 직원이 불쾌감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 서 총장에게 면죄부를 준 바 있다.
당시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해당 팀장급 직원 두 명은 지난 2월 26일 국장급으로 승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일을 잘 아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전 간부는 뉴스타파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서 총장이 지목한 지원자를 사진사로 채용하지 않아 괘씸죄에 시달린 전 홍보팀장은 성희롱 사건에 대한 언론취재가 시작되어 업무지침대로 (유니세프) 본부에 보고했다가 엄청난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본부에 마땅히 알려야 할 일들이 제대로 보고되지도 않는다면, 본부가 아무리 이상적인 운영방안을 제시한들 무슨 소용이 있냐"며 “최고위층이 이렇다 보니 이런 기회를 승진의 호기로 삼으려는 일부 간부들은 사무총장의 성희롱 발언조차 ‘아버지 같은 사람이 그럴 수도 있다'느니,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 얘기하고 사과하면 될 일로 웬 소란이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성희롱 등 서대원 총장의 비위 의혹을 내부고발했던 김 전 팀장을 지난해 12월 해고했으나, 3월 28일 열릴 이사회에서 뒤늦게 추인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송상현 회장은 지난 22일 직원 간담회에서 “(해고된 김 팀장이) 해고처분에 대해 이사회의 추인이 없으니까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직원 징계위원회에서 징계한 사항을 이사회에서 추인을 받으라는 규정은 없다"면서도 “(해고처분에 대한) 서면결의를 한 게 없다고 트집을 잡을까봐 28일 개최되는 이사회에서는 그거 아주 추인 제대로 오신 이사님들 손들어서 제대로 결의하도록 해가지고 완벽하게 추인절차를 거치려 한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또 이 자리에서 “(김 전 팀장은) 보호되어야 할 내부고발자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두 시간 가량 이어진 간담회에서 송 회장은 해고된 김 전 팀장의 ‘내부고발'은 서 총장을 축출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 펼쳤다. 또 김 전 팀장이 제기한 서 총장 비위 의혹도 대부분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서대원 총장의 부당채용 시도 의혹에 대해 송 회장은 김 전 팀장이 서 총장과 자신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게을리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 총장이 자신에게 유니세프의 활동을 기록으로 남겨야 의미가 있다는 취지로 전문 사진사를 채용하자고 제안했고, 자신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홍보팀장은 내부 진상조사위원회에 낸 진술서를 통해 김 전 팀장과 홍보팀장은 서 총장으로부터 지원자 한 명의 이력서를 전달받았고, 그 지원자를 채용할 것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서에 따르면, 김 전 팀장은 아산정책연구원 홍보실 인턴 출신인 지원자가 전문 사진사 경력이 전무한 것이 신입사원과 다를 바가 없으니 사진촬영 전문 경력을 가진 경력 사원을 채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총장은 해당 지원자를 채용하라고 종용하며 “인사팀장이나 홍보팀장이나 공고해서 후보자들 만나면 그 중에서 사진을 제대로 골라낼 눈이나 있나.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후보자를 붙여서 가려내는 거지. 왜 내 말을 듣지 않나? 채용하라고 한 게 언젠데!”라고 호통을 쳤다는 주장했다.
송상현 회장은 직원 간담회에서 서 총장의 대출 관련 배임미수 의혹도 두둔하고 나섰다. 송 회장은 현 사옥 매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 총장이 대출 이자가 높은 은행 지점에서 대출을 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조금 이자가 더 높더라도 신한은행에서 융자를 받았다면 하나은행의 경우보다 조금 이자를 더 물었더라도 (해당 은행이 부동산수수료를 안 받기로 했기 때문에) 그 중개수수료 3천만원을 안 줬더라면 유니세프의 지출이 더 적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어느 것이 유니세프에 유리했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고, 오히려 서 총장과 김 전 팀장의 의견 대립이 “우리 조직 내의 의사소통이 활발하고 그 의사소통의 구조가 건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또 “내가 법률가지만 배임은 어떤 임무를 맡은 자가 자기 회사에 손해를 끼칠 고의를 가지고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를 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쳐야 성립하는 것"이라며, 해당 의혹은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대출 추진 당시 송 회장은 서 총장에게 이메일을 통해 “총장이 내가 신한은행 대출 건을 승인하였다고 하나 나는 승인한 사실이 없고, 규정상 이처럼 중요사항은 회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내가 결재란에 사인을 한 일도 없다"며 사실상 서 총장을 질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총장의 희망대로 최고금리은행과 융자계약을 하면 복비를 깎기로 했다는 이면조건은 이사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이고, 서 총장과 관련자들이 필요없이 자칫 배임 등의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며 은행 간 공개 경쟁을 붙이도록 지시했다.
송 회장은 또 서대원 총장이 출장 때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을 고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업무적으로 필요하면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업무집행의 효율을 위해서는 지출되는 비용도 따져야 하지만, 또 그런 시간도 따져야 하니까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런 걸 신문에서 비난할, 잡아뜯을 자료가 되는가 나는 조금 의문이고, 이렇게 우리가 세상을 살면 안 되지, 서로 피차간에 재미없지, 그렇지 않아요?”라며 직원들의 동조를 구했다.
한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오늘(27일) 고용노동부의 과태료 부과처분에 입장문을 내고, 조사 결과 및 처분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취재: 임보영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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