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람 중사 사건 재판 지상 중계] ④ “어떻게든 분위기 바꾸겠다” 언론 조작 시도한 공군 장교

2023년 03월 15일 12시 00분

공군 부사관 이예람 중사가 2021년 5월 부대 내 관사에서 사망했다.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81일 간 조직 내에서 고립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추행 사건 직후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나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즉각적인 사건 수사 및 가해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해자 사망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야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국방부 장관 명령으로 공군본부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이 이관돼 가해자 장OO 중사를 포함한 관련자 15명이 기소됐다. 이후 국방부 수사로도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회는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에는 안미영 변호사가 임명됐다. 특검은 100일간의 수사를 거쳐 8명을 기소했고, 작년 10월 재판이 시작됐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 재판 과정을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주>

공군 비난 여론 수습하려 이 중사 사망 원인 왜곡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수사 당시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소속 장교(중령)였던 정 모 씨는 현재 여러 혐의를 받고 있다. 먼저 국방부 검찰단은 ‘공보장교라는 지위를 내세워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이하 20비) 소속 A 중사에게 고 이예람 중사와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제공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정 씨를 기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특검은 사자명예훼손,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위반,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정 씨를 추가 기소했다. 특검 공소장에 따르면, 정 씨는 사건에 대한 수사 권한이 공군본부에서 국방부로 이관된 직후인 2021년 6월 3~7일 경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건 관련 정보를 취득하고 고 이예람 중사의 사망 원인이 공군에서 발생한 성추행과 2차 가해가 아닌 남편과의 불화에 있는 것처럼 꾸며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특검은 정 씨의 범행 동기에 주목했다. 정 씨가 ‘공군에 유리한 정보를 퍼뜨려 공군참모총장의 해임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정 씨가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공군 수뇌부를 위해) 어떻게 해서든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한다”, “슬슬 반격 시작해야죠”라고 말 한 것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반면 정 씨는 “공보실 업무의 일환으로 왜곡된 보도를 바로잡기 위해 행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충남 계룡대 공군 본부 (출처 : 연합뉴스)

“남편 여자 문제로 자살한 거라면…” 여론 조작 시도

■ 2023년 2월 27일 공군본부 공보장교 사자명예훼손 혐의 등 4차 공판

이날 공판에서는 특검과 변호인 측의 증거조사가 이루어졌다. 특검은 증거 조사에 앞서 피고인인 정 모 전 공군본부 공보장교에 대한 공소사실 요지를 읽었다. 공무상 알게 된 수사 정보를 누설하고 고 이예람 중사 부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정 씨 측은 특검의 기소 내용을 전부 부인했다.
특검 : 증거조사에 앞서 공소사실 요지를 말씀드리겠다. 피고인 정OO은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공보과 장교라는 권한을 이용해 당시 수사가 진행 중이던 고 이예람 중사 성추행 및 사망 사건에 관한 정보, 피해자 이예람과 김OO(고 이예람 중사의 남편)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 A 중사(고 이예람 중사 상관)의 개인정보 등을 취득하여 보관하고 있다가 피해자 이예람과 남편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왜곡하여 거짓말을 지어내 이를 채널A OOO 기자와 연합뉴스 OOO 기자, 한겨레의 OOO 기자에게 각각 적시함으로써 사자인 피해자 이예람과 남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수사 정보 및 A 중사의 개인정보를 채널A OOO 기자에게 2회, SBS OOO 기자에게 1회 각각 제공했다.
정 씨는 20비 소속 군인들에게 접촉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A 중사가 가지고 있는 고 이예람 중사와의 통화 녹음 파일이 공군에 유리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게 됐고, 2개의 녹음 파일을 받아냈다. A 중사는 고 이예람 중사와 가까운 사이였다. 고 이예람 중사는 성추행 사건 직후 A 중사와의 통화에서 피해 사실을 털어놨고 이후에도 몇 차례에 걸쳐 사건 관련 내용으로 통화했다. A 중사는 이 중사와의 대화를 녹음해 보관하고 있다가 이 중사 사망 이후인 2021년 6월 1일경 가해자들에게 불리한 녹음 파일을 삭제했다. 이 사실이 국방부 검찰단 수사로 드러나면서 해당 파일을 삭제하도록 한 20비 대대장과 함께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특검은 정 씨가 범행을 저지른 동기, 범행의 구체적 사실관계 등을 총 10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제시했다. 정 씨의 주장과 달리 고 이예람 중사가 사망한 원인은 명백히 성추행 사건과 2차 가해에 있으며 극단적 선택이 있기 직전까지 이 중사와 남편이 서로 힘이 되어주는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포함됐다. 정 씨가 공군참모총장의 해임 가능성을 인지한 직후 20비 소속 군인들에게 접촉해 공군에 유리한 정보를 확보하려 한 정황, 하급자인 A 중사를 회유하여 고 이예람 중사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받아낸 경위 등을 설명하며 참고인 진술조서, 텔레그램 메시지, 통화 녹취록을 제시했다.
특검 : 피고인과 A 중사의 통화 녹음파일 녹취서다. 피고인은 공군본부 공보과 소속 중령임을 밝히며 그 지위를 이용해 A 중사로부터 정보를 취득하려고 했다. 피고인은 A 중사에게 고 이예람 중사와 김OO(고 이예람 중사의 남편)의 사생활에 관한 질문을 했다. A 중사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피고인이 먼저 김OO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등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유도했다. 피고인이 (A 중사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공군에 비판이 집중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한다. 너무 유족 측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피고인의 발언 내용을 보면 A 중사와 고 이예람 중사의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하고 고 이예람 중사와 남편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목적이 공군 수뇌부를 향한 비판적 여론을 뒤집기 위해서였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8월 17일, 고 이예람 중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수사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공군 공보장교 정 모 씨가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특검은 피고인 정 씨와 특정 언론사 기자의 통화 녹음파일과 메신저 대화 내역도 공개했다. 정 씨는 세 명의 기자에게 연락해 “고 이예람 중사가 남편의 외도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 씨가 기자에게 “확실하게 완전히 거짓으로 짜여진 판이라는 걸 입증할 자료가 있다”고 말한 내용도 들어 있었다. 고 이예람 중사 어머니 박순정 씨는 증거조사 도중 법정을 나갔다.
특검 : 피고인 정OO과 B사 기자의 2021년 6월 3일 전화 통화 녹취록을 제시한다. 피고인은 마치 고 이예람 중사가 남편의 여자 문제로 힘들어하다가 자살을 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꾸며내 B사 기자에게 이야기한다...피고인은 A 중사가 하지도 않은 이야기인 “김OO(고 이예람 중사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라고 허위 사실을 적극적으로 지어내서 (B사) OOO 기자에게 이야기했다. 이 부분 대화가 녹음되어 있는 통화 녹음 파일을 잠시 재생한다. (아래는 공개된 통화 내용 중 일부)
정 모 씨 : 그리고 이것도 오프. 이거는 OO(A 중사)이라는 애가 나한테 신신당부하면서 되게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건데, 남편 여자 문제로 얘(고 이예람 중사)가 되게 힘들어했었대요.
B사 기자 : 아, 미쳤나 봐.
정 모 씨 : 그러니까 그런 상황에서 아무 말이 없는 동영상을 남긴 거야.
B사 기자 : 미쳤나 봐. 진짜 OOO 아니야, 그 OO는 진짜.
정 모 씨 : 딱 스토리 나오지 않아요? 내가 그 얘기를 드리는 이유는 제가 이제 본부 와서 사실 근무를 하면서 너무 힘든데.
B사 기자 : 너무 이게 왜곡돼 있으니까.
정 모 씨 : 내가 사실 오늘 이 얘기를 드린 이유는 제가 이게 며칠 전에 사실 좀 알고 있었는데 자꾸 지금 (공군참모)총장 얘기가 나와 지금.
B사 기자 : 알아요. 아니 그런데 이미 그러니까 장관을 자르든 총장을 자르든 둘 중에 하나를 자르라고 위에서 이미 지시가 왔드만. 근데 장관 자를 수는 없을 거 아니야.
정 모 씨 : 그렇죠.
B사 기자 : 그 다음에 총장이 나가라는 거지.
정 모 씨 : 근데 만약에 이게 보도가 나가면 조금은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거는 바람 핀 거는 사실 개인적인 얘기라 이거는 얘(A 중사)도 나한테 오프를 신신당부를 한 거야.
B사 기자 : 네.
정 모 씨 : 얘(A 중사)도 지금 되게 두려움에 떨고 있어요, OO(A 중사)이도.

피고인 정 모 씨와 B사 기자의 전화 통화 내용
특검은 피고인 정 씨와 C사 OOO 기자의 2021년 6월 5일 텔레그램 대화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피고인은 “고 이예람 중사가 남편의 외도로 힘들어하다가 남편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혼인신고를 한 뒤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고, 고 이예람 중사가 자살하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은 남편을 향한 메시지”라는 취지로 이야기하고 있다. 아래는 특검이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내용 중 일부다.
정 모 씨 : 사망한 이중사 PC에…
C사 기자 :
정 모 씨 : 그런 내용으로 친한 친구와 주고받은 SNS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C사 기자 : 하ㅜㅜ
정 모 씨 : 이 중사(고 이예람 중사)랑 가장 친한 부사관 통해 확인...
C사 기자 : 그럼 머지… 만약 그게 사실이믄.. 엿먹으라고 혼인신고하고 그런건가ㅜㅜ
정 모 씨 : 그렇다고 봐야죠… 게다가 암말않고 울다가 목 매단 영상 남긴 것은… 남편에게 담긴 메세지인거고...
C사 기자 : 하아…

피고인 정 모 씨와 C사 기자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특검 : 준비된 자료를 계속 제시한다. 피고인 정OO과 D사 OOO 기자 사이의 2021년 6월 5일 텔레그램 대화다.
정 모 씨 : 만약 그 사망한 여군 남편 있잖아요…
D사 기자 :
정 모 씨 : 걔한테 다른 여자가 있고, 그것 때문에 자살한 거라면?
D사 기자 : 걔 군인임? 안 그래도 피해자가 혼인신고하고 나서 바로 자살한 거에 대해서 의구심이 있었는데 설사 실제 상황이 남편이 단단히 바람난 놈이라고 하더라도 공군이 그걸 흘리거나 그런 쪽으로 몰고 가지 않는 편이 정무적으로 나을 것이라 판단
정 모 씨 : ㅋㅋㅋㅋㅋ 남편 군인… 난 정무적으로 판단하지 않음

피고인 정 모 씨와 D사 기자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지난 1월 16일,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검사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전익수 전 법무실장 “(이 중사 사망에) 다른 가능성 있으니 취재해보라”

특검 측은 피고인 정 씨의 발언을 계기로 유사한 내용의 소문이 확산됐음을 주장하며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과 E사 OOO 기자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제시했다. 전익수 전 실장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2022년 3월 26일)에서 “사망 원인이 100% 성추행으로 일어난 건지 그런 부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더라”라고 말했고, E사 OOO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고 이 중사의 사망에 김OO(고 이 중사의 남편)이 관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취재를 해보라”는 취지로 말했다.
특검 : 피고인 정OO의 사자명예훼손 및 명예훼손 범행과 관련하여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들을 살펴보겠다…(중략)…대화가 녹음된 통화 녹음 파일을 잠시 재생하도록 하겠다. 전익수와 (E사) OOO 기자의 통화 녹음 파일이다.
전익수 : 피해 여군은 되게 단호하게 대처를 잘한 거죠. 네 대처를 잘한 거예요. 보통 이렇게 바로 다음 날 신고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보통 보면은 한참 고민하다가 다른 피해를 받고 이렇게 신고되는 경우지. 지금 피해 여군은 굉장히 이거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를 잘한 거거든요. 강단있는 친구였어요, 제가 보기에는. 다른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예요.
E사 기자 : 그러니까 사인이 뭐냐가 중요한 거죠.
전익수 : 다른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잖아요. 이게 솔직히 궁금한 게 진짜 그것도 솔직히 이상하지 않아요? 장인 장모하고 사위하고 변호사를 따로 쓰고 있는 거예요, 지금.
E사 기자 : 그러게요.
전익수 : 장인 장모는 A라는 변호사를 쓰고, 사위는 B 변호사를 써가지고 뭔가 서로 간에 법률적인 조력을 다른 사람에게 받는다는 거잖아요. 이게 어떻게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잖아요. 뭔가 있어요, 이게. 나중에 필요하시면 아까 말씀드린 조사본부 여성 수사관 제가 연락처 알려드릴게요. 한번 나중에 필요하면 통화해서 취재를 한 번 해보세요.
E사 기자 : 오케이.
전익수 : 아니 뭐 저희가 너무 일방적으로 당하잖아요.
E사 기자 : 그러니까.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과 E사 기자의 통화 내용
이날 공판에서 정 모 씨 변호인은 “정보를 취득해 언론사 기자에게 전달한 것은 공보계획 담당자로서의 직무를 수행한 것일 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고인의 행위나 공보 활동 및 방식에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주된 목적이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한 정정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특검은 “공군본부 지침 상 왜곡 보도가 있을 경우 공보실 차원의 대응 절차가 있는데, 정 모 씨는 해당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검 : 공군본부 공보 정훈 업무 관련 규정이다. 해당 규정 중 사건 사고 공개 제한 및 수사 보안에 관한 조항이 있다. 제28조 제1항에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소 제기 이전에 사건 내용을 공표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중략)…피고인 정OO이 평소 친분이 있는 기자들에게 임의로 정보를 누설한 것은 이 규정에서 정한 절차를 전혀 따르지 않은 것이다…(중략)…같은 규정 제35조다. 오보·왜곡 보도 발생 시 언론사에 정정보도나 관련 보도를 요구하는 방법으로 “언론사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는 방법 등을 통해 대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피고인은 오보 대응 차원에서 정보를 공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오보 대응을 위한 정상적인 절차를 전혀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증거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중사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왜곡하는 녹음 파일이 여러 차례 재생되면서 방청석이 조용해졌다. 정 씨 측 변호인이 증거 제시 과정에서 이 중사 목소리가 담긴 녹음파일을 재생하자,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 씨는 “왜 허락도 없이 예람이 목소리가 담긴 통화 녹음파일을 재생하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꼭 필요한 절차이니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3월 17일에 열릴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김주형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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