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중식당 사용 등 검사들의 법카 매뉴얼 위반 확인

2023년 12월 07일 20시 00분

뉴스타파를 포함한 9개 언론·시민단체의 협업으로 진행 중인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 전국 67개 검찰청으로부터 받은 업무추진비 지출증빙 자료를 검증한 결과, 검찰이 스스로 만든 업무추진비 예산 집행 매뉴얼조차 수시로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검찰의 업추비 예산 집행 매뉴얼 위반은 호텔 등 과도한 고급 음식점에서 식사, 50만 원 이상 사용 시 작성하도록 돼 있는 참석자의 소속과 성명 미기재, 별도 기안서 작성 없이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에서 회식 등이다. 이 세 가지 모두 검찰 스스로 규정한 ‘업무추진비 부적정 사용'과 '유의 사항' 사례에 포함된다.  

공동취재단, 222억 원 규모 검찰 업추비 최초 분석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하 공동취재단)은 지난 7월, 우선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1월~2019년 9월까지 업무추진비로 ‘법카’를 쓴 식당 79곳을 찾아내 공개한 바 있다. 대검과 중앙지검은 카드 영수증에 있는 식당 이름과 카드 결제 시간을 모두 까맣게 먹칠했으나, 지우지 않은 가맹점 번호 등을 확인해 검찰이 가린 ‘윤석열 식당’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후 공동취재단은 지난 8월부터 전국 모든 검찰청으로 업추비 검증 대상을 확대했다. 전국 지검장·지청장의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전수 검증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공동취재단이 확보한 전국 검찰청이 쓴 업추비는 총 222억 1,633만 원 규모로, 예산 자료를 공개받은 기간은 2017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다. 다만 12월 6일 기준, 예산 자료를 받지 못한 서울북부지검 등 일부 검찰청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검찰, 업추비 세부 지침 공개 요청에 묵묵부답… “예산 검증 방해”

그런데, 공동취재단의 검증에 장애물이 생겼다. 검찰이 내부 시행 중인 업무추진비 세부 지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업추비를 적정하게 썼는지 전수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 중 업무추진비 공통 지침에 따르면, “각 기관의 실정에 맞는 자체 세부 지침을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의 외청인 검찰도 업무추진비 지침을 제정해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특활비 지침의 비공개와 마찬가지로, 업추비 세부 지침의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 검찰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이 업무추진비 세부 지침의 공개를 요청했지만, 검찰과 법무부는 지침의 존재는 물론 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묵묵부답하고 있다. 국세청, 관세청, 대법원 등이 업추비 세부 지침을 공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무추진비를 어디에 썼냐를 공개해달라는 게 아니거든요. 업무추진비를 쓸 때 어떤 지침 하에서 쓰는지를 보겠다는 거잖아요. 이것은 나중에라도 자신들이 업무추진비를 제대로 썼다, 안 썼다 평가 받을 때 평가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일이거든요. 결과적으로는 업무추진비 사용 적절성을 따지는 걸 어렵게 만드는 것, 방해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법사위)

공동취재단, 9개 업추비 부정적 사용 예시를 근거로 검증 착수

▲ 뉴스타파가 확보한 검찰 내부 예산 매뉴얼, <예산 집행 매뉴얼(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공문 재구성)
이런 상황에서 뉴스타파는 여러 경로를 거쳐 검찰 내부의 자료의 하나인 <예산 집행 매뉴얼(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을 확보했다. 이 매뉴얼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1월, 대검찰청 운영지원과가 작성했다. 확보한 예산 집행 매뉴얼은 한 장짜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업무추진비 집행과 관련한 중요 정보가 담겨 있다. 바로 검찰이 정한 업무추진비 ‘부적정 사용의 예시’ 9개다. 
검찰이 작성한 9개 부정적 사용 예시를 보면, ①주유 및 주점·백화점 사용, ②공휴일 및 심야(23시 이후) 사용, ③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사용, ④분할결제, ⑤과도한 고급 음식점(호텔 등) 사용, ⑥사적 사용(1인 소액 결제 등)이다.
이 예시들은 기획재정부의 업무추진비 공통 지침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으로 검찰뿐 아니라 세금을 쓰는 모든 공직자들에게 적용된다. 공동취재단은 검찰이 비공개로 버티고 있는 업무추진비 세부 지침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대신 이 매뉴얼을 바탕으로 전국 검찰청의 업추비 부적정 사용 여부를 취재했다. 

박찬호 제주지검장, 5등급인 제주칼호텔 식당서 식사  

▲ <예산 집행 매뉴얼(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이 만들어진 이후 '과도한 고급음식점(호텔 등)'에 법카를 사용한 박찬호 전 제주지검장. 
먼저, 호텔 등 과도한 고급음식점 사용. 이 매뉴얼이 작성된 2020년 1월 이후에 쓰인 전국 검찰청의 업추비 영수증을 집중 들여다봤다. 
박찬호 제주지검장은 지난 2020년 2월, ‘검사장 등 검사 전원 수사 회의’로, 47만 원, 또 그다음 달에도 ‘형사조정 업무 지원’ 명목으로 15만 원 2천 원을 제주에 있는 KAL호텔 중식당에서 썼다. 당시 KAL호텔 중식당 메뉴판을 보면, 점심 식사로 1인당 6만 원 코스요리가 안내돼 있다. 지금은 폐업했지만, 이 호텔은 국내 최고 등급인 5성급을 받은 곳이다.   
현재 변호사로 있는 박찬호 전 제주지검장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호텔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기억이 없다”면서 “외부에서 감사를 받거나 지적받은 적이 없냐”는 물음에는 “없다”고 말했다. 
호텔에서의 업추비 법카 사용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확인된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이던 지난 2020년 6월 2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4성급 호텔 중식당에서 11만 2천 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다. 사유는 ‘제6차 반부패정책협의회 관련 회의’ 명목이었다.  

서울서부지검, 50KM 거리 파주 장어집에서… 사유서 안 남아

▲ 지난 2017년 3월, 공상훈 서울서부지검장이 '청령 업무 세미나'를 한다며 경기도 파주의 한 장어구이집에서 업무추진비를 썼다. 
또 다른 업무추진비 부정적 사용 예시는 ‘근무지 외 사용’이다. 지난 7월, 뉴스타파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근무지에서 약 10킬로미터 떨어진  성남의 한 한우전문집에서 총 6차례에 걸쳐 총 940여만 원의 법카를 사용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윤석열 지검장을 근무지를 벗어나 성남에서 회식을 해야만 했는지 이유에 대한 소명 자료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 
지난 2017년 3월, 공상훈 당시 서울서부지검장이 쓴 업무추진비 지출증빙 서류로 마찬가지였다. 공 지검장은 ‘청렴 업무 세미나’를 한다며, 법카로 27만 천 원을 썼다. 어디서 썼는지 카드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서울이 아닌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있는 장어구이집이었다. 현재 가격으로 장어 1인분에 6만 원을 받는다. 
이 식당은 서울서부지검 청사로부터 약 50 km,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다. 공 지검장이 근무지에서 식당을 이용하려면 왕복 2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이렇게 서울서부지검 관할이 아닌 경기도 파주시처럼 근무지와 무관한 곳에서 업추비를 쓸 때는 반드시 업추비 사용의 불가피성을 적은 사유서를 남겨야 한다. 
그러나 공동취재단이 받은 서울서부지검의 지출증빙서류에는 어떤 사유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는 검찰 업추비 집행 매뉴얼 위반에 해당한다. 뉴스타파는 공상훈 전 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명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도 들을 수 없었다. 
이 밖에도 검찰이 제시한 ‘부적정 사용’의 사례로 밤 23시 이후 법카 사용과 분할 결제(쪼개기 결제) 등이 있다. 공동취재단은 이에 대해서도 검증하고자 했지만, 검찰이 업추비 영수증에 있는 결제 시간을 모두 가려놔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50만원 이상 사용시 명단 작성, 대부분 안 남겨…

▲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업무추진비로 한 번에 50만 원 이상 결제한 건수는 모두 12번이다. 12건의 지출증빙자료 모두에서 참석자 명단을 작성한 흔적은 찾지 못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검찰의 예산 집행 매뉴얼’에는 ‘업추비 운영 및 지도 감독 유의사항’이 따로 안내돼 있다.
검찰이 작성한 유의 사항은 3가지인데, ①‘건당 50만 원 이상의 경우, 주된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기재한 명단 제출’, ②‘다과 구입 시 행사 계획표 등 소명자료 첨부’, ③‘업무 외 사적 사용 금지 등이다. 3가지 모두 공직자가 국민 세금을 쓰는 과정에서 오남용을 막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특히 ‘50만 원 이상 명단 제출’은 업무 관련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상대방의 이름과 소속을 남기도록 하고 있다. 업추비를 쓰는 공직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난 7월, 뉴스타파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50만 원의 이상 회식을 하면서 참석자의 명단 작성을 피하려고 49만 원, 48만 원으로 쪼개기 결제 즉, ‘분할 결제’하는 꼼수를 부린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지난 8월, 공동취재단이 대전지검 천안지청을 찾아 업무추진비 자료를 수령하던 중 50만 원 이상 참석자 명단의 존재 여부를 물었다. 당시 천안지청 관계자는 “있는 자료를 그대로 다 복사한 상태”라고 말했다. 즉, 지청이 보관 중인 업추비 지출 증빙 자료에는 ‘참석자 명단’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검찰청은 50만 원 이상 업추비 사용 시 기록해야 하는 사용자 명단을 보관하고 있지 않았다. 전국 검찰청 가운데 수원지검과 제주지검 등 극히 일부만이 50만 원 이상 업추비를 쓴 뒤 참석자의 소속과 성명을 담긴 문서를 남겼다. 다만 두 검찰청은 참석자 명단을 먹칠로 가린 채 공개했다. 
(업무추진비) 지침대로 자기들이 관리가 되고 있는지 확인을 시켜줘야 될 의무가 있는 거죠. 사람 이름은 지우더라도, 50만 원 이상이면 주된 상대방의 이름을 적고 관리를 하도록 돼 있는 것이 (검찰 업추비 집행 매뉴얼) 지침의 내용이기 때문에, 그렇게 관리가 되고 있다는 것을 당연히 확인을 시켜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확인조차 불가능하게 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법원의 판결문의 취지를 위반하는 거라고 봐야 될 겁니다. 

하승수 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하승수 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 대통령, 50만 원 넘는 업추비 집행 12건 모두 참석자 명단 없어 

이는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업무추진비로 한 번에 50만 원 이상 결제한 건수는 모두 12번이다. 12건의 지출증빙자료 모두에서 참석자 명단을 작성한 흔적은 찾지 못했다. 
예를 들면, 윤석열 총장은 2019년 11월 15일, ‘전국 공공수사전담검사 만찬간담회’ 명목으로 대검 구내식당에서 한 번에 258만 원의 법카를 썼다. 하지만 이날 ‘만찬 간담회’에서 누구와 258만 원어치의 밥을 먹었는지, 사용자 명단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지난해 5월 19일, 퇴임을 사흘 앞둔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은 본인 주최로 두 번의 오찬을 하고, 148만 4천 원, 만찬 106만 4천 원을 썼다. 그다음 날에도 본인 주최로 오찬 109만 2천 원, 만찬 49만 2천 원의 법카를 긁었다. 이틀 동안 모두 네 차례, 4백만 원이 넘는 세금으로 사실상 ‘지검장 퇴임 회식’을 가진 셈이다. 그러나 50만 원이 넘는 세 번의 오찬 모두 참석자 명단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검찰의 업무추진비 집행 매뉴얼 위반에 해당한다.   
뉴스타파는 검찰 고위 간부가 고급 호텔 식당을 사용하고 50만 원 이상 사용 시 사용자 명단을 기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지금까지 전국 지검과 지청을 대상으로 업무추진비 매뉴얼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 조치한 내역이 있었는지 대검찰청에 질의했지만, 아무런 답도 들을 수 없었다.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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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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