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거짓말 VS 윤우진의 거짓말

2020년 12월 28일 18시 39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의혹과 관련, 지난해 7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윤석열 후보자의 해명이 윤우진 전 서장의 주장은 물론 이 사건 관련 법원 판결 내용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새롭게 확인됐다.
지난해 청문회 직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는 ‘변호사 소개’ 논란에 대해 여러번 입장을 번복한 뒤 최종적으로 “후배 검사 출신인 이남석 변호사는 윤우진 전 서장의 경찰 수사 단계에서 선임된 변호인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남석 변호사는 윤 전 서장에게 국세청 문서를 송달하는 일만 맡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윤우진 전 세무서장이 2014년 국세청을 상대로 낸 파면 취소 소송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윤 전 서장이 윤석열 총장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해 승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윤 전 서장은 소송 과정에서 “이남석 변호사는 국세청 문서 송달 담당자가 아닌 형사 사건 변호사였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윤 전 서장에 대한 파면을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남석 변호사의 역할’과 관련, 윤석열 총장과 윤우진 전 서장 중 한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윤 총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우진 전 세무서장은 법원을 속여 재판에서 이긴 셈이 된다. 반대로 윤우진 전 서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총장은 법원의 판결 내용을 왜곡한 꼴이 되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사건에 윤석열 총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보도해 왔다. 청문회 당일에는 ‘2012년 윤석열 녹음파일’을 공개해 윤 후보자의 국회 위증 의혹을 보도했고, 올해 3월에는 2012년 경찰 수사 때 윤석열 당시 부장검사가 윤우진 서장 뇌물 사건의 공범으로 경찰 수사대상이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8일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윤석열, 지난해 청문회 때 '변호사 소개' 논란에 세 번 입장 번복

지난해 7월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수수 사건에서 촉발된 변호사 소개 의혹이었다. 2012년 당시 윤석열 부장검사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뇌물수수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윤우진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했는지 여부였다. 2015년 2월 윤 전 서장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 과정에 윤석열 후보자가 관여했는지,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은 아닌지도 논란거리였다.
의혹은 윤우진 전 서장의 ‘특별한 검사 인맥’ 때문에 더 주목을 받았다. 윤 전 서장이 윤석열 후보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윤대진 검찰국장(2012년 당시 대검찰청 과장)의 친형이었고, 윤 후보자도 윤우진 전 서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 초반부터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남석 변호사 소개 의혹을 집요하게 추궁했으나, 윤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의혹을 부인했다.
재직 중에 대검 중수부 후배인 이남석 변호사에게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연락을 하라고 그렇게 전한 적이 있지요?

주광덕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2019.7.8)
그런 사실 없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2019.7.8)
그러나 청문회가 종반으로 치닫던 7월 8일 자정 무렵, 뉴스타파가 2012년 당시 윤우진 전 세무서장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본인의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하자 윤석열 후보자는 입장을 바꾼다.
제 말씀은 그냥 사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변호사를, 저희가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변호사를 선임시켜 준 거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거는 변호사는 선임되지 않았다가 제가 말씀을 드리는 것 아닙니까?"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2019.7.8)
소개는 해 줬지만 이남석 변호사가 윤우진 전 세무서장의 변호사로 선임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또 “친동생 같은 윤대진 검사를 보호하기 위해, 기자에게 ‘내가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회가 끝나고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이남석 변호사가 실제 윤우진 사건을 수임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 윤석열 후보자의 뒤바뀐 입장 역시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은 또 다시 말을 바꿨다. “이남석 변호사는 경찰 수사 때문에 윤우진 전 세무서장을 변호한 게 아니라, 윤우진 서장에게 국세청의 문서를 전달해주는 역할만 맡았다”는 주장이었다.
윤 후보자의 입장이 이렇게 정리된 뒤, 당시까지만 해도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을 추진했던 민주당도 같은 논리로 윤석열 후보자 방어에 나섰다. 아래는 표창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방송 인터뷰 내용 중 일부.
윤우진 서장이 해외로 나갑니다, 2012년 8월 말에. 그러면서 주소지나 송달할 대상지가 없어져버려요. 그 당시에 이남석 변호사가 그러면 나한테 보내주시오, 이렇게 되면서 국세청에서 '당신이 이 사람의 대리인이라는 것을 내라, 이렇게 해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2019.7.10)
당사자인 이남석 변호사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윤우진 전 세무서장의 경찰 수사 단계 변호를 맡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남석 변호사는 지난 해 7월 윤석열 후보자의 위증 논란이 일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청문회 때 윤우진 판결문 내용과 정반대 주장

그러나 뉴스타파 확인결과, 윤석열 검찰총장과 민주당, 이남석 변호사 본인이 지난해 내놓은 주장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국세청을 상대로 낸 파면취소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과 전면 배치된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국세청을 상대로 파면 취소 소송을 제기한 건 2014년이다. 2012년 8월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도중 해외로 도망갔던 윤 전 서장이 국세청으로부터 파면당하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낸 것이다. 윤 전 서장은  2015년 4월 승소했다.
파면 취소 소송의 핵심쟁점 중 하나는 국세청의 출근 통보가 해외 도피 중이던 윤우진 서장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여부였다. 국세청은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던 2012년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윤 전 서장이 선임한 이남석 변호사에게 출근 통보를 했지만, 윤 전 서장이 이를 무시하고 무단결근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전 서장은 “이남석 변호사는 당시 경찰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선임한 형사 사건 변호사였기 때문에 국세청의 출근 통보를 자신에게 송달해 줄 의무도 없었고, 실제로 전달 받지도 못했다”고 반박했다. 아래 내용은 판결문에 실린 윤우진 전 서장 측의 주장 중 일부.
윤우진은 광역수사대 내사사건에 관하여 이남석을 변호인으로 선임한다는 내용의 선임계를 제출했다. 이남석은 국세청의 통보를 대리하여 수령할 권한이 없고, 국세청 통보를 윤우진에게 전달한 사실도 없다.

윤우진 파면 처분 취소 소송 판결문(2015. 4. 16)
법원은 윤우진 전 세무서장의 손을 들어 줬다. 그리고 이 판단은 윤우진 전 세무서장이 파면 취소소송에서 이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근무 명령을 통보 받은 이남석은 윤우진의 형사사건 변호인에 불과하여 출근 통보를 송달받는 권한까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만일 윤우진에 대한 징계 과정에서 (출근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사정이 반영된다면 윤우진에 대한 징계 수위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윤우진 파면 처분 취소 소송 판결문(2015. 4. 16)

윤석열과 윤우진,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

결국 “이남석 변호사는 국세청 송달 변호사였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우진 전 세무서장은 재판부를 속이고 소송에서 이긴 셈이 된다. 반대로 “이남석 변호사는 경찰 수사 대비 변호사였다”는 윤우진 전 서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실을 알았던 몰랐던 사법부 판결까지 왜곡하는 더 큰 거짓말을 한 꼴이 된다. 중요한 건, 어느 쪽이 됐든 이남석 변호사의 역할을 놓고 갈라진 윤석열 검찰총장의 주장과 윤우진 전 세무서장의 주장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윤석열 검찰 총장의 발언과 윤우진 전 서장 관련 판결문 등을 검토한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는 “핵심 당사자들의 주장이 대립하는 만큼 철저한 재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윤우진 전 세무서장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 과정부터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당시 수사 담당 검사들은 왜 윤우진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했는지, 당시 경찰 관련자들도 소환을 해서 검사들로부터 어떤 연락과 지시를 받았는지까지 모두 확인을 해야 합니다. 

이연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