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최용익 칼럼_김재우 이사장 연임의 속셈은?

2012년 08월 31일 04시 40분

MBC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연임된 김재우 전 이사장이 논란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여당 측 이사들이 박사학위 논문 표절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건부 연임을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학술단체협의회에서 심각하고 중대한 표절이라고 발표했는데도 굳이 단국대학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실익(?)이 없어서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원래 방송과는 거리가 먼 건설업자 출신인 김 이사장은 이외에도 공금유용 등의 의혹을 받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동문이라는 배경은 이 같은 예상을 간단하게 뒤집었습니다. 여야 모두가 반대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연임을 강행한데 이어서 되풀이된 편법과 몰상식의 또 다른 사례입니다.

이 정권 들어 가장 중요한 인사 원칙은 전문성과 도덕성이 아니라 대통령과 얼마나 친한가,로 바뀌었습니다. 고소영, 강부자, 만사형통 등 대통령 또는 그 측근에 줄을 대면 출세할 수 있다는 21세기판 여권제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습니다.

이번 방문진의 이사장 선출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김재철 사장의 퇴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배경으로 문화방송에 입성한 김 사장은 갖가지 방법으로 비판적인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철폐, 축소시켜왔습니다. 그 결과 공영방송이 당연히 해야 할 정권비판과 환경감시 기능이 대폭 약화됨으로써 MBC는 과거 군사독재 때 들었던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다시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피디수첩과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특히 대표적인 검열과 통제 대상이었습니다. 부당한 간섭과 명령에 저항하던 방송인들은 하던 일과 관련이 없는 엉뚱한 곳으로 유배 발령을 내기 일쑤였습니다. 정권의 하명을 받아 MBC 죽이기를 주도한 김재철 체제에 대한 분노는 170일이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장기간의 파업으로 분출했습니다. 공영방송 무력화 이외에도 수억 원에 이르는 법인카드 오용, 남용 의혹과 무용가 J씨와의 스캔들 등으로 유명세를 탄 김 사장은 결국 퇴진 위기에 몰렸습니다.

지난 6월 29일 여야 원내 대표는 8월 초 구성될 새 방문진 이사회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노사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서 합리적 경영 판단 및 법 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 처리하도록 협조한다고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공영방송 MBC의 파행을 불러옴으로써 노조의 파업을 유도한 김 사장의 퇴진을 사실상 약속한 것입니다. 이 같은 여야 합의 정신을 존중해 노조도 파업을 풀었습니다. 그런데도 방문진 이사장이 연임됐다는 것은 야당과의 약속을 뒤엎고 김재우, 김재철 체제를 12월 대선 때까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이 됩니다.

레임덕에 빠진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새누리당 모두 재집권하기 위해서는 권력에 순치돼 있는 현재의 MBC 체제가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을지 모릅니다. 이 같은 이유로 이사장 연임이 결정됐다면 박근혜 후보로서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5공 독재 시기에도 정권은 방송을 땡전뉴스로 만들었지만 결국은 각성한 시민들의 6월 항쟁을 유발했습니다. 또 하나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 내용이 어느 일방의 약속 파기로 깨진다면 정당정치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정당 생활을 전혀 해보지 않은 안철수 교수가 유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하는 현상의 밑바탕에는 서로간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차버리는 구태의연한 정당 정치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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