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통령 비밀기록 관리 의무 어겨
2015년 03월 17일 17시 42분
정부3.0 추진 3년 차 행사가 분주합니다.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는 정부3.0 체험마당 행사를 알리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걸개그림이 내걸려 있고, 행정자치부의 정부3.0 누리집에는 “정부3.0 추진위, 법제도 특별위원 8명 위촉”, “정부3.0 추진 지원 컨설팅단 운영”, “정부3.0 현장토론회” 등 새로운 소식들이 한가득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정부3.0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정부3.0이 내세우는 핵심 구호는 개방, 공유, 소통, 협력입니다. 특히 공공정보를 시민들에게 더 폭넓게 개방하고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정부3.0 시대의 공공기관이 수행해야 할 첫 번째 임무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2년간의 정부3.0 정책으로 달라진 게 얼마나 될까요? 안타깝지만 별반 달라지지 않거나, 더 나빠진 곳들이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중앙행정기관의 정보공개심의회입니다.
정보공개심의회는 2004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정보공개 여부 결정의 공정성 강화를 목적으로 설치와 운영이 의무화된 제도입니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 설치, 운영되는 정보공개심의회는 공개 청구된 정보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곤란한 사항, 정보공개 이의신청, 그밖에 정보공개제도의 운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합니다. 5~7명으로 구성하는 심의회는 소속 공무원, 임직원 또는 외부전문가로 위원을 지명하거나 위촉하되, 그중 2분의 1은 외부 전문가로 위촉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국가안전보장, 국방, 통일, 외교, 재판, 수사 등의 업무를 주로 하는 기관의 외부 전문가의 위촉 비율은 3분의 1입니다.
뉴스타파와 정보공개센터는 43개 중앙행정부처에 2013~2014년도 정보공개심의회 개최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이들 부처가 보내온 답변을 토대로 집계한 결과, 정보공개심의회의 연간 평균 개최 횟수는 3.95회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개최 횟수 상위 10개 기관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관들의 연간 평균 개최 횟수는 1.7회로 낮아집니다. 이 정도로 법이 정하고 있는 심의회의 기능을 다 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43개 기관 중 연간 심의회 개최 실적이 전혀 없는 기관이 2013년 8곳, 2014년 6곳, 그리고 2년간 심의회 개최 실적이 단 1회인 기관이 5곳이나 된다는 점은 중앙행정기관 전반의 정보공개심의회 운영에 대한 낮은 관심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정보공개심의회의 문제는 심의회 결과에서도 나타납니다. 2013~2014년 전체 361건의 심의결과 중 비공개 결정이 약 76%에 달한다는 점은 정보공개심의회가 공정한 중재기관으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킵니다.
현재 대다수 중앙행정기관은 내부위원과 외부위원의 수가 동수인 것으로 표시하고 있지만, 이는 내부 임직원이 관행적으로 맡는 위원장을 포함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위원장까지를 포함한다면, 43개 기관 중 37개 기관에서 내부위원이 외부위원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행정기관에서 민관협력에 기반을 둔 위원회를 두는 이유는 공공기관의 임의적 행정을 막고, 외부 전문가로부터의 의견을 청취해 행정의 전문성을 더 하기 위함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 심지어는 반대의견까지를 수렴하여 행정의 책임을 함께 한다는 거버넌스 취지를 구현하는 제도가 위원회입니다.
정보공개심의회 역시 이와 같은 장점을 통해 정보공개업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제도입니다. 위원회 위원의 구성은 이러한 취지를 가능케 하는 첫걸음입니다. 위원 구성이 불균형하다면, 위원회의 거버넌스는 수사에 불과하게 됩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외부위원이 내부위원보다 많은 기관이 다수인 것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반면 중앙행정기관은 내부위원이 외부위원보다 많은 경우가 10분의 1도 안 됩니다. 법령 어디에도 반드시 내부 임직원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지만, 중앙행정기관에서는 관례화되어 있습니다. 반면 서울시의 경우, 정보공개심의회 위원장을 외부위원이 맡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원회 구성의 불균형은 심의회 운영 방식으로 인해 더욱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2013~2014년 전체 심의회 330건 중 서면회의 방식으로 운영된 경우가 총 227건으로 약 84%에 달합니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중앙행정기관 정보공개심의회의 서면회의 비율은 76.5%였습니다. 정부3.0 정책 시행 이후 서면회의가 더 늘어난 셈입니다.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단 한 번도 대면회의로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하지 않은 기관이 42개 기관 중 23개에 달합니다. 절반을 넘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의 조정과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심의회 본래의 의도가 퇴색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심의회 운영상의 또 다른 문제는 정보공개심의회 스스로 정보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적지 않은 수의 중앙행정기관이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의 실명과 소속기관명을 비공개하였습니다. 이 정보들이 개인정보보호에 해당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정보공개심의회에 관한 비공개 행태가 가장 심한 곳은 대통령비서실이었습니다. 대통령비서실은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의 실명과 소속기관을 공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보공개심의회 안건 명도 비공개하였습니다. 비공개 결정근거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1호, 제5호, 제6호를 들며,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또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공개할 수 없음”을 통지하였습니다.
그러나 결정통지문에는 제1호에 의거, 어떠한 법령이 저촉되는지 안내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제5호의 비공개 이유는 타당할까요? 제5호는 “의사결정 과정 및 내부검토 과정이 종료되면 법에 따라 청구인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종결된 정보공개심의회가 아직도 의사결정 과정이나 내부검토 과정에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6조가 비공개 대상정보로 규정한 개인정보 역시, 제6호 마목에서 “마.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법령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의 성명·직업”은 비공개대상정보가 아님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 또한 비공개 사유로 타당하지 못합니다.
특히 같은 내용을 타 중앙행정기관은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외교부가 외부위원의 실명과 소속기관을 포함한 정보공개심의회 운영 전반에 관한 정보를 사전공표하고 있는 점과 크게 대조됩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나오는 이영애 씨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너나 잘하세요.” 정부3.0, 정보공개, 그리고 정보공개심의회, 청와대부터 모범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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