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의

정직 중에 버젓이 영업… 변호사 징계 유명무실

2018년 02월 21일 10시 41분

※ 이 기사는 2018년 1월 뉴스타파 탐사보도 연수에 참가한 연수생들(김정록, 류태준, 박광주, 이민서)이 실습 과제로 제출한 결과물입니다.

변호사가 개업하려면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해야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을 어긴 변호사에 대한 징계 권한도 갖고 있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 종류는 영구제명과 제명, 정직, 과태료, 견책이 있다.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재판 변론, 사건 수임, 돈을 받는 법률 상담도 할 수 없다. 정직 징계 이전에 맡은 사건도 다른 변호사에게 넘겨야 한다. 정직 6개월 이상에 처할 경우 ‘변호사’, ‘법률’ 등 변호사 신분을 나타내는 표식도 없애야 한다.

변호사협회는 변호사 징계 내역을 변협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취재진은 변호사협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직 기간 중인 변호사들의 소재를 파악해 실제로 변호사 영업을 중단하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정직 기간에 해당되는 변호사 4명 가운데 박명원 변호사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고, 소재가 파악된 김재승 변호사(정직 2개월), 김성원 변호사(정직 6개월), 임순호 변호사(정직 1년)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사건 수임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전화를 받은 변호사 사무실 3곳을 직접 찾아가 실제로 영업 중인지 확인해봤다.

김재승 변호사는 “사건 수임이 아니라, 전화가 온 것을 그냥 받았다"고 답변하고, 사건 수임을 한 사실도 없다고 추후 알려왔다. 임순호 변호사는 지금 사건 수임 중인지 묻는 취재진에게 “과거에 있던 것만 정리하고 있는 차원이며, 사건 수임은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취재진은 마침 임순호 변호사와의 상담을 기다리는 의뢰인을 만났다. 의뢰인은 임 변호사가 정직 중이어야할 2017년 11월에서 12월쯤 임 변호사에게 처음 사건을 맡겼다고 했다. “돈을 지불한 상담이냐”는 물음에 의뢰인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의뢰인은 임 변호사가 정직 중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임순호 변호사는 “정직 이전에 수임한 사건을 다른 변호사에게 전달하는 중”이라며 “며칠 내로 사무실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임순호 변호사는 과거에도 정직 중 변호사 업무를 수행해 정직 처분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김성원 변호사와 임순호 변호사는 정직 6개월 이상임에도 ‘변호사’, ‘법률’이 적힌 사무실 간판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변협은 ‘변호사징계처분집행규정’에 ‘변호사회 등은 피징계변호사가 이 규정이 정하는 규제조치를 준수하도록 지도·감독을 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취재진은 정직 중인 변호사를 어떻게 관리·감독 하는지 변협에 물었다. 변협은 “현실적으로 관리·감독할 직원이 부족하다”며 위법행위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반성하며 죄송하다고 밝혔다.

등록취소로 징계청구 각하, 영구제명 피하는 통로로 활용

변호사 징계 내역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변협 홈페이지에서 삭제되기 때문에, 과거의 변호사징계내역은 변협징계자료집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변협징계자료집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변협은 296건의 징계를 내렸다. 이 가운데 257건은 과태료 및 견책, 39건은 정직이었다. 영구제명이나 제명은 0건이었다. 전체 징계에서 정직 이상 징계 비율은 13%였다.

9년 동안 제명 이상의 징계를 받을 정도로 중대한 위법행위를 한 변호사는 없었을까. 조정금액 3,900만 원을 횡령한 변호사, 등록되지 않은 사무원에게 사건 83건을 소개받고 알선료 2억 6,502만 원을 지급한 변호사, 2,600만 원을 받고 담당 판사와 친분을 선전한 변호사 등이 확인됐다. 이들은 매우 중대한 위법 행위를 저질렀지만 오히려 변협의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이들은 중징계는커녕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조차 받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변협은 위와 같은 50건에 대한 징계 청구를 거절했다. 이 법률용어로 ‘각하’ 됐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징계개시 요청이 각하된 이유는 변협의 징계 대상 규정 때문이다. 변협은 징계 대상을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한 변호사’로 정한다. 그런데 변호사법 5조에 따르면,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다. 변호사로 일할 자격을 빼앗기는 것이다. 변협은 이렇게 등록취소된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청구를 각하한다. 등록 취소가 됐기 때문에 아예 징계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 원장은 “대한변호사협회는 등록취소로 변호사 자격을 잃은 사람에게 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논리로 징계개시 청구를 각하한다”며  “가벼운 비위사실을 저지른 변호사는 징계를 받아서 불이익을 당하고, 무거운 범죄를 저질러 등록까지 취소된 변호사는 징계를 받지 않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등록취소로 인한 징계청구 각하는 중범죄를 저지른 변호사가 영구제명을 피해 다시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변호사의 직무와 관련하여 2회 이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영구제명 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등록 취소된 변호사의 징계 처분이 각하되고 있어 영구제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집행이 끝나고 5년 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은 유예기간이 지나고 2년 후 재등록이 가능하다.

변협이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변호사 결격사유’, 즉 등록취소를 이유로 징계개시 청구를 각하한 것은 50건이다. 전체 346건의 청구 중 14%에 해당한다. 각하 50건을 정직 이상 징계 비율에 포함하면, 정직 이상 징계 비율은 13%에서 26%로 오른다.

변협의 징계 대상에서 제외돼 처벌받지 않은 실제 사례는 50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변호사가 등록취소될 경우, 징계 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변협이 징계개시 청구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정형근 원장은 “변협이 각하처분 할 걸 알고 징계개시 청구 자체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등록취소와 징계대상 문제에 대해 이율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최근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변호사들은 제명이나 영구제명 감이다. 문제는 그들이 징계를 받기 전에 변호사 자격을 잃어 징계할 수 없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 등록 취소가 되더라도 징계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일정기간 지난 변호사 징계 내역과 등록취소 이유는 비공개

변협은 변호사 징계내역과 등록취소 내역을 공개한다. 영구제명과 제명은 3년, 정직은 1년(정직기간이 1년보다 길면 그 정직기간으로 쓴다), 과태료는 6개월, 견책은 3개월 동안 변협 홈페이지에 오른다. 임순호 변호사의 경우, ‘의뢰인의 보관금을 임의로 소비하였고, 정직 기간 중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여 변호사법을 위반하였다’고 기재돼 있다. 등록취소 내역은 변호사 이름과 생년월일, 등록취소 날짜가 기재된다. 등록 취소된 이유는 공개되지 않는다.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 중 등록취소 게시물

법무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변호사 징계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비공개 결정을 했다. 변협 역시 같은 이유로 일정기간이 지난 변호사 징계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징계받은 변호사 정보공개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변호사가 직업적으로 윤리를 지키는 사람인지 시민들이 알아내는 것은 어렵다”며 “일반 시민이 변호사의 징계내역을 더 쉽고 자세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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