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북송금 사건 핵심 안부수와 검사의 '부당 거래' 카톡 직후에 쌍방울이 안부수 딸에게 연락
② "검찰이 돌려준 아버지 휴대전화 달라"고 요청한 쌍방울 임원...이튿날 딸 만나서 직접 받아가
③ '안부수 휴대전화' 확보한 쌍방울...대질 신문용 시나리오 짰거나 자체 폐기했을 가능성
④ "안부수 딸이 아버지 휴대전화 제출하러 왔다"는 검찰 해명과 어긋나는 카카오톡 내용 공개
뉴스타파는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대북송금 사건의 공범이자 관련 재판의 핵심 증인이었던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금품으로 매수한 정황을 보도하고 있다. 쌍방울 임원 A씨와 안부수 회장의 측근 B의 일치된 증언 그리고 여러 정황이 자세하게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가 주된 근거였다.
검찰은 일련의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수원지검은 ▲안 회장의 딸은 아버지의 휴대전화 등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검찰에 왔을 뿐 검찰청 불법 면회는 없었으며 ▲안 회장의 딸을 포함한 공범들이 모두 모였던 건 수사 과정에 필요한 대질 조사였고 ▲쌍방울이 안 회장 딸에게 주택 제공할 때 검찰이 관여한 바도 없고 ▲또 보석 석방을 조건으로 검사가 안 회장과 거래를 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오늘(25일)은 이 같은 검찰의 해명을 뒤집는 새로운 사실을 보도한다. 지난해 2월쯤 검찰은 자신들이 압수했던 안부수 회장의 휴대전화를 딸 C씨에게 돌려줬다. 그런데 이 휴대전화는 다시 쌍방울의 손으로 넘어갔다. 쌍방울은 왜 이 휴대전화를 가져갔을까. 공범들의 대질 신문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안부수 회장의 딸과 아버지 측근 B씨의 카카오톡 대화(2023.2.17.) 원자료에 있던 오타는 수정하지 않았고, 괄호 안 내용은 편집자가 추가했다.
안부수 회장의 딸과 아버지 측근 B씨의 카카오톡 대화(2023.2.17.) 원자료에 있던 오타는 수정하지 않았고, 괄호 안 내용은 편집자가 추가했다.
검찰이 압수했다 돌려준 ‘안부수 휴대전화’...쌍방울이 딸에게 받아갔다
지난해 2월 17일 오전 8시 22분, 안부수의 딸 C씨는 아버지 측근 B씨에게 "방금 아버지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아버지가 검찰하고 보석으로 합의를 봤다고 말했는데, 본인으로선 상당히 걱정이 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날 오후 3시 55분, 딸 C씨는 다시 B씨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오후에 쌍방울 임원을 만나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건네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측근 B씨가 "핸드폰은 왜 달래요?"라고 묻자 딸 C씨는 "대질하고 있는데 핸드폰에 내용이 많이 들어있어서 확인하면서 얘기할 건가봐욤. 아빠가 유리한 입장을 얘기하기 위해서욤"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검찰 수사기록을 확인한 결과 이들의 대질 신문 조서가 작성된 건 다음 달인 3월 19~20일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두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① 쌍방울이 안부수와 사전에 말을 맞추기 위해서 휴대전화 속의 정보가 필요했거나 ② 아니면 대질 신문 전에 안부수의 휴대전화에 있는 정보를 폐기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가능성이다.
검찰이 휴대전화를 딸에게 돌려준 사실을 쌍방울이 어떻게 알았는지도 의문이다. 아버지가 '검사와의 딜'을 언급한 당일 오후에 쌍방울 임원이 딸에게 연락을 했기 때문이다. 이튿날인 지난해 2월 18일 오전, 딸 C씨는 쌍방울 임원을 직접 만나 '아버지 폰'을 건넨 것으로 확인된다.
대북 송금 사건의 공범들이 검찰이 압수한 물증인 휴대전화를 주고받은 것이다.
'검사와의 딜' 언급 당일에 쌍방울이 삼촌이 연락...'불법 면회' 때도 동석한 삼촌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한 뉴스타파의 취재 내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쌍방울이 안부수 딸에게 주택 제공 약속 (김성태 회장 해외 도피 중)
② 김성태 회장 체포 및 압송(2023.1.17)
③ 안부수, 딸에게 전화로 "검찰과 합의했다". 이날 오후에 쌍방울 임원이 딸에게 연락(2023.2.17)
④ 쌍방울 임원, 안부수 딸로부터 안부수 휴대전화 확보(2023.2.18)
⑤ 안부수의 검찰 진술 변경(800만 달러=경기도 스마트팜 대납 및 이재명 방북비용)
⑥ 수원지검에서 안부수 부녀 상봉, 검사와 쌍방울 임직원 동석(2023.3.18)
⑦ 검사가 김성태, 안부수, 방용철 등 공범 5명을 불러 대질 조서 작성(2023.3.19~3.20)
⑧ 쌍방울, 안부수 딸에게 주거용 오피스텔 제공(2023.3.31)
⑨ 안부수, 이화영 재판서 기존 법정 증언 번복(2023.4.18)
검찰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안부수 부녀의 '검찰청 불법 면회' 의혹과 관련해 "안부수 회장의 딸이 휴대전화 등 아버지 사건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서 수원지검에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보듯이, 검찰은 피의자 안부수의 휴대전화를 이미 돌려준 상황이었다. 돌려준 휴대전화를 다시 제출하러 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쌍방울이 손을 댄 안부수 휴대전화가 다시 검찰에 제출됐다면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설사 안부수의 또 다른 휴대전화가 있다고 해도 변호인이 아닌 딸에게 직접 가져오라고 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 더구나 지난해 3월은 안부수의 1심 재판 변론(1심 선고는 5월)이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추가 혐의를 잡은 것도 아닌데, 이 시점에 굳이 사건 자료를 받을 이유도 없다.
딸 C씨는 아버지 휴대전화를 가져간 쌍방울 임원을 '삼촌'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삼촌은 다음 달인 2023년 3월 18일자 카카오톡 대화에서 실명으로 등장한다. 이날은 안부수 부녀가 검찰청에서 상봉한 날이다. 김성태 회장을 비롯한 쌍방울 임원들이 모두 함께 모였는데, 그 자리에도 이 인물이 있었다. 이 인물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검찰에서 '연어회 술판'이 벌어졌다고 주장한 날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뉴스타파가 검찰 수사기록을 살펴본 결과, 이 인물은 김성태 회장의 비자금 관리에 관여한 최측근이었다. 따라서 쌍방울 임원이 안부수의 휴대전화를 가져간 것 또한 김성태 회장의 지시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위에서 정리한 ①~⑨번의 일들이 아무런 연관 없이 그저 우연히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검찰 수사의 절차적, 실제적 정당성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