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준법 약속' 직후에도 프로포폴 불법 투약

2022년 03월 24일 17시 52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20년 5월 대국민 '준법 약속' 기자회견을 했으나 그 직후에도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뉴스타파 보도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다른 병원으로 투약 장소를 옮겨 불법으로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다. 뉴스타파는 최근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사건 기록에서 41차례의 투약 시기와 횟수를 확인했다. 
뉴스타파 보도로 시작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은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가 벌금 7000만 원을 선고하면서 마무리 됐다. 이 부회장은 재판에서 “개인적인 일로 많은 분께 걱정 끼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치료에 의한 일이었지만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체적인 투약 일시와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2018년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한 달에 7회 프로포폴 불법 투약

뉴스타파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사건 기록에서 투약 일시와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검찰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모두 41차례 투약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이 가운데서 주목할만한 투약 시기는 2017년 1월과 2월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으로 특검 수사를 받을 때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1월 19일과 특검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한 2월 14일 등 이 기간에 다섯차례 불법으로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다. 당시 이 부회장은 서울 강남 I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이후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는 구치소를 나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다시 한번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은 나를 돌아본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2018. 2. 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18년 2월 5일 집행유예로 풀려나며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6월에만 일곱차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것으로 확인된다. 1년 전 특검 수사를 받을 때 드나들었던 서울 강남의 I성형외과에서였다. 이 부회장은 I성형외과에서만 2015년 1월부터 2019년 여름까지, 모두 38차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 

"법 어기지 않겠다"며 대국민 기자회견 4일 뒤, 불법 투약 

2020년 들어선 4월에 한 번, 5월에 두 번 투약했다. 이 시기는 그해 2월 보도된 뉴스타파의 이재용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뉴스타파 보도 이후 폐업해 버린 I성형외과 대신, 강남대로 한복판에 있는 S성형외과를 찾았다. 이 부회장이 약병을 든 채 흐느적 거리는 영상이 찍힌 바로 그 병원이다. 뉴스타파 보도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에도 이 부회장은 장소를 옮겨 불법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0년 5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법을 지키겠다 밝힌 나흘 뒤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5월 10일은, 그가 이른바 대국민 준법 약속 기자회견을 연 뒤 겨우 4일이 지난 시점이다. 5월 6일 이 부회장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4대 세습 포기, 노조 허용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습니다...중략...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습니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2020. 5. 6./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많은 언론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약속을 치켜세웠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준법 가치 실현 의지를 의미있게 평가”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대국민 약속 기자회견 4일 뒤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다시 불법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삼성 측에 이 부회장의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으나, 삼성 측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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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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