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입양기록③]아동 정보 틀려도 수정은 미지수? 입양인 "가치 없는 자료"

Sep. 25, 2024, 04:43 PM.

아동권리보장원이 입양기록 전산화 사업을 통해 수십 만 건의 데이터를 구축했지만, 정작 사업 산출물인 데이터의 정확성은 의문이 제기되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감리 과정에서 다수의 오류가 발견됐지만, 사업이 진행된 10년 간 오류를 바로 잡혔는지 여부가 확인되는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이같은 사업 부실로 입양인들의 염원인 뿌리 찾기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은 입양 기록을 영구 보존하겠다는 목적으로 지난 10년간 약 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 사업을 진행하고 약 56만 건의 데이터를 구축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이 사업에 백지가 다량 스캔 되어있고, 검수 수량과 실제 과업 수량이 일치하지 않는데도 아동권리보장원 직원들이 검수확인서에 서명하는 등 문제를 연속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구체적인 답변을 요청하는 질의서를 수차례 보냈지만, 아동권리보장원 측은 형식적인 답변만 반복하는 상황이다.

오타 다수 적발…시정조치 확인서는 없어

아동권리보장원에 제출된 감리수행 결과 보고서 (2015년-2022년)
뉴스타파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보건복지위원회)을 통해 이 사업 감리보고서 일체를 입수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용역 업체에 입양기록 전산화 사업을 맡긴 후, 이 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됐는지 점검하기 위해 별도의 감리 용역을 진행했다. 사업 기간 10년(2013~2022) 중 감리가 진행된 기간은 8년(2015~2022)으로, 그 사이 총 11차례 감리 작업이 진행됐다. 
2017년 감리보고서에는 “데이터에 대한 품질 점검 결과 예상보다 많은 오류가 발견되고 있다”고 적혀있다. 이 사업은 전국 86개 아동 복지 시설에 흩어져 있는 원본 입양 기록물을 이미지 파일로 스캔하고, 그 안에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엑셀 문서에 직접 입력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용역 업체의 입력 단계에서 오타나 누락 등의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예를 들면 한 아동 친모 이름이 원래는 ‘이 씨’인데 ‘김 씨’로 잘못 입력되어 있었다. 2018년 감리 보고서에는 “데이터에 예상보다 다수의 오류가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대상 아동의 주민 등록 번호 입력 항목 누락 오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적혀있다. 
데이터 입력 오류 예시 
감리 과정에서 적발 내용이 수두룩하게 나왔지만, 정작 오류가 발견된 데이터가 제대로 수정됐는지는 미지수다. 감리 업체 측은 오류 적발 내용은 용역 업체에 전달해 시정하도록 했고, 시정한 것도 확인도 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정 조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인 ‘시정 조치 확인서’는 사업 주체인 아동권리보장원 측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감리 용역 과업 지시서에 따르면 “감리 업체는 감리 결과에 따라 용역 업체가 오류 데이터를 시정했다는 확인서를 발주사인 아동권리보장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총 11번의 감리 용역 중 시정 조치 확인서가 제출된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하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 측에 “2020년도 외에 시정 조치 확인 보고서가 부존재 한다”고 밝혔다. 11번의 감리 가운데 10번은 A사가, 한 번은 B사가 감리 용역을 맡았다. 유일하게 시정 조치 확인서가 제출된 2020년은 B사가 감리 용역을 진행했던 때다. 
시정 조치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은 또 있다. 2017년 감리 보고서에는 “발견된 오류 사항은 담당자에게 전달하여 즉시 조치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는 교정지 등을 확인할 수 없다”고 적혀있다. 2018년 감리 보고서에도 역시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는 교정지 등을 사용한 증적(증거가 될 흔적이나 자취)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적혀있다. 

데이터 80%는 깜깜이

감리 작업은 전체 데이터 가운데 평균 14% 정도만 선별해 확인하는 샘플링(Sampling, 표본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나머지 약 80%의 데이터에 오류가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감리업체 역시 보고서를 통해 “샘플링 되지 않은 데이터에도 오류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업 종료일까지 구축된 데이터에 대한 지속적인 품질 검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수차례 지적했다.
취재진은 질의서를 통해 나머지 80%의 데이터에 대해서도 추가 감리를 했는지 물었다. 하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구체적인 답변 없이 “10년간 사업 내용을 확인 조사하고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한분영 덴마크 한인 입양인 단체 DKRG 공동대표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데이터 정확도는 아주 중요하다. 만약에 정확한 이름이나 생년월일이 아니라면, 정말 아무 의미가 없고 가치가 없다. 출발점이 잘못됐다면 우리는 어느 것도 추적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전산화 기록물 담긴 외장하드 분실까지

아동권리보장원이 입양 아동 관련 전산화 자료가 담긴 외장하드 등의 일부 기록물을 분실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뉴스타파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이 사업의 추진 사항을 정리한 아동권리보장원의 내부 자료를 확보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 2016년 1차 전산화 자료가 들어있는 외장하드, △ 2018년 전산화 사업 결과물이 담긴 CD, △ 2022년 전산화 자료가 담긴 외장하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온다. 
한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지금 외장하드가 없는 경우가 있어서 굉장히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2016년 1차가 없고, 2018년도에 30만 건 데이터에 대해 중복 값을 제거하거나 오류 잡는 작업을 했고 그걸(작업 결과를) 광디스크에 수록을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2022년 외장하드도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이런 전산화 기록물이 담긴 외장하드를 분실한 게 맞는지 아동권리보장원에 공식 확인을 요청했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즉답을 회피했다. 
지난 9월 20일 해외입양인 단체가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입양인 단체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 달 아동권리보장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은 아동권리보장원의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수진 의원은 “꼼꼼하게 이루어져야 했을 사업이 지속적으로 부실하게 이루어진 것에 대한 아동권리보장원의 해명과 조치가 필요하다”며 “내년부터 아동권리보장원으로 기록물 관리와 정보공개 업무가 일원화되는 만큼 입양기록물 전산화 사업을 비롯한 기록물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입양인 단체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일, 이들은 아동권리보장원 앞 항의 시위 후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을 만나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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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강혜인 이명주 조원일
촬영오준식 김희주 신영철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