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계엄 미국에 사전 통보 안했다... 외신 "정치적 도박","대실패"

Dec. 04, 2024, 02:24 PM.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령 선포는 미국에 사전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 정부의 당황스러워하는 반응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세계의 주요 외신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에 대해 “효과 없는 정치적 도박”, “대실패” 등으로 정의하며 양극화된 정치 지형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미국의 한 매체는 “시민들은 이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며 “혐오스럽다”고 말한 미국 하원의원의 의견을 전했다. 

미 정부, 사전통보 못 받아 ‘당황’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발표한 입장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NSC 대변인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계엄) 사태의 추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해외순방 중 한국 상황에 대해 보고는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따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 CNN은 군사 분석가 세드릭 리튼을 인용해 “미군 수천 명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불안정이 발생하면 군사적 관점에서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힘을 투사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도했다.
펜타곤 대변인은 AP통신에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2만7000여 명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3시가 넘어서야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을 통해 정돈된 입장을 내놨다. 캠벨 부장관은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사태 전개를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며 "한국과의 동맹은 철통같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이 불확실한 시기에 한국을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모든 정치적 분쟁이 평화롭게 법치주의에 따라 해결되기를 바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후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BBC, “계엄령은 효과 없을 것 같은 고액의 도박”

BBC는 이날 밤 계엄령을 윤 대통령으로서는 “져서는 안 되는 고액의 도박”(high stakes gamble for Yoon and he cannot afford to lose)이라 표현하며 “결코 효과가 없을 것 같은 매우 과격한 움직임"이었다고 평가했다.
BBC는 또, 레이프-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국제학과 교수를 인용해 윤 대통령은 “포위당한 정치인”이라며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과 국회의 예산안 삭감, 거듭된 탄핵 요구를 언급하며 “앞으로 이런 모든 것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국영매체 CGTN은 AFP통신 기사를 인용해 “윤 대통령은 매우 인기 없고 무능한 지도자였으며, 그가 하려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대중의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치일간지 폴리티코는 미 의회 분위기를 전했다.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인용해 “수십 년간 한국 국민에게 이로웠던 민주주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도 훼손”한 행동이라고 적었고, 안나 폴리나 루나 공화당 하원의원의 “혐오스럽다. 시민들은 이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반응도 적었다.

뉴욕타임스 “양극화된 정치 지형이 원인”, CNN “대실패”

미국 CNN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로 수십만 명이 탄핵을 요구하게 만든 일련의 스캔들과 논란을 겪었다”며 이태원 참사와 김건희 여사 ‘디올백’ 논란을 언급했다. “야당의 의회 장악력은 윤 대통령이 야당의 검찰총장 탄핵안과 정부 예산안 기각안을 인용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게 된 배경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양극화된 정치로 인해 한국은 계엄령으로 전락했다”(How polarized politics led South Korea to a plunge into martial law)라는 분석기사 제목을 통해 지난 밤 한국의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야당이 북한과 공모하여 자신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맹렬히 비난하며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한미동맹이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시험에 직면"했다고 적었다.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에 대해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를 0.8% 포인트 차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하며 정치적 기반이 약한 지도자라 소개했다. 취임 이후 김건희 여사 '디올백' 논란, 채해병 특검 거부권 행사, 의료 대란 등 수많은 논란을 빚었고, 이를 비판하는 언론을 "국가 반역자"라고 명명하며 언론 탄압을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4일 오전 4시 30분 윤 대통령이 계엄령 해제를 선포한 이후 주요 외신은 미국 국무부의 ‘안도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갑작스러운 심야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가 일어난 원인은 한국의 정치 지형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CNN은 4일 오전 분석기사에서 지난 밤 계엄령 사태를 “정치적 혼란”(political turmoil)에서 비롯된 대실패”(fiasco)라고 명명하며 이 같은 “특수한 사건은 정치적 교착상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일본 교도통신 등은 갑작스러운 계엄령이 “미국, 일본 등 동맹국을 당황하고 우려하게 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선언이 ‘상당히 놀라운 일’이며,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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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