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국에 들어오지마" - 원전비판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

2015년 06월 16일 17시 14분

지난 2013년 4월 일본의 환경단체인 원자력자료정보실 대표 반 히데유키 씨에 대한 입국 거부 조치에 국정원이 개입된 것으로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당시 히데유키 씨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교보환경대상 국제부문상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찾았지만 입국이 거부돼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당시 히데유키 씨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법무부 관계자에게 입국이 거부된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히데유키 씨의 입국이 거부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법무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법무부는 “외국인의 출입국과 관련된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이후 하 위원장은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이 역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공개할 필요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법무부가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에 국정원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 발견됐다. 법무부는 준비서면에 “입국금지 요청을 한 ‘관계기관의 명칭’과 ‘요청시기’ 정보가 정보공개법 제4조 3항에 해당하는 정보이기 때문에 원고의 정보공개청구는 각하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정보공개법 제4조 3항은 다음과 같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4조(적용 범위) ③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 및 보안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에서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의 분석을 목적으로 수집하거나 작성한 정보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다만, 제8조제1항에 따른 정보목록의 작성ㆍ비치 및 공개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취재결과 이 법 조항에 해당하는 기관은 국정원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정보공개법 제4조 3항이 제정됐을 때 내용을 보니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범위 내에서 국가 안전기관으로 지정돼 있었고 현재는 국가정보원만 법 조항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히데유키 씨에 대한 입국 금지 요청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거짓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면 결국 입국 금지를 요청한 기관은 국정원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은 히데유키 씨의 입국 거부조치에 대해 “대한민국의 실정법을 위반한 적도 없고 가능성도 전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입국을 금지시킨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어떻게 보면 원전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 자체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히데유키 씨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직후만 해도 홍영표 의원의 초청을 받아 국회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었다. 그 전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관광하러 한국에 입국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히데유키 씨는 “자신은 핵발전소 이외에는 한국 사회에 대해 어떤 비판적인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떤 기관도 입국 거부에 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아 히데유키 씨가 입국 거부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반핵활동가’로 활동해 온 그간의 행적이 한국의 핵발전소 확대정책과 배치됐기 때문에 입국이 금지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하승수 위원장은 정황상 히데유키 씨의 입국 거부 요청을 한 기관이 국정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국정원이 “대한민국의 원전 확대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외국의 전문가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한 강연 등을 문제 삼아 입국금지를 시킨 것”이라면 “정치적 중립의 원칙을 어기고 국내 정책적인 문제에 개입한 것이기 때문에 국정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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