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양승태 대법원의 제물이었습니다”
2018년 07월 20일 11시 05분
우리 사회를 뒤흔든 쌍용자동차 사태. 3년이 지난 지금 남은 건 22명의 사망자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가슴에 쌓인 상처 뿐입니다.
“밟는다 밟아, 어어 저거 어떡해.”
그런 쌍용차 관련 청문회가 3년만에 국회 환노위에서 열렸습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비롯, 사건 관련자들이 증인으로 참석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장관 등 증인들이 악수를 나누는 동안 동참하지 않는 증인들이 있습니다.
[김정우 쌍용차 해고 노동자(노조위원장)]
“확 잡고 싶어요. (죽은 동료들을) 살려내라고 확 잡고 싶어요.”
이날 청문회는 그간 대면하지 못했던 사건 당사자들이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쌍용자동차 이유일 대표이사, 사건당시 경기경찰청장으로 과잉진압 논란에 휩싸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두 명의 노조위원장들과 처음 자리를 나란히 했습니다.
지난 4월, 쌍용차 진압작전 과정에서 특공대 투입에 반대한 강희락 경찰청장을 제치고 청와대에 직보한 사실을 밝혔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 청와대의 허가를 받아 특공대가 투입된 사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
“불과 작전 H-hour 이삼십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 갑자기 위험하니까 들어가지 마라, 작전하지 마라 그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설득을 했습니다. 지금 안에 극단주의자 십여명이 이 도장 공장을 폭파시키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중이고 해서..”
그러나 청문회 직전, 그가 쌍용차 노사타결이 임박했음을 알고도 경찰력이 투입했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
(오늘 아침에 아마 한겨레에 경찰 고위 관계자 증언이라고 해서 나온 것을 아마 보셨을 겁니다.)
“거짓말입니다. 그거 거짓말입니다.”
[한상균 쌍용차 해고 노동자 (전임 노조위원장)]
(일정 부분 타결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사실입니까?)
“예, 그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조현오]
“그거 사실하고 다릅니다.”
“(타결에 근접했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아니, 교섭을 직접 진행했던 지부장이 사실이라고 하는데)
“우리 조합원들 모두가 아는 상태에서 8월 1일자 교섭을 정말 끝장 교섭이다 하면서 진행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거기에 실질적으로 정리해고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 근접을 했던, 그야말로 그래서 우리 모두가 아픔이 있었지만 원만히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라는 그런 기대가 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인지는 모르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그것들이 어느 순간 싸그리 무시가 되는 그런 과정이 있었습니다.”
[심상정 국회의원]
“그 2009년 파업 때 경찰 특공대 투입을 강희락 경찰청장이 방해한 거 맞죠? 강희락 경찰청장이 투입하지 말라고 했는데 조현오 총장이 청와대에 직보해가지고 청와대에서 강희락 청장 찍어 눌러가지고 한 시간 만에 번복하게 한 거 아니에요 지금?”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에 있는 일이에요? 이명박 대통령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항명하고, 노동자들 마루타로 실험하고 그러면서 할 얘기가 있어요, 증인은?”
“후배 경찰들에게 창피한 줄 아셔야 돼요.”
조현오 경찰청장의 증언 과정에서 해고자와 가족들은 아주 격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심상정 국회의원] & [조현오 전 경기경찰청장]
(한가지 더 묻겠습니다. 2009년도 쌍용자동차 진압 당시에 진압 장비를 몇 종류나 쓰셨어요? 테이저 건은 썼어요, 안 썼어요?)
“사용했습니다.”
(사람 얼굴에 쏴도 되는 겁니까?)
“빗맞은 겁니다.”
또한 이 날, 경찰과 회사측의 공모를 통해 당시 파업 가담자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
((조현오 경찰)청장님, 경찰이 합법적으로 인정된 무기 위에 저렇게 벽돌을 던져도 되는 겁니까?)
“경찰이 벽돌을 들고 있는 겁니까? 그 벽돌을 가지고 노조원들이 공격한 걸 우리가 주웠다던가 하는 그런 가능성은 있을런지 몰라도 아니, 경찰이 그 당시에 벽돌로 찍었다는 보도는 일체 없습니다.”
(만약에 저게 (벽돌을) 던진 거라면 저게 경찰로서 할 짓입니까, 아닙니까?)
“경찰이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네? 지금 저 사진 보고서도)
“경찰이 벽돌을 던졌습니까?”
[국회 환노위워장]
(벽돌을 들고 있습니다. 던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
“경찰이 벽돌을 던졌다고 하면 누구한테 벽돌을 던진 겁니까?”
(그럼 같은 경찰끼린 던져도 됩니까?)
결코 다가설 수 없는 감정의 골만 확인한 청문회. 회고자들은 오늘도 실체를 알 수 없는 유령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
(여기 계신 조합원들이나 실질적으로 유명을 달리 하신 분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 저는 맞다고 봅니다.)
“사실을 왜곡시켜서 거짓으로 우리 경찰 가족에 대해서 비난하는 것은 정의에도 반하는 것이고 국가 정체성 유지에도 이건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3년만에 해고자들과 같은 자리에 나온 쌍용자동차의 대표이사.
[이유일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오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고, 죄송스럽고,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그러나 사망하신 분들의 그.. 명예를 생각해서 제가 자세히는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만은 그.. 그 중에는 정리해고와는 상관없이 사망한 분도 계시다는 것을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더 이상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김정우 상용차 해고 노동자 (노조위원장)]
“여기 오신 회장님께서 지금 저렇게 말씀하시는 저런 뻔뻔함들이, 너무나 야속합니다.”
“스물 둘 죽었을 때 누가 와서 조문을 했습니까 아니면 와서 잘못했다고 사과 한 번 해봤습니까? 결국 하는 소리가 니들 차나 팔고 와라 그러면 우리가 살려준다, 이런 얘기나 하고 있는 이런 천박한 생각을 하고 있는 이유일 회장과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또 다른 죽음을 부르고 있는 거 아닌가.. 정리해고와 관계가없다라고요? 이게 얼마나 비참한 겁니까.. 회장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이날 청문회는 밤 11시가 넘도록 계속 됐습니다.
[김정우 쌍용차 해고 노동자 (노조위원장)]
“(사측과) 정식적으로 대면하는 건 처음이죠.”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하고 많은 날들이 지나는데 대표이사라는 사람을 오늘에서야 처음 보셨다는 거죠?)
“네. 처음 봤죠.”
(기분이 어떠셨어요?)
“죽이고 싶죠. 비참하고. 오늘 잠 못잘 것 같아요.”
(아까전에 보니까 잠깐 우시는 것 같던데.)
“치 떨려요. 치 떨려요.”
[한상균 쌍용차 해고 노동자 (전임 노조위워장)]
“오늘 들어보니까... 3년 만에 (형무소에서) 나와서 보니까 모두가 이렇게 사기를 치고, 노동자들만 자르기 위해서 이렇게 불법을 저지르고 국법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상황이 됐어요. 이건 사기극인데. 그런 의혹들이 (냄새가) 진동했어요. 하지만 사실적인 팩트에 대해서는 여야간에, 그리고 중인간에 이런 공방이 있는 겁니다, 아직은. 그래서 이제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국정조사 필요성들이 아주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이 사기극에 대한 희생자들의 명예와 원직복직이 이뤄지는 것들이 또 저희들이 죽음을 막는 길이고..”
유령이 떠도는 대한민국. 그 사이 쌍용차 사망자는 24명, 25명 계속 그 숫자를 늘려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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