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2010년 이후 변호사비 낸 기록 없어

2018년 02월 09일 19시 12분

다스의 소송 비용을 삼성이 대납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뉴스타파는 다스가 김경준을 상대로 미국과 스위스에서 각종 소송을 벌이던 지난 2010년 이후 다스가 변호사 비용을 낸 기록이 아예 없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 또 이명박이 대통령에 취임한 2008년부터 다스의 변호사비 지출 규모가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스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김경준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고, 2011년 2월 스위스에서 140억 원을 받아냈다. 따라서 2011년까지는 막대한 규모의 변호사비가 쓰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다스의 변호사비 지출 내역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며, 삼성이 이미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사실상 이명박 측에 ‘소송 비용 대납’이라는 뇌물을 줬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최근 두번에 걸쳐 다스의 미국, 스위스 소송 관련 변호사 비용에 의혹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이명박 측의 변호 비용을 다스가 대신 지불한 것으로 보이며, 이명박과 다스가 피해자인 옵셔널벤처스(이하 옵셔널)에 변호사 비용을 떠넘겼을 가능성이 있고, 다스가 진행한 소송을 총괄한 변호사를 이명박 측이 직접 고용했다는 내용이었다. 뉴스타파는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의 이메일에서 발견된 다스 회계자료와 이와는 별도로 입수한 다스 내부 문서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자료에서는 특히 이명박 측에는 4년간 1억 원도 안 되는 소송비용이 청구된 반면, 피해자인 옵셔널에는 단 8개월 동안 4억 원이 넘는 변호사 비용이 청구된 사실 등이 확인됐다.

소송 총괄 에이킨 검프의 수상한 변론

다스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과 스위스에서 김경준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2010년 다스가 BBK에 투자했던 자금 중 140억 원을 돌려받으려는 소송이었다. 무려 8년 간이나 소송을 진행하면서 다스는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사용했다. 2008년까지 다스가 지불한 변호비용은 410만 달러가 넘었다. 그런데 2009년부터 사실상 다스의 미국과 스위스 소송을 총괄한 에이킨 검프(Akin Gump)에는 변호사비가 지불된 흔적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에이킨 검프는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로펌 순위 36위(2017년 기준)에 올라와 있을 정도의 세계적인 로펌이다. 만약 정상적으로 비용을 지불했다면 다스가 고용한 여타 로펌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다스 내부 문서에 따르면, 에이킨 검프는 2009년 3월부터 다스가 진행하는 소송을 총괄(Leading Counsel)했다. 2009년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영입했고, 다스와는 별도의 소송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에이킨 검프는 2011년 다스가 김경준으로부터 140억 원을 받아가는 과정도 총지휘했다.

다스의 미국, 스위스 소송을 총괄한 에이킨 검프가 아무런 비용을 받아가지 않았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가 대신 내주었거나, 이명박 측과 어떤 거래를 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긴다. 2007년까지 다스에서 경리팀장을 맡아 다스의 변호사 비용에 관여했던 채동영도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제가 경리팀장을 맡았던 2007년까지 다스는 매달 변호사비를 미국으로 보냈다. 그런데 에이킨 검프가 소송에 참여한 뒤 변호사비용을 받아가지 않았다는 건 이상하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 때 아닌가. 다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변호사비용이 지불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채동영 / 전 다스 경리팀장

수상한 점은 또 있다. 다스는 2011년 2월 김경준으로부터 140억 원을 가져간 뒤 미국과 스위스에서 진행하던 각종 소송을 취하했다. 그런데 2012년 만들어진 다스 내부 문서에는 2010년과 2011년 지불한 변호사 비용 내역이 아예 없다. 2009년까지만 변호사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다스 소송에 뛰어들어 가장 많은 돈을 받아간 미국 로펌 릭루거킴, 김경준 재산 몰수 청구소송에 관여했던 로펌 파커밀스 모두 마찬가지였다. 만약 2010년부터 이듬해까지 정상적으로 변호사 비용이 청구됐다면 그 비용은 훨씬 늘어 났어야 하지만 비용을 지출한 기록이 없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된 후 다스 변호사비 6분의 1로 줄어

다스가 매년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는 공시자료에서도 변호사 비용과 관련해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법률비용은 지급수수료 항목에 포함된다. 다스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다스가 지불한 수수료는 매년 증가했다. 2004년 10억 원을 넘어섰고 2006년부터는 20억 원이 넘었다. 그런데 이렇게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수수료가 어찌된 일인지 이명박이 대통령에 취임한 2008년부터 대폭 줄어들었다. 2009년에는 2007년의 6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다스는 2011년 김경준에게서 140억 원을 받아내기까지 미국과 스위스 등에서 치열한 소송전쟁을 벌였다. 따라서 2011년까지 변호사비는 오히려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세계적인 로펌인 에이킨 검프가 다스 소송에 뛰어든 2009년부터는 더욱 늘었어야 했다. 그런데 도리어 변호 비용이 급감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뒤, 누군가 다스의 변호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변호사비는 지급수수료 항목에 들어갑니다. 다스의 수수료는 김경준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2003년 6억, 2004년엔 약 10억 여원, 2006년과 2007년엔 각각 22억 8000여만원과 23억 9500여만원으로 늘어난 걸로 기재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 이후 급격히 줄어듭니다. 2010년에는 3억 원대로 거의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삼성 대납 의혹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경율 /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

삼성이 다스의 변호사비를 대신 낸 것으로 확인된다면, 검찰 수사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가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전직 대통령에 대한 뇌물 사건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이 이미 오래전부터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를 알았다는 증거가 된다. 이는 삼성이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의 딸에게 해외에서 말을 사주는 식으로 로비를 벌인 것을 떠올리게 한다.

취재 : 최문호 한상진 송원근 강민수 임보영 김지윤
촬영 : 최형석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