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부정선거 확인하려고 국정원이 선관위 보안점검 했을까?
2024년 12월 20일 17시 25분
뉴스타파 ‘국회개혁’ 프로젝트 <세금도둑 추적 2020> ① 정책용역보고서 천여 건 입수...혈세 낭비 또 확인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지난 2017년부터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국회개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가 숨겨놓았던 ‘입법 및 정책개발비’의 존재를 알게됐습니다. 이 국회예산은 연간 80~86억 원 규모입니다. 뉴스타파는 이 예산을 국회의원이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검증하려 했지만 국회는 정보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좋은 정책을 만들라며 국회의원들에게 소중한 세금을 쓰도록 했지만, 지출 내역은 물론 그 결과물인 ‘정책연구보고서’와 ‘정책자료집’은 시민들이 확인할 수 없던 것입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 3곳은 ‘원문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기나긴 다툼 끝에 결국 올해 1월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20대 국회의원들이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투입해 생산한 정책연구보고서 원문 1,115건 전부를 최초로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뉴스타파와 3곳의 시민단체, 그리고 MBC는 이 5만 쪽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함께 분석하고 취재했습니다. 21대 국회 개원을 맞아 뉴스타파는 3일부터 MBC와 동시에 국회의원 정책연구보고서 1차 검증 결과를 보도합니다. 1차 검증 대상은 정당 대표, 원내대표, 장관 출신 등 요직을 거친 20대 국회의원 54명의 정책연구보고서 202건입니다. 정책연구용역보고서의 부실 문제뿐 아니라 세금을 허투루 사용해도 아무런 검증도 감시도 없는 현재 시스템을 함께 추적했습니다. 뉴스타파는 남은 913건의 검증 결과도 차례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 해도 표절이나 짜집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정책연구보고서에 국민세금 수백만 원을 쓰는 국회의원. 어떠한 검증도 없이 의원이 보고서만 제출하면 연구용역비를 지급하는 국회사무처. 뉴스타파는 사실상 국민세금 ‘자동출납기’로 전락한 국회 정책연구 용역시스템을 검증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우상호 의원은 지난 2016년 9월 ‘OECD 국가의 지역고용창출과 경제발전'을 주제로 정책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연구를 맡은 것으로 돼 있는 사람은 모 대학 강사 박 모 씨. 국회사무처는 박 씨에게는 국회 예산 500만 원을 연구비로 지급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보고서는 같은 해 6월 충남연구원에서 발행한 ‘충청남도 지역노동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일자리정책의 과제’ 보고서를 출처나 인용 표기 없이 각주까지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진이 우상호의원실 연구보고서와 원 보고서를 대조한 결과 80% 가량이 표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이 연구자 박 씨에게 연락하자 실제 정책연구를 수행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남편이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박 모 씨의 배우자는 2016년 당시 우상호 의원의 수석 보좌관이자 표절보고서의 원문 저자인 이 모 씨로 확인됐다.
박 씨의 배우자 이 씨는 현재 모 정부 부처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취재진은 해명을 요청했으나 그는 답변을 거절했다. 우상호 의원은 취재진에게 “사실관계 확인 후 문제가 있다면 (연구비를)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부의장과 미래통합당 원내 대표를 지낸 5선 경력의 심재철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북한의 통일전선사업부 해부’라는 정책연구용역을 사단법인 북한민주화위원회에 맡겼다. 이 정책연구에는 국회 정책개발비 200만 원이 들어갔다.
뉴스타파 검증 결과 이 16쪽짜리 용역결과보고서는 11년 전인 2008년 5월 한 안보 관련 인터넷 매체의 기사를 대부분 베낀 것으로 확인했다. 서론에 해당하는 1쪽과 맺음말 부분, 3문장을 제외하곤 내용이 정확히 일치했다. 그러나 출처와 인용 표기는 하지 않았다.
북한민주화위원회 측은 뉴스타파에 “탈북자 단체가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저희들이 구체적으로 보고를 했어요. 그러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한번 찾아봅시다 하더니 의원실에서 이렇게 연락이 온 겁니다.”라며 해당 정책연구용역을 맡게 된 배경을 밝혔다. 또 용역보고서는 심재철 의원실 요구대로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후보군 3개를 보내셨는데 그중에서 보시더니 심재철 의원실에서 이 ‘북한의 통일전선사업부 해부’가 제일 좀 적합한 것 같다.”
“의원실에서 그래서 제일 적합한 것 같다해서 이것으로 했다 그 말이야. 그러면 우리가 그게 세금인지 연구용역비인지 그 내용은 모르잖아.”
- 북한민주화위원회 허 모 위원장
4선 경력의 미래통합당 유승민 전 의원은 2016년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현황과 평가'를 주제로 500만 원의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뉴스타파 검증 결과, 해당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는 한국수출입은행에서 한 달 앞서 발간한 ‘국제사회 대북 경제제재의 현황과 이행 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의 목차와 본문, 참고문헌, 심지어는 오탈자까지도 그대로 베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확인 결과, 유승민 의원의 연구용역보고서를 쓴 조 모 교수는 원 보고서 저자인 박 모 씨의 박사논문 지도교수로 확인됐다.
“조OO 교수님이 무슨 프로젝트.. 국회 관련됐던 것 같아요. 같이 하자고 말씀을 주시면서 혹시 최근에 경제 제재 관련해서 리뷰한 게 있냐고 말씀을 주셔서 제가 있는 지금 기관에서 보고서를 이제 막바지를 하고 있다라고 말씀을 드려서..”
- 표절연구용역 수행자 제자 박 모 씨
이에 대해 당시 해당 용역수행을 담당했던 유승민 의원실 관계자는 “용역비를 따로 지급을 해야 하니까 행정적인 처리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기 안에 보고서를 용역비를 지급받을 수 있어 조 교수가 제자의 보고서를 표절해 중간보고서 형태로 제출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취재진은 국회사무처에 용역비 지급 이후 최종보고서가 들어왔는지 물었으나 찾지 못했다는 말만 들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8년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친환경 농산물 중국 수출’을 주제로 진행해 펴낸 정책연구보고서가 모 연구원 소속 연구자 조 모 씨의 자기 표절 사례임을 보도한 바 있다. 보도 이후 이개호 의원은 연구용역비 300만 원을 전액 반납했고, 연구용역 수행자는 연구윤리 위반으로 소속 연구원으로부터 감봉 징계를 받았다.
당시 이개호 의원실은 조 씨에게 맡겼던 다른 두 건의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도 자체조사했으나 심각한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지난번에 그 첫 번째 논문이 발표된 이후, 문제가 있다고 된 이후에 우리 비서관들이 했는데 일부 2, 30% 정도 표절 내용이 있지만 첫 번째 논문하고는 달리 결론이랄지 그런 부분에서 크게 첫 번째 논문과는 질적으로 좀 다르다. 저희들 내부적인 검토 결과..”
- 이개호 의원실 관계자
그러나 뉴스타파 확인 결과, 조 씨가 이개호 의원실 용역을 받아 수행한 ‘세계화 개방화에 대응한 전남농업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도 심각한 자기 표절이 발견됐다. 해당 보고서의 서론에 해당하는 1~2쪽은 전남발전연구원에서 발간한 ‘전남 농가소득 재고방안’ 보고서의 46~48쪽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용역보고서 본문의 8~14쪽, 29~42쪽은 같은 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 3건(‘전남 농업의 경쟁력 강화 전략(18~19쪽)', ‘전남 농가소득 재고방안(50~54쪽)', ‘특집주제: 민선 6기 전남도정의 방향과 과제(33~46쪽)')을 짜깁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맺음말(46쪽)은 본문을 짜깁기한 보고서 ‘전남 농업의 경쟁력 강화전략'의 ‘요약 및 결론(33쪽)'을 그대로 옮겼다. 심지어 맺음말의 첫 문단은 조 씨가 수행한 이개호 의원의 또 다른 연구용역보고서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한국농업의 6대 대응 전략'의 맺음말에서 또 반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 씨에게 국회예산으로 지급된 이개호 의원의 정책연구용역비는 모두 1050만 원이다.
표절, 짜집기, 비전문가 용역수행 등으로 대표되는 국회의 엉터리 정책연구에 계속 혈세가 낭비되는 이유는 누구도 검증하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제도상 허점 때문이다.
하지만 의원실이나 연구용역 수행자는 한 건 당 최대 5백 만 원의 연구비로는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금액으로 새롭게 조사하거나 연구 용역을 할 수는 없다. 300, 400만 원을 받고서 이런 조사를 이렇게 단기간에 할 수는 없다. 그런 자료들을 모아서 정리해서 줄거다라고 분명히 제가 이야기를 했었고”
- 표절연구용역 수행자
“500만 원이면 엄밀히 말하면 연구 용역이라 하기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연구 용역이 아니라 자문? 아니면 뭐 자료 조사?”
- 표절피해 저작물 원 저작자
“저희는 일단은 그쪽에 기존에 있던 자료들을 좀 축약해서 달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나 봐요. 그래서 그쪽에서 그렇게 준 것 같은데 인용을 안 했다면 문제가 있는 건데. 저희는 여러 가지 바쁘다 보니까 용역 보고서 받으면 그걸 확인을 잘 안 하잖아요. 이게 통째로 갖다 썼다 말았다 이건 확인을 안 하니까.”
- 의원실 관계자
최대 5백 만 원으로는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지만 국민세금을 투입해 각 의원실이 굳이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할 필요가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의원은 찾기 힘들다.
국회사무처는 보고서 작성 때 다른 자료를 인용할 경우 반드시 인용 출처를 표기해야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짜깁기가 뭐가 문제냐 되묻는 의원실도 있다.
“이게 지금 논문인가요? 보고서인데 짜깁기를 할 수 있잖아요.”
“출처를 밝히고 참고문헌에 쓰도록 국회사무처에서 안내하고 있죠.”
“아니. 그러니까 우리는 그 연구자가 그렇게 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잖아요. 근데 우리가 그걸 일일이 스크린 할 수도 없고..”
- 의원실 관계자
더 큰 문제는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연구 결과물을 어느 누구도 검증하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는다는 데 있다.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국회의원은 자체적으로 보고서를 검증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국회사무처는 의원실의 회계 출납 업무를 대행할뿐 발주처는 각 의원실이기 때문에 국회사무처는 정책연구 결과물을 검증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의원실 단위에서는 불가능해요. 그러면 의원실에 있는 보좌진들이 연구용역이나 이런 것들 할 때 학회에, 중복성 검증은 학회가 보통 많이 하거든요, 대학이나. 그 정도의 시스템을 갖춰놓고 일을 해야 된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 의원실 관계자
“사실은 의원실이라는 게 하나의 기관이지 않습니까. 헌법기관이고 그래서 사실은 의원실에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다 책임을, 자기들이 연구자 선정하고 연구용역이 잘 됐는지까지 사실은 원래 그분들이 다 해야 돼요. 그런데 그 300개 기관에 모두 출납공무원을 줄 수가 없거든요. 저희가 회계공무원인데 회계공무원을 (의원실에 다) 둘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저희는 사실은 대행을 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저희가 이제 그분들이 ‘우리 연구용역 수행했으니까 돈 주세요’ 그러면 결과보고서가 오면 ‘하셨구나’하고 돈을 드리는 거예요.”
- 국회 사무처 관계자
검증도 책임도 없이 오로지 선의에 기대어 집행되는 국회 입법 및 정책연구용역비예산. 매년 80억 원 가량의 국민세금이 국회에서 사실상 ‘자동 출납’되고 있는 셈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국회의원 정책연구 용역 보고서는 뉴스타파 머니트레일 용역보고서 원본 공개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타파는 이 사이트를 통해 2018년 국회의원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집행 내역을 공개했고, 이후 국회 특정업무경비, 국회 특수활동비, 의월별 정책자료발간 및 홍보 유인비, 국회 교섭단체 정당 정책위 해외출장 내역 등을 확보해 공개하고 있다.
취재 | 임선응, 강현석, 연다혜, 박중석, MBC 공동취재팀 |
데이터 | 최윤원 |
촬영 | 신영철, 이상찬 |
편집 | 조문찬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공동기획 |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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