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이은재, 백재현, 강석진, 서청원
2018년 10월 17일 20시 00분
해마다 수많은 공직자들이 해외 공무출장을 간다. 국회 교섭단체 정당 당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출장 경비로 1인당 수백만 원씩의 세금이 들어간다. 하지만 정부 출장과는 달리 정당 당직자들의 출장보고서는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들이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갔는지 알 수 없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와 YTN, 그리고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은 2016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각 정당들의 해외출장 내역과 결과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처음으로 입수해 검증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거짓, 표절, 엉터리 출장보고서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정당 당직자들의 외유성 출장에 막대한 국민세금이 허비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초로 드러났다. 뉴스타파와 YTN은 오늘(11월 4일)부터 주요 정당 당직자들의 해외출장 비리 실태를 공동 보도한다. - 편집자 주 '정책 정당'의 황당한 해외출장① “그런 사람 온 적 없다”... 천만 원짜리 허위보고서 |
2016년 7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 3명이 스페인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아니, 겉으론 ‘해외출장이다’. 목적은 스페인 문화권 입법기관 조사. 국회사무처에서 예산 천만 원을 지원받아 7박 9일 일정을 진행했다. 떠나기 전 이들이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주요 출장 계획은 국내 기업 현지 사무소 방문과 현지 행정 관련 정보 수집, 두 가지가 전부다. 그렇다면 해외출장 결과는 어땠을까?
일정은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스페인 국회와 왕궁을 방문하고 코트라 무역관 관장을 면담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스페인 국회는 2016년 5월부터 7월 중순까지 해산 중이었다. 텅 빈 국회를 방문했다고 기록한 것이다. 취재팀이 스페인 상원 측에 이메일 질의서를 보냈더니, “해당 기간 한국인은 오지 않았다”는 답변이 왔다.
셋째 날부터는 사실상 관광이나 마찬가지였다. 마드리드에서는 축구장과 세계 4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프라도 미술관을, 바르셀로나로 이동해서는 가우디 건축물을 관람했다.
중간 중간 한국 기업인과 외교관을 만났다고 기록한 일정은 사실일까? 취재 결과, 출장 셋째날, 면담했다고 돼 있는 스페인 주재 한국기업 법인장은 “만난 기억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주 이탈리아 대사관의 외교관을 만나 면담했다고 기재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취재진이 해당 외교관에게 물었더니 “만난 기억이 전혀 없다”며 황당해 했다. 또 면담했다고 적어놓은 민주평화통일위원회 한 자문위원은 “왜 왔나 싶을 정도로 사소한 이야기만 나눴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스페인 출장 계획서 및 결과보고서 기사 하단에 첨부
2018년 6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 등 3명이 동유럽으로 떠난 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회사무처에서 예산 천 백여만 원을 지원받았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의 의회를 시찰해 정책 입법 능력을 향상하고 현지 진출한 우리 기관과 기업을 시찰하겠다는 게 출장 목적이었다.
귀국한 뒤 이들 정책위원들은 체코 주재 한국대사관과 헝가리 한국문화원을 방문했다고 했지만 확인 결과, 공식 방문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헝가리 한국문화원장 역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들의 방문은 없었다고 답했다. 가지도 않은 곳을 방문했고, 만나지도 않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출장보고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문기관에 대한 기초적 사실도 파악하지 않고 출장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헝가리 국민의회는 지난 2012년 국회의원 수를 386명에서 199명인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선거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이런 선거제도 변경은 국내에도 이미 소개된 바 있다.
그런데도 외국 입법제도의 변화를 조사한다며 떠났던 정책위원들은 이미 6년 전 변경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출장 결과보고서에 현재 헝가리 국회의원 수를 바뀌기 전 규모인 386명이라고 적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를 방문해 관계자를 면담했다고 했는데, 결과 보고서에는 가장 기초적인 통계인 회원국 수를 오래 전 데이터로 적어놓았다. 출장시점인 2018년 기준으로 IAEA 가입국은 170개국인데, 2012년 기준인 154개국이라고 기재해놓은 것이다.
유럽 노동정책을 공부한다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노동회의소를 갔다고 하지만, 보고서 내용은 2018년 3월 서울시 연수보고서의 각주 1번과 사실상 동일하다. 인터넷에 올라온 자료들을 대충 짜깁기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유럽 3개국 출장계획서 및 결과보고서 기사 하단에 첨부
취재진은 해당 정책위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해명을 들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방문하지 못했다”, “사전 약속을 하지 않고 기관을 방문해 관계자를 만나지 못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탓에 시간을 소비해 제대로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심지어 “경비가 턱없이 부족해서 그랬다”는 설명까지 나왔다.
만약 국정감사에서 정부 부처 소속 공무원들이 이렇게 답변했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정책 정당을 표방하면서 정책을 개발하겠다고 해놓고 실제는 국민 세금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떠나는 이들을 국민은 어떻게 바라볼까?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스페인 출장 계획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스페인 출장 결과 보고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유럽 3개국 출장 계획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유럽 3개국 출장 결과 보고서
공동 취재 | YTN (홍성욱, 한동오, 고한석, 이정미) 뉴스타파(강혜인,임보영,박중석) |
공동 기획 | 뉴스타파, YTN,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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