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뉴스타파 YTN 공동취재]'정책 정당'의 황당한 해외출장② 라스베이거스에서 선거제도 연구?

2019년 11월 04일 07시 00분

해마다 수많은 공직자들이 해외 공무출장을 간다. 국회 교섭단체 정당 당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출장 경비로 1인당 수백만 원씩의 세금이 들어간다. 하지만 정부 출장과는 달리 정당 당직자들의 출장보고서는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들이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갔는지 알 수 없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와 YTN, 그리고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은 2016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각 정당들의 해외출장 내역과 결과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처음으로 입수해 검증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거짓, 표절, 엉터리 출장보고서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정당 당직자들의 외유성 출장에 막대한 국민세금이 허비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초로 드러났다.

뉴스타파와 YTN은 오늘(11월 4일)부터 주요 정당 당직자들의 해외출장 비리 실태를 공동 보도한다. - 편집자 주

'정책 정당'의 황당한 해외출장① “그런 사람 온 적 없다”... 천만 원짜리 허위보고서
'정책 정당'의 황당한 해외출장② 라스베이거스에서 선거제도 연구?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와 선거문화를 세계 최대 도박도시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연구하자.’

황당하지만 지난 2016년 5월, 당시 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 정책위원회가 미국 선거제도를 연구한다며 실제 미국에 출장 가서 방문한 곳 중 하나가 바로 라스베이거스였다.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정책연구위원 2명은 "(2016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선거제도와 문화를 비교 연구하겠다"며 미국 출장을 떠났다. 국회 예산 660만 원 가량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등 미국 선거 제도 연구와는 별 관련이 없는 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장 후 제출한 결과보고서는 굳이 미국을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졌고 일부는 언론 기사를 베꼈다.

뉴스타파와 YTN,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교섭단체 정당들의 해외출장 내역을 처음으로 입수해 확인한 결과다. 엉터리 출장에 소중한 세금이 허비됐지만 출장을 승인한 새누리당이나 예산을 지급한 국회사무처, 그 어디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 사진 설명 : 2016년 5월 새누리당 정책연구위원 자료조사를 위한 국외출장 계획서

뉴스타파, YTN, 시민단체 2016- 2019년 정당별 해외출장 내역 처음 확인

공동취재팀이 이번에 확인한 새누리당의 '정책연구위원 자료조사 국외출장' 계획서 및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새누리당 정책연구위원 하 모 씨와 김 모 씨 등 2명은 2016년 5월 7일부터 16일까지 8박 10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승인을 거쳐 국회사무처에서 예산 660만 원 가량을 지급받았다.

이들이 밝힌 미국 출장 목적은 "제 45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미국을 방문해 미국의 선거제도 및 문화 등을 한국과 비교, 연구하겠다"는 것이었다. “내년(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향후 선거 제도 및 정책적 개선책 마련을 위한 연구”라며 우리 대선에 참고할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목적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출장 기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 등 3개 도시에서 각각 4일, 2일, 2일씩 머물렀다. 이 기간에 방문한 기관은 단 4곳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실리콘밸리, 그리고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이었다. 모두 미국 대선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기관이었다.

▲ 사진 설명 : 당시 새누리당 출장계획서에 기재된 방문 기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스, LA총영사관, 라스베이거스, 실리콘밸리가 전부다.

취재진은 현재 자유한국당 소속인 해당 정책연구위원을 만나 미국 대선 연구가 출장 목적인데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을 방문한 이유를 물었다. 당시 정책연구위원 하 씨는 "미국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다"며 "미국의 전체 선거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출장을) 갔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들이 샌프란시스코와 LA 총영사관을 방문해 뭘 했는지도 확인해 봤다. 총영사관에 이메일 질의서를 보내 이들이 오긴 왔는지, 왔다면 누구를 만났는지 물었다. 며칠 뒤 답변이 왔다. 두 곳 모두 방문 기록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총영사관 방문기록 찾지 못했다” … “비공식 방문, 지인 위주로 만났다" 

▲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와 LA총영사관 측 이메일 답변 내용. 새누리당 정책연구위원의 방문 기록을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LA 총영사관은 “현재 총영사관이 갖고 있는 자료를 일차 찾아보았으나 당시 수신, 발송한 공문, 공관 예산 지출 기록, 차량 지원 기록이 없고 위원 방문 관련 자료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은 “현재 총영사관이 갖고 있는 관련 (방문) 기록을 찾지 못했다”면서 “외교부의 요청이 있었거나 공관 예산이 지출된 경우에만 기록이 남는다"고 답했다.

정책연구위원 하 씨는 "(총영사관) 기관을 가긴 갔다"며 "다만 비공식 방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두 곳 총영사관에서 누구를 만났냐는 질문에는 "정확하게 누구를 만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지인들 위주로 만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출장 후 국회 사무처에 제출한 결과보고서도 살펴봤다. 확인해보니, 굳이 미국을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일부 내용은 국내 언론사가 보도한 그래픽 자료를 그대로 옮겨놓기도 했다.

보고서는 표지를 포함해 모두 17페이지 분량이었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해 "미국 대선 경선은 물론 대선 승부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해 미국의 선거제도와 선거 문화, 선거에 대한 국민 인식 등에 대해 조사했다"고 적혀있다.

미국 가지 않아도 쉽게 쓸 수 있는 내용, 일부자료는 국내 언론기사 베껴

▲ 사진 설명 : 출장 후 제출된 ‘결과 보고서’. 미국 출장을 가지 않아도 쓸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출장 가기 한 달 전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등 역대 총선과 대선의 투표율을 비교 설명한 뒤, 미국 선거제도의 일반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의 선거 제도가 대통령 선거, 상하원 의원 선거, 주와 지방정부 선거로 나뉜다는 내용 △미국 예비선거의 종류 △미국 대선 절차와 출장 지역인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의 개황 등이다. 보고서 끝에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돌풍 요인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의 공약을 비교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료였다. 특히 '트럼프 돌풍 현상'과 당시 힐러리 후보에 대한 공약 분석은 이미 국내 언론에 소개된 그래픽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 사진 설명 : 중앙일보 4월 28일자 기사에 실린 그래픽이 출장 결과 보고서에 그대로 옮겨져있다. 이밖에 보고서에 실린 그래픽은 대부분 여러 언론 기사에서 따왔다.

미국 선거 제도를 연구하려면 의회 등을 가는 게 더 낫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정책연구위원은 “그렇게까지 할 여력이 없었다. 어쨌든 좋은 취지로 선진국에 가서 대선 관련된 사례들을 보고 왔다. 그렇게 봐주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책연구위원 미국 출장계획서

・새누리당 정책연구위원 미국 출장 결과 보고서


제작진
  • 공동 취재
  • 공동 기획
  • 촬영
  • 편집
  • CG
  • 뉴스타파(강혜인, 임보영, 박중석) YTN (홍성욱, 한동오, 고한석, 이정미)
  • 뉴스타파, YTN,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 신영철
  • 정지성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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