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생산하는 기록 중에서 회의록은 일의 과정이나 의사결정을 알 수 있는 기록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회의록은 공개요구가 많은 기록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최근 교육부의 ‘의대정원배정심사위원회’의 회의록 논란을 생각해보면 회의록이 얼마나 민감하고 중요한 기록인지 알 수 있다.
1999년 공공기록물법을 제정할 때 그동안 부실했던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공공기관에서는 반드시 생산해야 할 기록을 정해놓았는데, 그중 하나가 회의록이다(공공기록물법 제17조 제2항). 일의 과정과 의사결정을 문서만으로는 알 수 없어서 반드시 회의록을 생산하도록 한 것이다.
공공기록물법에서 정한 회의록은 회의의 명칭, 개최기관, 일시 및 장소,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 진행 순서, 상정 안건, 발언 요지, 결정 사항 및 표결 내용에 관한 사항을 기록하도록 했다. 그리고 국가기록원 등 영구기록관리기관이 정한 회의는 반드시 속기록 또는 녹음기록을 생산하도록 정했다. 현재 총 83개의 회의가 속기록을 의무적으로 생산하는 회의로 지정되어 있다.
12.3 윤석열 내란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 즉각 공개해야
그렇다면 이번 12.3 비상계엄 선포 전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렸다는 국무회의의 회의록은 제대로 생산, 관리되고 있을까? 국무회의를 관장하는 기관은 행정안전부 의정국이다. 이 부서가 국무회의록을 생산하고 관리한다. 행정안전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국무회의록을 보면 안건, 제안설명, 토의, 의결 등의 항목으로 작성된다(행정안전부 홈페이지>국무·차관회의록).
여기에 공개한 가장 최근 회의록은 어제(12월 4일) 올라온 2024년 제50회 국무회의 회의록이다. 어제 올라왔지만 지난 11월 26일 개최한 국무회의 회의록이다. 내용은 일시, 장소, 상정안건, 참석자 현황(국무위원 출석, 차관 대리출석, 불출석, 배석자 명단) 등과 함께 모두 말씀, 의안 심사 등의 순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토의 내용은 대부분 ‘이견 없음’으로 표시돼 있어 실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알 수 없다. 차관회의를 거친다는 이유로 토론없이 의결하고 그것만 기록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이런 관행이 조금씩 바뀌더니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무회의 때 난상토론이 있기도 했고, 이를 ‘대통령말씀록’이라는 형태로 온전히 기록으로 남겼다. 즉 회의록이라는 이름으로 행정안전부 의정국에서 안건과 의결사항만 기록하는 회의록(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 공개)이 있고,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무회의의 경우 대통령실에서 작성하고 관리하는 속기록(대통령말씀록)이 있다.
12월 3일 국무회의 실체 아직 밝혀지지 않아
그래서 위에서 말한 ‘속기록’을 생산해야 할 회의에 대통령실에서 속기록을 만든다는 이유로 국무회의는 빠져있다. 어쨋든 우리가 막연히 국무회의록을 공개하라고 하면 당연히 행정안전부 의정국이 안건, 참석자, 의결사항 등만 기록한 회의록을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에선 이 회의록 공개도 매우 중요하다. 내란의 시간이 흐르고 있고 윤석열은 계엄령이 “민주당에 경고하기 위해서 였다”라는 이해하기 힘든 얘기를 하며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에 동조하며 대통령탄핵에는 동참하지 않겠다고 한다.
형식상 비상계엄은 해제됐으나 여전히 사실상의 내란은 진행 중이다. 역사적으로는 ‘12.3 내란사건’으로 규정될 것이 분명한 이번 일은 시작과 과정이 대부분 불법적이다. 특히 국무회의의 실체가 아직도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비상계엄안 심의 관련 국무회의 열었는지, 개최 요건은 갖췄는지 의문
많이 알려진 대로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국무회의를 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개최했다고 하지만 참석했다는 국무위원이 회의 정족수를 채웠는지도 불분명하다. 현재 국무위원(행정 각부 장관)은 19명이고 여기에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더하면 국무회의 구성원은 모두 21명이다. 정족수 충족 여부는 회의록이 공개되면 해소될 문제다.
만약 국무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면 계엄령 선포 자체가 불법이다. 또, 정족수를 채우지 않은 채 국무회의를 열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 절차상 위반으로 내란죄에 해당한다. 한편, 일부 국무위원들은 회의 참석 여부조차 확인해주지 않거나 계엄령 해체 국무회의 참석 사실만 말하고 있다.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이 ‘내란 동조’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다수 국무위원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반대했다고 하지만 계엄 공고문에 날인하였다면 허무한 얘기가 된다. 결국 찬성한 것이 기록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서로 부인하고 말을 하지 않고, 말을 해도 자신은 계엄을 반대했다고 하니 해결 방안은 하나밖에 없다. 바로 해당일의 국무회의 회의록을 확인하면 된다.
참석자 명단, 안건, 찬반 사항 포함한 국무회의록 반드시 공개해야
이번 내란사건의 국무회의록 중 속기록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계엄선포 담화문을 보면 무슨 얘기가 있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회의를 하면 보통 평균 한 시간 중 59분을 혼자 말한다니 토론이 있을 수도 없고, 따라서 속기록에 토론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참석자 명단, 안건 및 발언 요지, 찬성 및 반대의 사항이 포함된 회의록은 공개되어야 한다. 예컨대 최소한 40여 년 전 1980년 5.17 계엄 전국 확대를 의결한 국무회의 회의록 수준은 되어야 한다.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 가면 당시 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할 때의 대통령공고문[비상계엄선포(대통령공고문 제68호)]을 볼 수 있다. 이 공고문에는 당시 최규하 대통령과 신현확 국무총리을 비롯한 국무위원의 날인이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으로 계엄 확대 논의의 전모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기록으로 많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최소한 이 정도 수준의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
▲ 5.17비상계엄 전국확대 대통령공고문(대통령공고68호) 첫 쪽(총7쪽)
윤석열 내란 관련 기록 빠짐없이 획득 보존할 필요
이번 ‘12.3 윤석열 내란’은 반드시 관련 기록을 확보해서 진실을 밝히고 관련자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이 사실을 역사에 맡겨 미래에도 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의록뿐만 아니라 관련 기록을 모두 온전하게 보존해야 한다. 계엄령 선포 절차를 담고 있는 공공기록물을 빠짐없이 획득해서 보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록물법상의 폐기금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법에서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으로서 조사기관 또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고,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하여 긴급히 필요한 경웨는 기록물의 폐기금지를 결정하고 해당 공공기관에 통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공공기록물법 제27조의3).
국가기록원장은 즉시 ‘계엄 관련 기록 폐기금지 조치’ 시행해야
계엄 포고령에는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계엄령의 불법 여부를 따지기 위해 반드시 관련 기록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기록원장은 즉시 계엄령을 포고한 대통령실, 국방부(장관)와 행정안전부(장관), 계엄을 실행한 군 관련 기관 등에 대한 긴급하게 폐기금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계엄령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의 속기록은 물론 보고서 등 관련 기록을 대통령지정기록으로 봉인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은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 등 몇 가지 요건을 갖추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최장 15년 동안 기록을 봉인하여 접근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이 제도는 대통령기록을 보호하여 하나라도 더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여 민감한 사안의 접근을 막는 도구로 활용한 경우도 있었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건 관련 기록을 단 하나라도 폐기하거나 봉인하여서는 안된다. 특히 12월 3일 국무회의 속기록은 반드시 공개하여야 한다. 그것이 정부로서의 최소한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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