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한 뉴스타파의 보도를 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은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주장을 하나 내세우고 있습니다. 검찰이 ‘2017년 9월’에 특수활동비 관리제도를 개선했고, 그 이전에는 문제가 있었을지 몰라도 이후에는 바뀐 제도에 따라 특활비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동훈 장관과 이원석 총장, 두 사람 다 2017년 9월에 검찰의 특수활동비 관리제도가 어떻게 얼마나 개선됐는지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법무부와 검찰은 ‘특활비 관리제도’와 관련한 언론과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주권자 입장에서는 ‘2017년 9월의 관리제도 개선 이후 검찰 특활비에 문제가 없다’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주장을 아무런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듣기만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검찰 특활비 내부 공문 입수① ‘돈봉투 만찬’ 못 막는 ‘돈봉투 대책’
2017년 9월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로부터 5개월 전인 2017년 4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돈봉투 만찬 사건이 터졌습니다. 기밀 수사에 써야 할 특활비를 검사들에게 나눠 준 이 사건으로 검찰은 위기에 몰렸습니다. 제 식구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진행해야 했고, 특활비 제도에 대한 획기적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5개월 간의 감찰을 통해 내놓은 게 바로 '2017년 9월의 특활비 관리제도 개선 방안'이었습니다.
뉴스타파는 바로 이 시기 대검찰청이 전국 검찰 조직에 시행한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공문을 입수했습니다. 한동훈 장관과 이원석 총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제대로 된 개선책이 담겨있었을까요?
내용을 확인해보니 허탈했습니다. 특별한 내용 없이 기존의 법과 지침을 되풀이하고, 이를 잘 지키라는 하나마나한 당부만 가득했습니다. 이 제도 개선 방안만 놓고 보면, 검찰에게는 특수활동비의 오남용을 막을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훈 장관과 이원석 총장은 이 공문의 내용을 미처 파악하지 못 한 것일까요,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요?
검찰 특활비 내부 공문 입수② 오남용 방조한 검찰... 자정 능력 의문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의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방안은 “특수활동비 집행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라는 내용으로 끝을 맺습니다.
비록 하나마나한 지시로 가득찬 대책이었지만, 마지막에 강조한 것처럼 검찰이 내부 감찰과 통제라도 철저히 했다면 ‘제도 개선 이후의 검찰 특수활동비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한동훈 장관과 이원석 총장의 호언장담은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검증해 보니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로 귀결됐습니다. 제도 개선 방안이 나온 이후에도 검찰은 현금으로 특수활동비를 펑펑 썼고, 독립된 대검 감찰부서는 총장 특활비 등을 감찰하지 못 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특수활동비 문제와 관련해 자정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집단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원석 총장, 한동훈 장관... 세금을 낸 주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지켜야
‘제도 개선 이후에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거듭 내놓았던 이 주장은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 한동훈 장관과 이원석 총장은 국민 앞에서 허위 주장을 강변할 것이 아니라, 예산 오남용 등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여러 문제점을 낱낱이 시인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세금을 낸 주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