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에 의한, 사장님을 위한 노동조합을 아시나요

2020년 10월 30일 14시 00분

복수의 직원을 고용중인 사업주들이 노동조합 간부로 활동하면서, 노조를 앞세워 다른 사업자의 일감을 빼앗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 
빼앗은 일감은 주로 노조 간부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우선 배정됐다. 남은 일감은 노조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하는데 이 경우 발전기금이라는 명목하에 무조건 매출의 5%를 노조에 줘야 한다.  노조가 일감을 주는 대가로 사실상 수수료를 떼고 있는 것이다. 
전국건설산업노조 간부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조합원들에게 일감을 하청하고 발전기금 명목으로 매출의 5%를 떼어간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임홍순 건설기계총괄본부장과 윤증한 수도권중부지회장, 김정천 수도권남부지회장은 각각 3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해 매년 평균 1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체의 '사장님'들로 확인됐다.   
임홍순 건설기계총괄본부장은 자신의 명의로 된 개인사업자 외에 배우자가 100% 소유한 '한국종합특수중기'라는 주식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종합특수중기의 지난해 매출은 18억 원. 전년에 비해 매출이 130% 성장했다. 
하지만 임홍순 본부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배우자 명의로 된 한국종합특수중기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저는 2013년 노동조합을 하면서부터 일에 대해 관여를 하지 않았어요, 부인 명의로 돌려놓고 내가 다 관리를 했다고 하면 그건 잘못됐겠죠, 그런데 제가 관리를 하지 않아요. 여지껏 하지도 않았고.

임홍순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건설기계총괄본부장
그러나 한국종합특수중기는 임홍순 본부장이 만든 '대근특수중기'가 이름을 바꾼 회사다.  임홍순 본부장은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여서 노조원의 자격이 없다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의 지적에 따라 노조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리자 회사 이름을 바꾸고, 대표자도 배우자 명의로 고쳤다.  
배우자 명의의 업체 사업자등록증에 노조간부의 이름과 연락처가 배차담당으로 올라가 있다.
뉴스타파가 최근 입수한 한국종합특수중기 사업자등록증에는 배차담당 연락처에 임홍순 본부장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임홍순 본부장이 한국종합특수중기 회사 운영에 현재도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 윤증한 한국노총 건설노조 수도권중부지회장은 종업원을 3명 둔 주식회사 인성종합중기 대표다. 2017년 2월에 설립된 인성종합중기는 2018년 매출이 9억1600만 원으로 전년의 6억9200만 원보다 32% 증가했다.  
김정천 한국노총 건설노조 수도권남부지회장은 직원 4명을 거느리고 주식회사 부광크레인을 경영하고 있다.  2016년 설립된 부광크레인은 설립 첫 해 7억 5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한 뒤 최근 3년간 꾸준히 연평균 22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한국노총 건설노조 간부들이 운영하는 건설기계 장비 대여업체가 이처럼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관련 업계 사람들은 노조 간부들이 노조를 앞세워 다른 사업자의 일감을 빼앗아 제 잇속을 챙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경기도 화성에서 건설기계 장비 대여업을 하는 김경태 태산중기 대표는 최근 2년간 노조의 외압을 받아 다섯 차례 일감을 빼앗겼다.  피해금액은 5000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인천 송도에서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에게 일감을 빼앗겼고, 경기도 화성과 안양, 평택, 안성에서는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에 밀려 쫒겨났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가 한 일반업체의 일감을 빼앗아간 지역.
김경태 대표가 뺏긴 일감은 주로 한국노총 건설노조 간부들에게 돌아갔다.  경기도 화성 동탄물류 c동 신축공사 현장의 경우 김정천 당시 한국노총 건설노조 크레인국장이 운영한 부광크레인이 일감을 차지했다. 또 안양 비산동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의 일감은 윤증한 한국노총 건설노조 수도권중부지회장이 부지회장 권 모씨와 나눠 가졌다. 
이처럼 건설노조 간부들이 건설업체를 압박해 남의 일감을 빼앗는 일을 반복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처벌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따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하루하루 용역 공급 계약을 맺는 건설업계의 관행 때문에 실제로는 일감을 빼앗겼지만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검찰은 대부분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노조측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박정규 한국유압크레인기술협회장은 "건설업체 현장 관계자들은 노조로부터 강요를 당하고 있지만 이를 고소, 고발할 경우 보복 시위가 일어나고 공사를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워지기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직접 확인한 경기도 화성의 한 공사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전국건설인노동조합이 일감을 달라며 집회를 열고, 공사장 출입문을 막는 등 압력을 행사하자 건설회사에서는 노조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전국건설인노조 간부가 한 공사현장에서 요구한 일감의 목록.
전국건설인노조 정책실장 조 모씨는 각 공사 종류별로 노조측 장비와 인력을 써달라며 구체적인 단가를 제시했다. 건설노조측이 제시한 장비 임대료는 25톤 크레인의 경우 하루 임대료가 65만 원으로 건설회사가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하루 55만 원)보다 18% 높았다.  
이에 대해 전국건설인노조 정책실장 조 씨는 "일감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저단가 등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집회를 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며칠 뒤 취재진이 다시 찾은 공사장에는 전국건설인노조측 크레인 업체가 공사를 맡아 일을 하고 있었다. 이 크레인 업체의 대표는 전국건설인노조 간부 이 모씨의 배우자였다.  
노조를 앞세워 일감을 따낸 뒤 노조 간부와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가 이권을 챙긴 것이다.    
한국노총의 전 간부 A씨는 "노동조합이 소수의 이익단체로 전락했고, 노조 간부의 대부분이 사업주인 건설기계 분과 노조가 특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제작진
촬영김기철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