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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검사장의 법률고문행...검찰과 기업의 연결고리

2020년 04월 03일 15시 45분

※이 기사는 2020년 1월 뉴스타파 탐사보도 연수에 참가한 연수생들(이설화, 이한종, 임안젤, 조윤진)이 실습 과제로 제출한 결과물입니다.

‘사법 정의’를 외치던 검사들이 관복을 벗고 ‘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기업의 법률고문이 된 이들에게 어떤 역할이 부여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이 전관비리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퇴직한 검사장급 검사가 취업한 기업들을 들여다보니 다수의 형사사건이 발견됐다. 검찰과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 기업은 검사장급 검사를 법률고문으로 선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취재팀은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취업이력공시를 바탕으로 검사장의 법률고문 취업에 대해 살펴봤다.

2019년 취업이력공시를 살펴본 결과, 총 32명의 검사장급 검사가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했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17명의 검사가 기업에 법률고문으로 취업했다. 취업이력공시 제도가 시행된 2015년 3월 31일부터 2019년 취업이력공시 대상인 2018년까지의 취업 결과다. 이력공시에 이름을 올린 검사 32명은 총 83건의 취업이력을 제출했다. 법률고문 취업이 62건(75%)으로 가장 많았다. 법무법인 변호사 취업이 13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횟수 제한 규정(상장회사 최대 2건)이 있는 사외이사 취업은 8건이었다. 취재팀은 대학교 한 군데를 제외한 총 60개 기업(로만손과 제이에스티나는 동일기업)을 살펴봤다.

법률고문 선임한 15개 기업은 검찰수사 이력 있어

검사장들이 법률고문으로 취업한 기업의 약 70%는 대기업 및 중견기업이었다. 대기업집단 취업이 17개, 중견기업이 26개, 중소기업이 17개였다.

동일한 대기업 계열사 여러 곳에 동시 취업하기도 했다. 대전지검과 서울서부지검, 광주고검 검사장을 역임하고 대전고검장을 끝으로 퇴직한 조성욱 전 검사장이 대표적이다. 조 전 검사장은 2016년 4월 태광그룹 계열사 2곳, 2017년 4월 머니투데이 계열사 2곳, 2018년 8월 효성그룹 계열사 3곳에 각각 법률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효성그룹과 태광그룹이 기업오너의 횡령, 배임 사건으로 각각 검찰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던 때다.

검사장이 취업한 60개 기업 중 15개 기업에서 총 35건의 형사사건(모회사 사건 포함)이 발견됐다. 언론보도를 바탕으로 검사장 취업 전후 2년간 형사사건 여부를 살펴본 결과다. 사건은 횡령, 배임, 상해, 공정거래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다양했다. 기업 오너가 저지른 폭행 등의 혐의도 있었다. 이 기업들은 모두 대기업집단이거나 중견기업이었다.

▲ 조성욱 전 검사장의 퇴직 후 취업이력
 

검찰 수사시기와 검사장 출신 법률고문 선임시기 겹쳐

형사사건 35건 중 9건은 검찰 수사단계에 있었다. 검사장이 법률고문으로 고용된 시기가 검찰 수사 시기와 겹치는 것이다. 전직 검사장의 영향력 행사가 쉬울 수 있다. 기업이 검찰과 접촉하기 위해 전직 검사장을 법률고문으로 선임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진그룹이다. 한진 고 조양호 회장,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등은 2018년 오너일가 갑질, 횡령‧배임, 외국인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등의 혐의로 전방위적 검찰 수사를 받았다. 한진이 박민표 전 검사장을 법률고문으로 선임한 시기는 이 때다. 검찰 수사는 2018년 4월부터 진행됐고, 검찰의 기소는 같은 해 10월, 12월 이뤄졌다. 박민표 전 검사장의 한진 취업일은 2018년 7월이다.

▲ 법률고문 고용 시기 내 형사사건 진행 단계

검사장 출신 법률고문을 통해 넓어지는 기업과 검찰의 접촉면

법률고문 취업 시기는 퇴직 후 1년에 집중돼 있다. 총 62건의 법률고문 취업 중 약 76%(47건)가 퇴직 후 1년 안에 이뤄졌다. 퇴직 직후의 검사장은 알고 있는 현직 검사의 범위가 넓을 뿐 아니라, 검사장 시절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한진그룹이 법률고문으로 선임한 박민표 전 검사장은 대전지검, 서울동부지검에서 검사장을 지내고 2017년 대검찰청 강력부 부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대전지검 , 서울동부지검이 각 50여명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박 전 검사장이 퇴직 전 3년간 거느렸던 검사는 족히 100명이 넘는다. 박 전 검사장 한 명을 고용함으로써 한진이 접근할 수 있는 검찰 네트워크는 상당히 넓어진다.

취재팀 확인 결과, 한진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 가운데 10명이 박 전 검사장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었다. 김영일 부장검사(조양호 전 회장의 횡령 및 배임 수사)가 2007년 서울중앙지검에서 박 전 검사장과 함께 근무했고, 예세민 부장검사(이명희 조현아 모녀의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수사)는 2014년 대전지검에서 검사장과 부부장검사로 만나 일했다. 2018년 한진 사건을 자문했냐는 취재팀의 질문에 박 전 검사장은 “사생활 보호 및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김영일, 예세민 등 사건 담당검사를 알고 있느냐는 취재팀의 질문에는 “후배들”이라고 말했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제이에스티나’도 마찬가지다. 제이에스티나는 2018년 1월 윤갑근 전 검사장을 법률고문으로 선임했다. 윤 전 검사장은 대구고검장을 끝으로 2017년 6월 검찰을 떠난 고위급 검사다. 윤 전 검사장도 제이에스티나의 형사사건을 맡은 검사와 근무연이 있었다. 제이에스티나 김기문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형사사건에 연루됐다. 다만 윤 전 검사장이 당시 법률고문으로 활동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윤갑근 전 검사장이 2월 현재 법률고문으로 있냐는 질문에 제이에스티나 법무팀 관계자는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검사장 출신 기업 법률고문과 기업 형사사건 담당검사들의 근무연 관계도 바로가기

(흰 선은 법률고문 취업 전후 2년간 기업이 연루된 형사사건을, 빨간 선은 사건을 수사한 검사를 의미한다. ‘법률고문’, ‘기업’, ‘검찰’을 클릭하면 각각 ‘근무이력’, ‘검찰 처분내역과 사건 수사 검사’, ‘법률고문과의 근무연’을 확인할 수 있다.)

“법률고문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로비스트다. 소위 ‘전화변론’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

“법률고문은 변호사를 돕는 제3의 인물일 수 있다. 기업이 고용한 변호사 뒤에서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황지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표한다. 전직 검사장들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기업에 취업하면서 전관비리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황지태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원은 “검찰 수사는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재판 절차보다 검찰의 재량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재판에 돌입하기 전 ‘승부’를 내려할 것이다. 판결은 왜 유죄인지 이유를 밝히지만, 검찰은 기소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검찰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고 말했다.

업무내역 알 수 없는 점이 비리 가능성 더 키워

법률고문으로 취업한 검사장은 취업 후 2년간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업무내역서를 제출해야 한다. 현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업무를 취급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검토하는 업무내역서에서 비위사실이 적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검사장 본인이 직접 업무내역을 작성하는 등 당사자의 양심에만 기대고 있어서다. 취재팀 확인 결과, 2011년 제도가 시행된 이래 취급제한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검찰 수사단계를 투명하게 함으로써 전관비리를 막기 위한 노력도 무용지물이다. 검찰은 변호사가 전화 또는 검찰청을 방문해 구두로 변론할 경우 ‘구두변론 관리대장’에 이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관리대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견제 수단으로써의 실효성이 없다. 관리대장 도입 이후 3년 동안 미기재·허위기재·부실기재 등으로 징계나 감사를 받은 검사는 한 명도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구두변론관리대장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나 윤 총장은 “검찰 내부 시스템에 공개하겠다”는 답변에 그쳤다.

부패 범죄의 폐해는 결국 시민에게 돌아간다. 황 연구원은 “광의의 피해자들은 체감을 잘 못하지만 전관비리는 공익에 위배되는 행동이다. 검사장 출신의 법률고문 선임과 같이 편법을 이용한다면, 재산에 비례해서 정의가 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며 “비리의 가능성을 차단하려 애쓰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는 차이가 있다. 건강한 사회는 비리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검사장 법률고문 취업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