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13회] 김종훈 - 뭐! 한마리가지고?

2012년 04월 27일 07시 09분

<기자>

거대한 촛불의 물결.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 정확히 4년 전 봄. 서울의 모습입니다.

@ 이명박 대통령 특별 기자회견 2008년 6월 19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바뀌어졌던 그날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과 함께 광우병 우려가 계속 되자 정부와 여당은 일제히 수입 중단을 약속했습니다.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앞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 설령 통상 마찰이 발생하더라도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 한나라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 영상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광우병이 발생하면 그 나라의 쇠고기는 가정이든 식당이든 집단 급식이든 간에 절대 식탁에 오르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정부는 급기야 조선일보 등 주요 일간지에 광고까지 냈습니다. 핵심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되면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는 것입니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행사까지 열었습니다. ‘

[한나라당 모 국회의원]
“한우보다 더 맛있는데... 한우보다 더 맛있어.”

그러나 4년이 흐른 지난 24일.

@ YTN 뉴스 영상

“미국에서 사상 4번째로 광우병이 확인됐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난 2006년에 이어 6년 만에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됐습니다.”

[존 클리포트 / 미 농무부 수석수의사]
“실험실에서 광우병 감염을 확인했습니다. 소에서 소로 감염되는 경로인 오염된 사료를 통해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사안이었지만 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은 검역 강화가 전부였습니다. 4년 전 일제히 약속했던 수입중단 조치는 없었습니다.

[여인홍 식품산업정책실장]
“현재 샘플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만은 앞으로는 일자별로 작업장별로 전면적인 개봉 검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이렇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뉴스타파 취재팀은 지난 2008년 당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의 당사자였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 본부장을 찾았습니다. 그는 현재 새누리당 의원 당선자 신분입니다.

먼저 그에게 당시 발언 내용을 보여줬습니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그래 맞아요, 근데 잘못됐죠. 다시 틀어보세요. 잘 들으세요. 국민의 건강이 위험에 처하면”

@ 2008년 5월 20일 기자회견

“광우병이 추가 발생을 해서 우리 국민의 건강이 위험에 처하면은 그것은 즉각적으로 수입중단 조치를..”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즉각적으로 중단 조치를 할 수 있다. 지금 기자분의 판단에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습니까?”
(그럼 지금은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걸로 제가 이해해도 될까요?)
“그렇죠. 지금은 저쪽은 광우병 한 마리 젖소, 그게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을만한 상황으로까지는 저도 상식적으로 그건 아니라고(봅니다).”
(그런데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나 다른 데서는 수입 중단 조치를 취했는데요.)
“그건 제가 잘 모르겠는데요.”

@ 2008년 5월 20일 기자회견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지켜갈 것이라는 점을 우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그러면 뭐 예를 들어가지고요.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도 사고를 나죠. 사고가 난다고 자동차를 안 몰 수는 없잖습니까. 물건을 팔고 살 때는 상대국이 있는 건데, 우리가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될까,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구제역 한 마리 생겼는데. 전체 한국 돼지고기, 소고기 일절 안 받겠다. 그러면 그건 우리는 좀 곤란하다. 그러겠죠.”

그렇다면 김종훈 당선자는 당시 정부가 낸 수입 중단 광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여기(농림부, 보건복지부) 가서 물어보세요.”
(아니 지금 의원님이 이 부분을 판단하신다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
“여기에 통상교섭본부는 없습니다.”
(아니 통상교섭본부는 없더라도)
“제가 지금 보니까 카피(복사)가 있어서 (거짓으로) 지어낸 것은 아니겠죠?”
(그렇죠. 당시 (정부가) 낸 광고죠. 신문광고에요.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 여기에 단서조항은 없단 말이에요.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 그리고 이미 수입된 쇠고기는 전수조사 하겠다. 이런 부분이 제대로 안 지켜진다면 누가 정부를 신뢰하고 스스로 정부의 신뢰성을 깎아먹는 행위가 아니냐.)

그는 당시 특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서울 시내가 거의 마비될 정도로 촛불이 있었지 않습니까. 아마 그런 상황논리가 반영된 광고가 아닐까 싶은데요.”

상황논리가 반영됐다는 그의 말. 당시 이명박 정부가 촛불집회에 나선 민심을 어떻게든 잠재우려고 꼼수를 부렸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 대국민 담화 / 이명박 대통령 2008년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

“정부가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광우병은 30개월 이상된 젖소에서 발생했다며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 2012년 4월 26일 기자 간담회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입니다.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하지 않았습니다.”

[박상표 수의사]
“광우병 한 마리가 걸렸다고 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기본 검역 주권, 국가의 검역 기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국가라는 게 존재할 필요가 없고, 정부로부터 세금 받을 필요도 없고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농수산물을 국경에서 검역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수많은 시민들과 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정부를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감사를 표명했습니다.

[톰 빌색 미국농무장관]
“한국과 일본, 맥시코, 캐나다 등이 지금은 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이유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