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감시

세금으로 담배, 찜질방... 전문가는 알고보니 아내

2018년 05월 21일 17시 49분

한국잠수산업연구원이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정부 보조금 지출 증빙자료에서 담뱃값과 사우나 이용료 등을 결제한 영수증 수십여 개가 나왔다. 이는 공익 목적으로 사용되야 할 정부 보조금이 사적으로 유용됐다는 뜻이다.

잠수산업연구원은 지난 2016년 9월 10일 오전 10시 정용현 원장 등 10명이 정부 보조금으로 인천공항에서 식사를 했다며 증빙으로 식사자 명단과 함께 영수증을 제출했다. 한 시간여 뒤 인천공항에서 발행된 또 다른 영수증에는 정용현 원장 등 5명이 식사를 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두 개의 영수증은 발행된 점포와 수량이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구매 품목이 ‘THE ONE(더 원) 0.1’로 동일한 것. ‘더 원 0.1’은 국산 담배 종류 중 하나다. 공항에서 면세 담배를 구매한 뒤 식사를 한 것처럼 그 영수증을 증빙자료로 낸 것이다.

이처럼 잠수산업연구원이 면세점과 편의점 등에서 정부 보조금으로 담배를 구입한 것은 14차례, 모두 87갑이다. 또 정용현 잠수산업연구원장 자택 근처 찜질방, 유명 관광지 사우나 입장료와 식대 6건도 정부 보조금으로 지출됐다.

한국잠수산업연구원은 지난 2016년 해양재난안전 캠페인 체험순례를 하겠다며 정부 보조금 35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 가운데 실제 사업비로 쓴 보조금은 600만 원 남짓.  버스 2대를 빌려 해군 제 2함대사령부와 평택 해경을 견학하고,  2시간 동안 세미나와 자유 토론을 한 게 전부다. 그러나 잠수산업연구원은 단 하루짜리 행사를 준비하는데 17차례 회의를 했다며 회의비 명목으로 710만 원, 전문가 자문료 등으로 300만 원, 단순 인건비로 1200만 원 등 인건비성 경비로 모두 2200만 원을 사용했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회의비의 경우 실제로는 회의를 하지 않았음에도 1인당 15만 원씩 1회당 수십만 원의 회의비가 지급된 사실이 확인됐다. 잠수산업연구원은 2016년 8월 9일 경기도 안산 해양과학기술원에서 세미나 기획 회의를 했다며 회의비 등으로 150만 원을 썼다. 하지만 해양과학기술원의 외부인 출입기록 일지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는 7명 중 6명의 출입기록이 없었다.

잠수산업연구원은 같은해 12월 2일 서울 봉천동 사무실에서 350킬로미터 떨어진 여수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회의를 했다며 회의비 등 95만 원을 정부 보조금으로 지출했다. 그러나 증빙 자료로 제출된 사진은 연구원 관계자들이 회의를 한 장면을 찍은게 아니라 한국해양정책학회가 주관한 학술회의 장면이었다.

당시 학술회의에 참석한 정용현 원장이 마치 회의를 한 것처럼 사진을 찍고, 거짓 자료를 만들어 정부 보조금을 빼돌린 것. 이 가운데 15만 원은 정용현 원장의 아내 김인숙 씨에게 입금됐다. 김 씨는 7차례 회의를 하고,  40여일 간 하루 8시간씩 근무했다며 잠수산업연구원으로부터 모두 360만 원을 받았는데 이 돈은 정부 보조금에서 나갔다.

취재 : 황일송
촬영 : 오준식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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