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횡령 직원에 월급 줬다"...기호일보 전 직원의 음성파일

2021년 08월 06일 10시 00분

인천·경기 지역 일간지 기호일보의 한창원 사장이 지자체 보조금을 횡령해 감옥에 간 측근 인사에게 수감 중 월급을 주고, 출소후엔 전별금에 사업 이권까지 챙겨주려 한 정황이 확인됐다. 기호일보 취업규칙 위반일 뿐 아니라 업무상 배임 혹은 업무상 횡령이 될 수 있는 범죄다.  
뉴스타파는 지난해부터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의 노동조합 탄압편집권 침해근로기준법 위반 의혹 등을 연속 보도한 바 있다.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의 '횡령 공범'

2018년 10월, 인천지방검찰청은 인천·경기 지역의 신문사들이 각종 문화·체육·예술 관련 행사를 개최하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을 빼돌려, 신문사 운영비나 개인 자금으로 유용한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인천·경기 지역 언론사 간부들이 줄줄이 기소됐다.
피의자 중에는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도 있었다. 기호일보 소속 비영리 사단법인인 '문화예술발전협의회'가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 수억 원을 횡령한 혐의였다.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은 기호일보 소속 사단법인 '문화예술발전협의회'에 지원된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수억 원을 횡령했다.
한 사장에겐 공범이 한 명 있었다. 한 사장의 지시를 받아 보조금 횡령을 직접 실행에 옮겼던 기호일보 직원 조 모 씨다. 조 씨는 한창원 사장의 측근으로 보조금 횡령 창구였던 '문화예술발전협의회'의 이사를 맡기도 했다.
사단법인 '문화예술발전협의회'의 등기부등본. 한창원 사장의 보조금 횜령 공범 조 모 씨가 이사로 올라 있다.
검찰은 한창원 사장과 조 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조 씨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2심에서 1년 3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반면 한창원 사장은 집행유예를 받아 감옥행을 면했고, 그 덕분에 2008년부터 지켜오던 기호일보 사장 자리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한창원 공범' 조 모 씨 음성파일..."수감 중에도 월급 받았다"

최근 뉴스타파는 한창원 사장과 함께 지자체 보조금을 횡령해 감옥에 갔던 전 기호일보 직원 조 모 씨의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입수했다. 총 5개로 이뤄진 150분 분량의 녹음파일에는 2019년 말 출소한 조 씨가 누군가와 나눈 대화내용이 들어 있다. 
음성파일에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 들어 있었다. 조 씨가 횡령죄로 감옥에 있던 동안에도 기호일보로부터 계속 월급을 받아왔다는 내용이었다. 조 씨는 "감옥에서 나온 뒤인 2020년 2월 말까지 월급을 받으며 회사를 다녔다"고 말했다. 아래는 녹음파일 내용 중 일부. 
지인 : (감옥에서) 2019년 10월 말에 나오고, 2020년 2월 말에 퇴사했다고 했으니까. 
조 모 씨 : 3월까지 다니다가. 2월 말 날짜로 퇴사하라고 그래가지고 그 날짜로 퇴사한 거야. 그런데 그 퇴사가 내가 사표를 낸 거잖아. 그거 확인해보면 알아.
지인 : 2020년 2월 말까지는 평소 월급 받았던 거죠?
조 모 씨 : 2월 말까지는 평소 월급 받았지, 놀면서.

- 전 기호일보 직원 조 모 씨 녹음파일 
조 씨가 지자체 보조금 횡령 사건으로 구속된 건 2018년 8월 말이다. 2018년 1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고 2019년 10월 말 출소했다. 이런 조 씨가 2020년 2월 말까지 기호일보에서 월급을 받았다면, 1년 넘게 죄수의 신분과 언론사 직원 신분을 동시에 유지했다는 얘기가 된다.
전 기호일보 직원 조 모 씨는 2018년 8월 검찰에 구속된 뒤 2019년 10월 감옥에서 나왔다. 조 씨는 2020년 2월 기호일보를 퇴사할 때까지 1년 넘게 죄수이자 언론사 직원 신분을 유지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조 씨가 "2020년 2월 말 기호일보를 나오면서 퇴직금과 전별금도 받았다"고 증언한 내용도 녹음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20년 3월엔 월급이 안 들어왔어. 그러면서 끝나고 나서 퇴직금 받았어. 퇴직금은 당연히 받아야지. (퇴사는) 내 결격사유가 아니라, 내가 사표를 내서 된 것이기 때문에 퇴직금은 법대로 받은 거고. 내가 사표 내는 조건으로 3개월 치 월급을 받았어. 두 가지를 받은 거야. 퇴직금이랑 3개월 치 월급. 

- 전 기호일보 직원 조 모 씨 녹음파일
조 씨의 음성파일 내용은 사실이었다. 한 기호일보 관계자는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조 씨가 수감 중일 때 실제로 월급이 나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기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회사에서 월급을 계속 줬다. 영치금도 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많이는 아니지만. 가끔씩 (영치금이)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취업규칙 위반에 '업무상 배임·횡령' 가능성도 

뉴스타파가 확보한 기호일보 취업규칙에 따르면, 조 씨는 '해고 대상자'다. 기호일보 취업규칙 74조(해고) 10항에는 '형사상 유죄 판결을 받은 자는 해고한다'고 돼 있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조 씨를 바로 해고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취업규칙 위반이다. 
기호일보 취업규칙. '형사상 유죄 판결을 받은 자'는 해고한다고 명시돼 있다.
변호사들은 조 씨를 해고하지 않고, 수감 중 월급을 지급해왔던 기호일보 경영진에게 '업무상 배임' 혹은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연 변호사는 "구속 상태에서 징역형까지 선고받았다면, 당연히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급여를 줄 의무가 없다. 일을 할 수도 없는 사람에게 월급을 임의로 줬다는 의미인데, 그 급여를 지급한 경영진은 제3자에게 이득을 주고 회사에는 손해를 끼친 것이다. 이건 배임 행위다"라고 설명했다. 
허진민 변호사는 "수감돼 있는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급여가 나간 것은 상당히 이상한 행위이고, 그 자체로 적법하지 않다. 형법에 있는 업무상 배임 또는 횡령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호일보 사측, 조 씨 퇴사 후에도 '경제적 지원 약속' 정황

뉴스타파가 입수한 녹음파일에는 기호일보 사측이 조 씨에게 사업 이권을 챙겨주려 한 정황도 담겨 있다. 기호일보가 개최하는 각종 지역행사와 관련해 조 씨에게 "일감을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출소하고 나서 쉬라고 했어. 2개월 쉬고 난 다음에 상무가 나한테 와서 ‘지금 회사에 있는 것보다 나가서 사업체 차려가지고 우리 회사 일을 받아서 하는 게 더 돈벌이가 낫지 않냐.’ 맞는 말이야. 그런 제안을 하면서 그만두라는 조로 하는 거야. 회사 일을 다 준다니. 내 입장에서 회사 일을 다 준다니 싸울 이유가 없는 거 아니야. 그러고 나서 사표내고.

- 전 기호일보 직원 조 모 씨 녹음파일
다른 녹음파일에서 조 씨는 더욱 구체적으로 "기호일보 상무가 '지금은 코로나19로 행사를 열지 못하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일을 줄 테니 조금만 참고 버티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인천 남동구에 있는 기호일보 사옥. 
기호일보 사측이 퇴사 이후에도 조 씨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오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상황. 한 기호일보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기호일보 사옥에서 조 씨를 봤다"고 증언했다. "몇 달 전 회사 건물 1층에서 조 씨를 봤다. 14층(기호일보 사장실)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봤다. 지난주 회사 옥상에서도 봤다"는 것이다. 

"내가 너 대신 갔어야 되는데"

2018년 '지방 보조금 횡령 사건'에서 한창원 사장과 조 씨는 공범 관계였다. 수감과 출소, 그리고 퇴사 이후까지 이어진 조 씨에 대한 기호일보의 '경제적 지원'을 단순한 선의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허진민 변호사는 "기호일보는 조 씨에게 월급을 줄 게 아니라 소송을 걸어도 모자를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횡령 사건 때 조 씨는 빼돌린 지방 보조금 약 2억 원을 사적으로 사용했고, 기호일보는 조 씨가 사용한 돈을 지자체에 대신 반환해 준 것으로 보인다. 기호일보로선 조 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대신 갚아준 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행위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월급을 줬다. 이건 조 씨가 회사를 대표해서 구속·수감된 것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급여를 준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최종연 변호사도 "결국 범죄를 도와준 대가로 급여를 준 것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기호일보 노동조합 측은 "보조금 횡령 사건의 주범이었던 한창원 사장이 집행유예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고, 한 사장의 지시를 받았던 조 씨는 실형을 받은 사실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창호 기호일보 노조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1심 재판이 끝나고 조ㅇㅇ 국장은 2심을 해요. 항소를 하죠. 그런데 한창원 사장은 항소를 하지 않아요. 조ㅇㅇ 국장의 2심 판결문을 보면 '한창원 사장의 지시에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구가 있어요. 그런 걸 보면 조ㅇㅇ 국장은 자기가 책임져야 할 짐보다 남의 것을 더 많이 진 상태로 감옥을 간 거고. 그거에 대한 보상으로 생활할 수 있게끔 급여도 그대로 유지해주고 퇴사할 때도 위로금을 챙겨주고 또 그 이후에도 회사하고 파트너십을 맺고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그러니까 일감 몰아주기를 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 거죠.

이창호 기자 / 기호일보 노조위원장
녹음파일에서 조 씨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한창원 사장이 조 씨를 향해 "내가 너 대신 감옥에 갔어야 했다"고 말했다는 부분이다.  
나는 그냥 회사에서 ‘너 그만둬’ 잘라도 할 말 없는 사람인데, 나는 범죄인인데. 퇴직금 안 줘도 돼, 범죄인이면. 그런데 범죄인 퇴직금 다 주고 3개월 치 월급 주고. 그렇게까지 했으며 결국에는 사장이 나를 범죄인이 아니라고 판단해준 거 아니야. 엊그제 만나러 회사 갔어. 그랬더니 나한테 뭐라고 그런지 알아 가자마자? ‘ㅇㅇ아, 내가 너 대신 (감옥에) 갔어야 되는데.’

전 기호일보 직원 조 모 씨 녹음파일(일부 내용 편집)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 (출처 : 유튜브 기호TV)

입 다문 기호일보 경영진...노조 "한창원 사장 해명하라"

뉴스타파 취재진은 조 씨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조 씨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조 씨는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사람끼리 싸우라면 내가 싸우겠다. 그런데 (한창원 사장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아닌 사람하고 싸우면 나도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조 씨의 녹음파일 속 주장에 대한 기호일보 경영진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한창원 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A 상무에게 연락했다. A 상무는 "기호일보가 수감 중인 조 씨에게 월급을 주는 등 부당한 금전 지원을 해줬다는 의혹"과 관련된 질문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아래는 A 상무와의 전화통화 내용.  
기자 : 다름이 아니라 조○○ 씨 있잖아요. 감옥 가셨던 분.
A 상무 : 네.
기자 : 감옥에 있을 때 월급 나갔다는 얘기가 있던데. 맞나요?
A 상무 : 하아. 아이고 참. 저기 나중에 통화할게요.
기자 : 그분 퇴직금도 받았다던데. 퇴직금도 받고 나중에 회사 일도 주겠다고 하셨다고 하던데 맞나요?
A 상무 : 누가 그 소리를 해요?
기자 : 출처는 밝힐 수 없고. 하여튼 맞나요? 그런 말이.
A 상무 : 출처를 밝힐 수 없으면, 저도 얘기할 수가 없어요.
기자 : 그러니까 맞나요, 아닌가요. 월급 주셨나요. 안 주셨나요.
A 상무 : 전화 끊을게요. 

뉴스타파 취재진과 기호일보 A 상무 통화 내용
뉴스타파는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에게도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한 사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에도 답하지 않았다. 
이후 취재진은 한 사장을 직접 찾아 나섰고, 지난 7월 21일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인천중부지방노동청에 출석한 한 사장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사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7월 21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인천중부지방노동청에 출석하는 한창원 사장을 만나 입장을 물었다. 한 사장은 답변을 거부한 채 자리를 피했다.  
기호일보 노조는 한창원 사장이 하루빨리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의혹이 사실이라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호 노조위원장은 "경영을 잘못해 생긴 부당해고도 노동위원회에서 잘못된 조치라고 결정이 났고, 편집권 침해도 회사 안팎에서 다 알고 있는 일이다. 이번 문제를 계기로 스스로 물러나는 게 가장 명예롭게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촬영이상찬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