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KBS, MBC 땡전뉴스를 許하라

2012년 09월 07일 06시 43분

<기자>

9월 5일 새벽 1시. KBS 본관. KBS 이사장을 선임하는 회의가 열리고 있는 6층으로 가는 모든 통로는 차단됐습니다.

갑자기 KBS 새 노조 조합원들이 어디론가 뛰어갑니다.

“2층, 2층, 2층으로!”

그들은 이사장 선임을 막 끝내고 본관 1층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여당 추천 이사장들이게 거세게 항의합니다.

“이사들 부끄럽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역사의 죄인이에요! 똑같은 공범이에요, 당신들은. 부끄러운 줄 아세요. 당신들은 범죄자들이에요. 부끄럽지 않습니까.”

[KBS 새노조 조합원]
“이길영씨가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 말씀을 좀 해보세요!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8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이사장 선임 표결 직전 집단으로 퇴장한 야당 추천 이사들을 만났습니다.

[최영묵 KBS 이사]
“무조건 오늘 관철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나온 거는 오늘 이사장을 무조건 선출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판단하는 겁니다.”

이 날 KBS 새 이사장에 선임된 이길영씨는 어떤 인물일까. KBS 새노조와 기자협회 등 8개 직능단체 모두는 이길영씨의 이사장 선임에 반대해 왔습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구악의 재림이다, 이렇게 생각이듭니다. 이길영이라는 사람이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하던 시절 그 시절이 어떤 시절이었냐면 아시죠? 기관원들이 상주하던 시절이었다고. 그리고 우리 보도국이나 다른 부서에 가면 다 보도지침. 그래서 오늘은 이 사안을 이렇게 보도하라, 이거는 이렇게 하고 이 화면은 쓰지 말고... 그 시절에 보도국장을 했던 사람입니다.”

이길영씨 이사장 선임은 KBS 구성원들에게는 80년대 군사독재 시절 땡전뉴스의 악몽을 떠올리게 합니다.

전두환 대통령의 귀국 상황을 전하는 KBS 중계방송. 마치 북한 평양 시내의 퍼레이드를 연상케 합니다. 중계가 끝나면 어김없이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미화하는 대담 프로그램이 이어집니다. 당시 해설위원으로 대담에 나선 이길영씨.

[이길영 해설위원]
“이번 전두환 대통령의 EC 4개국 순방을 우리 경제의 국제화, 그리고 우리 경제를 앞으로 선진국 경제권에 진입시키는 초석을 다지는 하나의 획기적인 계기다. 이렇게 평가가 됩니다.”

이후 보도국장으로 영전합니다. 국사정부 아래 언론을 통제했던 기록. 언론인 개별접촉 보고서입니다. 당시 문공부 공무원들이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 나눈 대화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KBS 보도국장으로 땡전뉴스의 주역이었던 이길영씨도 두 차례 등장합니다.

6.10 민주화 항쟁 다음 날. 이길영씨가 문공부 공무원과 만난 자리. 전날 9시 뉴스 49분 가운데 민정당 행사 뉴스를 27분 내보낸데 대해 민정당 측이 만족을 표현했다는 내용. 그리고 민주화운동 시위의 비디오는 격렬한 것 위주로 편집했다고 말합니다.

@ 당시 KBS 뉴스

“민주정의당이 오늘로써 창당 6돌을 맞았습니다.”

[KBS 9시 김인규 기자]
“지난 6년 전 극심한 사회혼란과 정치적 위기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출범한 민주정의당은 무엇보다 구정치 질서의 청산과 개혁을 위해 새 시대, 새 정치의 기치를 내걸고 새 역사 창조에 나섰습니다.”

당시 정치부 차장이었던 김인규 현 KBS 사장. 그는 전두환 신군부가 만든 민정당을 찬양하는 리포트를 합니다.

이때 보도책임을 맡은 이가 바로 이길영씨입니다.

[이규환 KBS 이사]
“5,6공 때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재임 시 했던 방송에 대해서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했고 소신과 양심에 따라서 방송을 한 것이고,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고,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고. 또 평소에 이전에도 한 점 부끄럼 없다, 언론인으로서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이길영씨에 대한 많은 의혹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 가운데 학력 허위 기재는 사실로 밝혀집니다.

[신경민 국회의원]
“그러면 대학은 언제 나오신 겁니까?”

이길영씨는 국민대학교를 졸업했다고 곳곳에 적어놓았습니다.

[조준상 KBS 이사]
“이길영 이사가 소명자료를 보면 본인 스스로 이력서를 쓴 경우가 거의 없고 그 소명자료 내용에 따르면 다 다른 사람들이 선의에 의해서, 자기 자신을 영입하기 위해서나 또는 어디 자리에 앉히기 위해서 알아서 다 이력서를 써줬다, 라고 하는 거고.

[신경민 국회의원] & [이길영]
“도대체 이게 뒤죽박죽이 돼가지고요. 도대체 중앙농민학교입니까, 국민산업학교입니까, 국민대학입니까. 웹사이트마다 다 다르게 기재를 해놓으셨어요?”
“그래서 제가 졸업을 준비할 때...”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중앙농민학교를 들어가신 거죠?”
“맞습니다.”

그러나 학력위조를 비롯해 도덕성을 심각하게 의심받는 문제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익일영씨는 당초 소문대로 KBS 이사장에 선임됐습니다.

[최영묵 KBS 이사]
“공영방송 KBS, MBC, 그리고 YTN 이쪽은 아마 끝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장악하고 간다, 이런 입장이 거의 최고 권력자의 생각인 것 같고 그것을 따르고 있다, 나머지 권력이... 그리고 사실 박근혜 캠프나 이쪽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이 구조는 MB 정권의 방송 장악이 지속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 구조라고 판단됩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길영씨가 언론계를 떠난 이후 직접 정치에 발을 담궜다는 것입니다. 이씨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김관용 한나라당 경북도지사 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당시 김 후보는 친박 후보였습니다. 그래서 이길영씨 이사 선임 배후에 여당 내 친박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 지적에는 KBS 본부장 출신에 김병호 전 한나라당 의원이 중심에 서 있습니다. 현재 김씨는 박근혜 캠프의 공보단장입니다. 80년대 군사독재 하에 보도국장, 정치부장, 정치차장으로 정권의 나팔수 3인방이었던 이길영, 김병호, 김인규, 이들 세 사람은 25년이 지난 지금 KBS 이사장, KBS 사장, 그리고 박근혜 캠프의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상모 전 MC 방문진 이사]
“뭐 MBC 방문진 이사회든 KBS 이사회든 가능한 한 권력의 입장에 서서 해주기를 바라는 거예요. 다른 사회든 국가든 뭐 다른 문제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아까 얘기한 뭐, 나라의 장래가 어떻고 사회 문제가 어떻고 이건 별 얘기 안 해요. 그저 오로지 선거에서 승리만 하면 되는 거고.”
또 다른 공영방송 MBC의 이사장은 지난 달에 재선임 됐습니다. MBC를 관리 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는 이명박 정부 내내 MBC 장악의 실질적인 기구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사장 김재우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입니다. 그 역시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심각한 하자가 드러났습니다.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입니다.

건설 관련 논문을 쓰면서 6개의 논문을 인용 없이 베껴 쓰고 심지어 신문기사와 인터넷 포털에 나오는 지식백과 내용을 무단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학술단체 협의회에서는 이미 심각한 형태의 표절로 결론 냈습니다.

[배성인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
“정말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하셨더라고요. 뭐냐면 이제 포털 사이트라는 거는 네티즌들이 계속 올려가지고 그걸 나중에 모아서 정리해서 올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거는 학자들도 사실은 포털 사이트에 있는 자료를 그대로 이용 못합니다. 왜냐면 이게 객관적인가, 사실은... 그런 게 있거든요. 그런데 그대로 가져오고. 그 다음 이제 특히 기사 같은 경우는 그 기자의 관점이거든요, 사실은.. 스트레이트이니까. 어떤 분석이 있는 게 아니란 말이죠. 현상을 그대로 나열한 것 뿐인데, 그걸 가져다 자기가 쓴 것처럼 했다는 것은 제가 그 글을 읽어보면서 어쩜 이렇게 글을 기자와 똑같이 썼을까... 뭐 그걸 보면서 굉장히 뭐랄까, 요즘 말로 하면 썩소를 머금었죠.”

그는 어느날 갑자기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에 의해 선임되었습니다. 김재우씨는 평생을 삼성물산 등 건설업계에서 일해 왔으며 언론과는 무관한 인물입니다.

[정상모 전 MBC 방문진 이사]
“제가 듣는 자리에서는 한 번도 언론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가만히 듣기만 하고, 그러니까 언론관이 없다는 거예요, 언론관이... 뭐 틀렸든, 어떻게 됐든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야 그게 언론관 아닙니까? 근데 전혀 그게 없어요. 내가 보기에는 그저 어느 쪽에서든 시키는 대로 그냥 하면 되는 거고 또 김재철 사장을 신임을 한다면 그냥 김재철 사장 하는 대로 그냥 그대로 보내주는 것이 자기 역할이다, 그 정도 생각이에요.”

김재우씨는 청와대가 MBC 내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김우룡 전 이사장의 이른바 청와대 조인트 발언이 사회문제로 불거진 상황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정상모 전 MBC 방문진 이사]
“방문진은 김재철 사장의 경호기구입니다. 관리 감독 기구라고 할 수도 없어요. 그냥 김재철의, 일단 권력에서 김재철 사장은 필요하기 때문에 김재철 사장을 통해서 MBC 경영을 맡긴다, 이런 입장이 존재하는 한 김재철 사장을 방문진은 보호해야 하라 의무가 있다, 뭐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김재우 MBC 방문진 이사장]
(김재철 사장 비리나 법인카드 오남용 의혹이 많이 제기되는데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조사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아니 말씀을 조금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김재철 사장, 이렇게 조사를 하지 않으면 결국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는 것 아닌가요? 이사장님이 김재철 사장을 결국 비호하는 꼴 아니냐. 그 말은 결국 조사권이 있는데 왜 조사를 안 하시는지... 그 부분을 좀 여쭤보려고 하는 거죠.)
“이거 왜 이래! 뭐야 당신. ”
(제가 지금 기자로서 여쭤보는 거지 않습니까. 그렇잖아요. 이사장님. 아니 화를 내지 마시고요.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MBC 사장 관리감독 책임이 있으시잖아요. 법인카드 남용이라든지 J씨 스캔들 이런 부분에 대한 조사를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적합한지 조사를 하시는 게 맞지 않습니까? 관리 감독 있으시잖아요. 그리고 만약에 그거를 조사를 안 한다고 그러면 그 부분은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는 꼴이 아니겠느냐. 비호하는 게 아니냐. 뭐 이런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렇잖아요.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그러면 현재 이사장님은..)
“문 닫아라, 문 닫아라, 여기 들어오면 경찰 불러라.”
(논문 의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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