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 논란' 사건 당사자, "김기현 동생 요구로 30억 계약서 만들었다"
2019년 12월 12일 19시 36분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동생과 ‘30억 계약’을 맺었던 울산 건설업자 김흥태 씨가 재차 해당 계약의 위법성 문제를 “검찰이 경찰보다 먼저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뉴스타파 보도 이후 검찰 관계자가 한 언론 보도를 통해 “경찰보다 먼저 이 사건을 수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서는 “당시 수사를 맡은 강OO 검사와 대질이라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흥태 씨는 제6대 지방선거 직전인 2014년 3월, 당시 유력한 울산시장 후보였던 김기현 전 시장의 동생 김삼현 씨와 ‘30억 용역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다. 계약서 내용의 핵심은 김흥태 씨의 아파트 시행사업을 돕는 조건으로 김삼현 씨가 30억 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김 씨는 지난 12일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당시 계약은 김기현 전 시장의 동생의 제안으로 준비됐고, 김기현 전 시장 형제가 상의했다고 해서 맺은 것이다. 김기현 씨가 울산시장이 된 뒤 사업에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계약서를 맺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른바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자신의 형제들이 연루된 수사가 청와대와 경찰이 ‘짜고 친’ 수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시장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서도 “김기현 뒷조사한다고 계속 소문이 돌더라”며 “청와대에서 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짓밟은, 3.15부정선거에 비견되는 사건”이라며 청와대와 경찰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기현 전 시장의 이런 주장은 최근 30억 계약 당사자인 울산지역 건설업자 김흥태 씨가 뉴스타파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흥태 씨는 제6대 지방선거가 있기 약 3개월 전인 2014년 3월, 울산시장 당선이 유력했던 김기현 씨의 동생 김삼현 씨에게 아파트 사업 관련 편의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30억 원을 지급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던 당사자다. 그는 “김삼현 씨의 업무 능력을 보고 맺은 계약이 아니라, 김기현 전 시장의 힘을 믿고 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그 친구(김삼현)를 보고 맺을 약정서가 절대 아니다. 김기현 씨가 아니면, 절대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계약을 맺었다.)
특히 김흥태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30억 계약’ 사건을 검찰이 경찰보다 먼저 수사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 “김기현 전 시장의 동생 김삼현 씨가 계약을 체결할 때 형과 상의를 마쳤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흥태 씨는 울산 지역에 해당 계약 건과 관련한 소문이 나자 검찰이 자신을 먼저 불렀다고 말했다.
검사님이 저한테 연락이 왔다. 검찰에서 ‘자료를 가지고 방문을 좀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먼저 알고 전화가 와서 검사를 처음 만났다. (검사가) ‘30억 약정서’ 를 가지고 올라오라고 했다.
용역계약서를 맺기 전, 평소 잘 알던 김삼현 씨에게 ‘형(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의논한 뒤 결정하자’고 했다. 김삼현 씨는 곧 ‘형(김기현)과 의논하고 왔다’, ‘형이 (용역계약서 맺는 것을) 승낙했다’고 말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용역계약서가 만들어졌다.
김흥태 씨는 “30억 계약서 초안도 김기현 전 시장의 동생 김삼현 씨가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보여주는 증거를 공개했다. ‘30억 계약’을 맺기 직전 김흥태 씨가 김기현 전 시장의 동생 김삼현 씨와 주고받은 이메일이다. 계약 체결 이틀 전인 2014년 3월 24일 김삼현 씨가 김흥태 씨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용역계약서 초안과 함께 “검토와 수정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30억 원 계약과 관련해 검찰에 불려가 조사까지 받았던 김흥태 씨는 이후 검찰 수사에 진척이 없어 보이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그리고 2017년 하반기 경찰은 이 계약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했지만, 2년여가 지나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그런데 뉴스타파 보도 이후 검찰은 한국일보를 통해 “검찰은 경찰보다 먼저 이 ‘30억 계약’ 사건을 수사한 사실이 없다”의 입장을 내놨다. 뉴스타파는 한국일보에 인용된 검찰 관계자의 주장이 검찰의 공식입장인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검찰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어떤 근거에서 (한국일보가) 썼는지는 저희들은 정확히 모르겠는데요, 울산(지검)에서는 확인해 드린 부분이 없습니다.
뉴스타파는 한국일보 보도 이후 김흥태 씨를 다시 인터뷰했다. 김 씨는 2016년 검찰 수사, 그리고 이듬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과정을 보다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먼저 2016년 울산지검이 ‘30억 계약’ 사건을 수사한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5차례 정도 검찰에 들어가 강OO 검사를 만났고, 자료를 설명했다. 그리고 압수수색이 진행된 후에 정식 고발장을 넣기로 검사와 약속했다. 하지만 강 검사가 최순실 특검에 파견된 이후 사건이 흐지부지됐다.
그리고 2016년 검찰에 제출했던 관련 문서들을 되찾아와 경찰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경찰 수사 의뢰 시점이 검찰 수사 작수 시점 보다 1년 뒤였다는 사실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김흥태 씨의 주장대로라면, 김 씨가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면서 자료를 제출한 시점은 청와대 첩보가 울산경찰청에 전달됐다는 2017년 12월 보다도 5개월 가량 앞선다.
“울산지검에 먼저 낸 문서를 돌려 받아서 2017년도 7월쯤 울산경찰청에 ‘30억 계약서’ 등을 갖다 줬다.
특히 김흥태 씨는 관련 자료를 돌려받는 과정에서 이 사건 관련 ‘검사 의견서’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 때 (울산지검) 담당 수사관이 '경찰로 가시죠?'라고 물었다. 담당 수사관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키가 조그맣고 잘 생겼었다. (자료를) 경찰에 줘야 겠다고 말하자 ‘잘 마무리 하시기바란다’고 했고 그 자리에서 얘기를 좀 나눴다. 그 때 제가 돌려 받을 문서 중에 강모 검사가 작성한 문서가 섞여 있었는데 수사관이 ‘이건 검사님 의견서네’ 하면서 반환 서류에서 뺐다.
김흥태 씨는 만약 검찰이 경찰보다 먼저 ‘30억 계약서’ 사건을 살펴 본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다면, 강 모 검사와 대질 조사를 받을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검사가 오리발을 내 밀 수 있겠지만 여러 각도로 확인해 보면 (내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은) 금방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게 아니라면 저와 그 강 모 검사하고 대질이라도 해야 되지 않겠나. 강 검사님은 한 5번 정도 (조사를) 했기 때문에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찰이 ‘30억 계약’ 사건에 착수하기 1년여 전인 2016년, 울산지검이 이미 이 사건을 수사했다는 김흥태 씨의 주장은 당시 한 언론보도에서도 확인된다. ‘울산시 북구 신천동의 한 아파트 공사 특혜 및 여기에 연루된 고위공무원의 친인척 의혹을 울산지검이 수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2016년 6월 14일자 경상일보 보도다. 김흥태 씨는 “이 기사에 언급된 고위공직자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며, 친인척은 그의 형제인 김삼현, 김종현씨”라고 말했다.
2014년 지방선거 직전 김흥태 씨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동생 김삼현 씨의 ‘30억 계약’ 사건을 검찰이 먼저 수사했는지 여부는 최근 큰 논란이 되고 있는 ‘하명수사’ 의혹을 규명할 핵심 단서이다. 검찰이 먼저 이 사건을 수사하고도 그냥 덮었다는 김흥태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하명수사 의혹이 아닌 검찰의 봐주기 수사, 또는 수사무마 의혹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취재 | 한상진 조원일 강현석 |
촬영 | 최형석 이상찬 |
편집 | 윤석민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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