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9월 6일 MBC. 10여 명의 직원들이 정보컨텐츠실을 찾아가 항의합니다.[차재실 정보콘텐츠 실장] “저는 찍힐 이유가 없어요. 찍지를 마세요. 내가 왜 찍힙니까. 찍지를 마세요.” (조합원들 컴퓨터에 사전 고지 없이 (정보수집 프로그램을) 설치했는데 사전 고지없이 그렇게 막 지우실 거면...) “막 지우진 않아요.” MBC가 직원들의 컴퓨터에 몰래 설치한 것은 뭘까.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로 작성한 개인 메일은 그 내용이 그대로 노출되고 어떤 음식이 좋은지, 지극히 개인적인 메신저의 대화 내용 역시 고스란히 어디론가 보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MBC 9층에 있는 전산실 서버에 저장되고 있습니다. 날짜 별로 일목요연하게 보관돼 있습니다. [차재실 정보콘텐츠 실장] “증거 인멸이 아니라, 증거는 저 서버 안에 다 들어 있어요. 저는 (손을) 전혀 안 대고 있습니다.” (허락 없이 내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아니 그건 제가 회사 일을 한 겁니다.” (그럼 그 일을 회사의 누가 지시했어요? 저는 너무 억울하고 제 와이프 컴퓨터까지 다 털렸는데.) “그 기능 자체가 트로이컷 프로그램이 그 기능 자체가 없어요. 로그 기록 저장하는 게...” 사전 고지도 없이 개인 정보가 수집된 것입니다. 게다가 법적 의무사항인 개인 정보에 대한암호화 작업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누가 열람했는지 파악하는 기본 장치도 마련해놓지 않았습니다. 모두 현행법 위반 사항에 해당됩니다. [차재실 정보콘텐츠 실장] 그래서 내가 개발을 해 달라, 우리 직원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개발을 해 달라, 누가 열어 보던지 간에 로그 기록이 남길 수 있도록 개발을 해달라고 개발 주문을 해놓은 상태에요.“ (기록도 남지 않는다는 것 아시고 계실 텐데.) “전 몰랐어요.” (안 봤다는 걸 어떻게 제가 믿어요? 제 기록을 회사에서 안 봤다는 걸요?) “제가 봤다는 건 어떻게 증명하겠어요?” (그러니까 확인을 하셔야죠, 그럼. ) “그 로그 기록은 전혀 기록되지 않습니다. 트로이컷에 물어보세요. 로그 기록 자체가 안 남아요. 저도 물어봤거든요. ‘제가 열람한 기록이 나오냐’고 하니까 열람한 기록은 어디에도 그런 기능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열람한 기록이 안 나온다고요?) “안 나와요. 안 나옹고요. 좀 찍지 마시라니까요.” MBC 노조의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5월. MBC는 직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에 이른바 트로이안컷으로 불리는 정보수집 프로그램을 설치했습니다. 그 결과 노조사무실 컴퓨터에도 깔리기 시작했고 노조의 모든 컴퓨터 작업과 활동이 낱낱이 기록돼 사측으로 넘어갔습니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 “자료유출 내역을 보면은 그 동안 노동조합에서 공식적으로 기자 회견문, 보도자료를 외부로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노조 상근 집행부끼리 은밀히 주고 받는 메일이라던지, 이런 보안메일까지도 전부 다 회사 자료로 전송이 된 사실을 저희가 확인을 했거든요. 바로 이런 것들은 노동조합이 활동하는 걸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겠다. 노동조합이 추가적으로 활동하는 걸 막아서 노동조합이 도저히 제 역할을 못하게 막겠다. 지금 그 의지밖에 없는 것 같아요.” MBC 사내 게시판에는 항의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개인용 컴퓨터를 감시하는 프로그램을 몰래 배포한 사실에 분노하며 MBC를 기무사령부에 비유했습니다. 자신은 물론 아내가 작성한 디자인 시안과 사업계획서, 거래처와의 내역까지 모두 유출됐다. 남편이 변호사인데 사건 의뢰인과 주고받은 기록도 MBC 전산실로 넘어갔다며 사생활 감시를 비난했습니다. 올해 초까지 피디수첩에서 일했던 임채원 피디. 임피디의 노트북을 확인해봤습니다. 여자친구와의 메신저 대화내용이 고스란히 사측으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임채원 시사교양 PD] (‘어디야’도 있고 여자친구와 사소한 메신저의 내용들..) "그리고 동기들과의 대화 ‘떡볶이 먹으러 갈까’ 뭐 이런 거. 최소한의 인권도 무시한 처사라고 생각을 하고 그 회사 사원들을 회사의 무슨 장비나 이런 걸로 생각하지 않는 이상은 저지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MBC 촬영기자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거실에 설치된 컴퓨터를 확인해 봤습니다. “트루컷 시큐리티.” 역시 사측에서 깔아놓은 정보 수집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송록필 MBC 카메라 기자] “근무 신청을 한다거나 애·경사가 생겨서 휴가를 신청한다거나 그때 이제 접속을 하려고. 아니면 프로그램 뉴스나 제가 하고 있는 2580을 못 봤으면 다시 보고 싶어서 접속을 한단 말이죠. 그럼 저 모르게 깔려 있었던 거죠. 그때 당시에..” 어떻게 집안 컴퓨터까지 프로그램이 깔린 것일까. 집안 컴퓨터를 통해 회사 인트라넷을 연결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프로그램이 설치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송록필 MBC 카메라 기자] “동의도 구하지 않았고 다.” (동의 절차는 전혀 없었던 거죠?) “네. 전혀 몰랐죠. 집 컴퓨터는 거의 집사람이나 아이가 쓰잖아요? 집에서 가족이 쓰는 내용을 누군가 보고 있다거나 아니면 어디에 저장이 된다는 자체가 생활하는 거에 제약을 받기도 하고 무서움을 느낄 수도 있고, 인터넷 사용하는 거나..” 이렇게 회사로 흘러들어간 정보는 어떤 것일까. 지난 6월부터 컴퓨터 조회 기록은 물론 자녀가 게임을 한 사실도 드러납니다. [MBC 직원의 부인] “굉장히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는데, 그 다음에는 살짝 좀 겁이 나는 거예요. ”내가 뭔가를 검색하거나 이래서 내 생각을 읽어서 다른 사람한테 좀, 저희 남편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나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들고..“ 직원 대부분은 이 프로그램이 깔렸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의 용도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습니다. 3개월 동안 직원들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습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문서 유출 방지 솔루션을 설치하나 회사는 많지만 제가 알고 있기로는 알려진 기업들인 경우에는 (프로그램) 설치할 때 일반 직원들에게 알려 주고, 설치된 프로그램이 있다고 알려 주고 있다고 알고 있고요. ‘설치되어 있다, 라는 걸 개인이 모르고 있다’라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죠. 왜냐면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숨김 폴더를 이용하던 시스템에서 본인이 확인을 할 수 없게끔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문제 소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취재팀은 먼저 이진숙 본부장에게 물었습니다. [이진숙 MBC 기획조정본부장] (직원들의 정보수집 프로그램은 임원회의에서 어떤 식으로 결정된 것인가요?) “임원회의에서 결정된 것은 없죠.” (아 그래요?) “임원회의에서 보고는 됐지만.” (임원회의에서 보고가 이루어졌고요.) “예.” (그러면 경영진에서 이 프로그램을 (설치) 하도록 실질적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진 셈인 거네요.) “아니요. 어떤 정보 보안 시스템이든 실무국에서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고 그러면 경영진의 적절한 사내 내부 절차에 따라서 당연히 결재를 받아서 이루어지죠. 그거는...” 이번엔 MBC 김재철 사장을 찾았습니다.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 전 김 사장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김재철 MBC 사장] (죄송하지만 한 가지만 여쭤보려고요.) “저한테 지금 질문을 하는 그런 시간이 아닙니다, 여기는요.” (직원들의 (정보수집) 프로그램 얘기가 나왔는데요.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직원들의 사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불법 아닌가요?) “모시고 가세요.” (불법 아닌가요?) 하지만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한 시간여를 기다린 뒤 공식 행사가 끝나고 다시 질문을 했지만, 김재철 사장은 이리저리 자리를 피할 뿐이었습니다. (개인적 정보까지 수집하는 건 불법적인 행위가 아닌가요?) 김재철 사장은 끝내 아무 말 없이 행사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박주민 변호사] “개인간의 메일을 주고받는다든지, 메신저 같은 것을 이용해서 대화를 하는 것은 통신 비밀 보호법에 의해서 보호받는 대화의 일종으로 분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대화의 양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 내용을 확보한다는 것은 통신 비밀 보호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고, 대화자인 MBC 직원을 포함한 그 상대방의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MBC 노조가 무차별 정보수집 사실을 폭로한지 나흘째인 9월 6일. MBC는 공식적으로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MBC 노조는 회사가 불법 사찰을 시도했다며 김재철 사장과 안광한 부사장 등 경영진 6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또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보관돼 있는 직원들의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삭제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 “자료를 지우건 안 지우건 당신들이 저지른 범죄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를 관계자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박주민 변호사] “실제로 이번 사안은 제가 봤을 때는 지금까지 있었던 사생활 침해 사례 중에서 가장 큰 사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사고는 보관돼 있던 주민등록번호나 이런 것들이 유출되는 그런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그 정도를 넘어서서 자신들의 직원뿐만 아니라, 친족이라든지 친구들의 모든 사생활의 비밀을 무차별하게 수집한 것이기 때문에 그 사안의 심각성은 대단하다고 보이고, 사회를 감시하고 사회를 비판해야 될 언론사가 자행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스스로의 의무를 져버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안을 책임져야 할 김재철 사장. 하지만 지금까지 사과 등 공식적인 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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