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뚫린 ‘국가 방역’
2015년 06월 18일 20시 45분
지난 6월 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메르스 관련 병원명을 전면 공개하면서 “환자들이 단순히 경유한 18개 의료기관은 감염 우려가 없다”고 말한 것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증거가 나왔다.
6월 7일 최경환 부총리는 24곳의 메르스 관련 병원명을 공개하는 발표문을 낭독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환자가 단순히 경유한 18개 의료기관은 감염 우려가 사실상 없는 병원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 이용에는 차질이 없기 때문에 이 점 감안해 주시길 바라고... -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국무총리 대행(6월 7일)
메르스 확진자 경유 병원을 발표한 취지가 해당 병원에 국민들이 접근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확산을 막으려 했던 것이었음을 상기할 때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실제로 바로 다음날인 8일 18개 확진자 경유 병원들 중 여의도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동탄성심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10일엔 평택굿모닝병원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최 부총리의 발언이 사실상 거짓 정보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뉴스타파는 최 부총리를 직접 만나 문제의 발언이 어떤 정보와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는지 물었으나 그는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대변인실을 통해 병원 관련 정보인 만큼 복지부로부터 전달된 내용일 것이라는 대답을 얻었을 뿐이었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복지부에 공식 질의서를 보냈으나 역시 정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 과연 이런 거짓 정보는 어떤 과정을 통해 발표됐던 것일까.
뉴스타파는 최 부총리가 문제의 발언을 할 당시를 촬영한 여러 영상들을 확보해 정밀 분석했다. 그러던 중 수상한 장면이 포착됐다.
문제의 발언 직전 최 부총리 바로 옆에 서 있던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누군가로부터 쪽지 한 장을 넘겨받아 읽더니 곧바로 최 부총리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던 최 부총리는 그 쪽지를 쳐다보더니 문제의 발언을 시작했다.
뉴스타파는 여러 영상 가운데 쪽지 내용을 포착한 영상을 발견했다. 쪽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환자가 단순히 경유한 18개 의료기관은 감염의 우려가 없는 병원입니다. 병원 이용에 차질이 없으니 이 점 감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BH 요청
BH는 Blue House, 즉 청와대의 약칭이다. 최 부총리는 ‘BH의 요청 사항’이 담긴 쪽지 내용을 그대로 읽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청와대 요청이라며 국민의 건강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이 쪽지를 긴급하게 부총리에게 보낸 것일까. 누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중요한 정보를 발표하고 있던 부총리에게 황당한 ‘거짓말’을 하도록 한 것일까.
뉴스타파는 청와대 내 메르스긴급대책반장을 맡고 있는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에게 이에 관해 물었다. 그러나 최 수석은 그 같은 쪽지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한다며 답변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공보라인인 민경욱 대변인에게도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통해 답변을 요청했으나 끝내 연락은 오지 않았다.
메르스 확진자가 경유한 병원을 이용해도 감염 우려가 없다는 대국민 거짓말을 하도록 한 배후가 누구인지 청와대가 스스로 진상을 밝혀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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