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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정보포털 규제의안 검증

2019년 03월 25일 09시 56분

※이 기사는 2019년 1월 뉴스타파 탐사보도 연수에 참가한 연수생들(송해냄, 유하영, 최성식, 홍란)이 실습 과제로 제출한 결과물입니다.

‘기업 죽이기’ 규제가 쏟아져 나온다?

“국회에서 매일 5개 꼴로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다” - 채널A
“20대 국회 출범 후 국회의원 발의로 나온 규제 신설⠂강화 법안은 총 2654건이다” - 뉴스핌

국회에서 일명 ‘기업 죽이기’ 규제 법안을 쏟아낸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정부와 달리 국회는 오히려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1월 16일 채널A는 <대통령 지시에도…하루 5개씩 규제 신설한 국회>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정부가 각종 규제혁신책을 내놓아도 규제법안이 늘고 있어 기업들의 규제혁신 체감도가 낮다”고 전했다. 하루 앞선 15일 뉴스핌은 “규제를 신설 또는 강화하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물밀듯이 쏟아진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외에도 한국경제는 사설을 통해 “국회에 ‘규제의 온상’, ‘법치 파괴자’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아시아경제는 “우리 국회의원들은 그 탁월한 능력을 국민을 통제하는 규제입법에 쏟아내고 있는 듯하다”고 썼다.

“국회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 법안을 쏟아낸다”는 보도의 근거는 무엇일까. 채널A와 뉴스핌, 한국경제, 아시아경제는 모두 ‘규제정보포털’의 의원발의법안(이하 의안) 현황을 인용했다. 규제정보포털은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가 ‘민생중심의 규제개혁’을 위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운영하는 웹사이트다. 채널A 보도일(1월 16일)을 기준으로 규제정보포털에 올라온 규제 법안은 2664개, 규제 조항은 4817개다.

법안 2785건 전수조사, 내용 들여다보니…

 규제정보포털에 올라온 의원발의법안을 들여다보니 보도와 달리 ‘기업 죽이기’ 규제와는 거리가 먼 법안들이 눈에 띄었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법안’, 제품의 전성분 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법안이 규제로 기재돼 있었다. 심지어 각종 산업에 대한 진흥법이나 규제 샌드박스처럼 규제 완화와 관련한 법안도 있었다.

 취재팀은 20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부터 지난 2월 15일까지 규제법령 게시판에 올라온 의안 2785건의 법안을 전수조사해 규제정보포털의 분류 현황을 살폈다. 법안의 △발의 이유 △주요 내용 △규제 정보 △의안 원문을 검토해 1.규제 신설 및 강화(O) 2.단순 개정(D) 3.비규제(X)로 재분류했다. 분류 기준의 타당성은 성균관대학교와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검증받았다.

<취재팀의 법안 재분류 기준>

규제 신설 및 강화
O
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등 영리를 추구하는 주체에게 의무나 책임을 부과하는 법안을 신설 또는 강화하는 경우 규제법안으로 분류했다. 순수하게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법안은 규제로 판단하지 않았다.
단순개정
D
규제에 해당하나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취지 등으로 단순히 개정한 법안을 의미한다.
비규제
X
규제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개정안, 영리행위와 무관한 행위를 규제하는 개정안(형법, 도로교통법 등), 공공기관의 책임을 명시하거나 조직을 개편하는 법안 등을 의미한다.

 조사 결과, 규제정보포털에 기재된 의안의 28%, 786개 법안이 비규제(X)에 해당했다. 채널A는 법안에 포함된 규제 조항수가 하루 평균 5개라고 했지만, 법안수로보면 하루 평균 3개. 여기에서 규제로 분류된 비규제 법안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2.02개의 규제법안이 발의됐다.(채널A와 같이 조항수로만 따지면 채널A 보도 날짜기준 비규제 제외시 규제 조항은 3.8개) 정부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면서 기업에 대한 규제 법안수를 실제보다 부풀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 정부의 규제정보포털에서 규제로 분류된 의원 발의 법안 중 28%가 비규제 법안

‘규제 샌드박스’도 규제법안이다?

 취재팀이 비규제(X)로 분류한 의안 중에는 오히려 기존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개정안이 있었다.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데 근거가 되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안’이 대표적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일정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하는 제도다. 금융위원회가 규제에 구애받지 않게 지원하는 법안이 되레 규제로 등록돼 있는 것이다. 포털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규제 특례를 인정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금융소비자 피해가 예상되거나 금융시장 및 금융질 안정성이 현저히 저해 될 우려 등이 있는 규정은 특례를 인정할 수 없음(안 제11조)’때문에 규제로 분류됐다. 규제 특례가 인정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명시돼 있다는 이유로 규제법안의 탈을 쓰게 된 사례다.

  법안의 내용이 규제신설이나 강화와 거리가 먼 데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항으로 인해 규제 법안으로 분류된 것도 있었다. 작년 8월 발의된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인권재단설립에 관한 법률안’은 기존 재단을 특수법인인 인권재단으로 변경해 재단의 공적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피해자 및 유족을 보호·지원하고 연구 등의 사업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점과 유사명칭 사용금지 조항 등 때문에 규제 법안으로 게시되어 있다.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역시 비슷한 사례다. ‘사실조회에 허위로 회신한 사람 등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처벌조항 때문에 법안의  취지와는 무관하게 규제로 분류됐다. 다른 세월호 관련 법안 3개 역시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처벌조항을 이유로 규제로 분류되어 있다.

 이외에도 경주와 포항 지진 이후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을 설치해 지진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정부로부터 전투근무수당을 미지급받은 월남전 참전군인과 유족을 지원하기 위한 ‘월남전 참전군인의 전투 근무수당 미지급 관련 진상규명 및 전투근무급여금 지급에 관한 특별법안’도 규제 법안으로 기재돼 있다. 동일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과 진상규명위원회의 구성 조건을 명시한 조항 때문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책임 명시나 조직개편 및 운영과 관련한 법안인데 일부 조항 때문에 규제 법안으로  분류된 것이다.

  취재팀은 비규제(X)로 판단되나 규제정보포털에 기재돼 있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에게 사실 확인을 시도했다.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 ‘선원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대표발의한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은 해당 법안에 대해 “국민의 권익신장을 위해 발의한 법안”이라며 “법제처 기준에 따르더라도 규제 법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자유한국당 A의원 역시 자신이 발의한 법안이 규제정보포털에 올라온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해당 법안의 발의 목적에 대해 묻자 A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규제 목적으로 발의한 법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법안도 개혁 대상인가

 규제신설 및 강화(O)로 분류한 의안에서도 단순히 기업 죽이기 규제라고 보기 어려운 법안이 있었다. 다수의 법안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 기본권을 보장 및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최근 강릉의 펜션 사고와 같은 인재(人災)를 방지하기 위해 발의됐다. 숙박업⠂민박사업과 같은 액화석유가스 사용시설에 일산화탄소 탐지기⠂가스누출 경보기 구비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이다. 기존 법안에 누락됐던 한국가스안전공사의 보일러 검사 의무에 대한 법적 근거도 담겨있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광윤 교수는 “국민의 안전을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며 ‘일산화탄소 탐지기 설치’와 같은 내용의 법안을 규제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생리대, 마스크와 같은 물품도 전성분 표시 대상에 포함시키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나 의료기관 종사자의 신규 채용 시 건강검진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마찬가지다. 각각 발암물질 생리대 문제와 신생아실 결핵 감염 사태와 같은 피해를 방지하고자 발의됐다. 참여연대 김주호 팀장은 “규제에는 양면성이 있다”며 “불필요한 규제도 있지만 국민의 생명, 안전, 개인 정보 보호 등 필요한 규제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건 맞고 저건 틀리다?.. 제멋대로인 규제 분류기준

 취재팀은 추가 취재과정에서 규제정보포털의 규제법령 분류기준에 더욱 의구심을 가지게 됐다. 규제정보포털에 등록된 법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만 규제로 분류되지 않은 법안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세월호 특별법을 비롯해 각종 민주화운동 관련 법안들은 동행명령, 위원회나 재단의 명칭 사용 금지 등의 조항을 이유로 규제로 분류됐다. 그러나 ‘장준하 사건 등 진실규명과 정의실현을 위한 과거사청산 특별법안’동행명령, 유사명칭 사용 금지 등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규제로 분류되지 않았다.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001536)은 전기요금 누진세를 1.5배로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했기 때문에 규제로 분류됐다. 하지만 같은 법의 다른 개정안(의안번호 2002548)은 규제로 분류되지 않았다. 두 법안 모두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한 개정안임에도 한 개정안은 규제로, 비슷한 내용을 담은 다른 개정안은 비규제로 분류된 것이다. ‘항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015429)도 마찬가지다. 이 개정안은 항공사업법에 사업정지와 과징금 부과 이유를 추가했다. 동일한 법의 다른 개정안(의안번호 2011415)은 교통약자가 한국수어·통역 서비스 등 교통이용과 관련된 편의를 제공 받도록 하는 규정을 항공사업법에 추가했다. 규제정보포털의 분류 실태로 따지면 두 개정안 모두 ‘규제 강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포털에서는 후자만 찾을 수 있었다.

 규개위는 규제정보포털을 통해 “규제개혁으로 달라진 점은 국민이 바로 알고 체감할 수 있도록 성과를 전달하는 일에도 더욱 힘쓰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규제개혁이 아닌 국민 소통을 바탕으로 한 규제개혁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정확한 정보가 있는 현 상태로는 국민과의 제대로된 소통이 불가능하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홍완식 교수는 “규제정보포털을 통해 국민에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행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는 정확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실수할 수는 있지만 실수를 발견하면 고쳐야 하고, 제공하는 정보에 결함이 있는지 항상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제처와 국무조정실, 포털 책임기관은 어디인가

‘책임 회피 근거’ 된 운영체계

▲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규제 여부 판단 절차

규제정보포털은 규개위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다. 규개위의 사무처리는 국무조정실의 규제조정실에서 담당한다. 규개위의 심사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부입법법안과는 달리 의안은 별도의 심사절차가 없다. 법제처 관계자에 따르면 의원발의 법률안은 법제처 내 담당 부서에서 행정규제기본법 및 ‘자체 기준’ 등에 따라 규제 여부를 판단한다. 규제로 판단된 의안의 목록은 국민참여입법센터와 규제정보포털에 제공된다. 취재팀은 앞서 살펴본 법안들을 가지고 법제처 부대변인이 말한 ‘자체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했으나 “개별 법안별로 판단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규제정보포털의 사무관리 주체는 국무조정실이지만, 의원발의 법안의 규제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법제처다. 이와 같은 규제정보포털 운영 업무의 이원화는 사이트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취재팀이 포털의 의안 분류 기준에 대해 지적하자, 법제처와 국무조정실 관계자 모두 자신은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가 아니라고 했다. 법제처 관계자는 “의안 분류는 우리가 하는 게 맞지만 포털 관련 업무총괄은 국무조정실”이라고 한 반면,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의안을 규제로 분류하는 업무는 우리가 하는 게 아니므로 책임질 수 없는 부분” 이라고 답했다.

‘규제’ 정보포털에 꼭 규제법안만 올려야 되는 건 아니다?

 취재팀은 규제포털의 운영과 법안 분류에 관여하는 법제처와 국무 조정실에 규제 법안의 분류 현황을 지적했다. 법제처 관계자는 “서비스차원에서 제공하는 정보이기 때문에 그곳에(규제정보포털) 반드시 규제인 것만 올라가야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도 “어떤 법안에 규제조항이 있는 지 국민들은 전혀 모르기 때문에 정보 제공을 하는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의무 아니냐고 묻자 “(규제정보포털의 의원발의 법안 게시판이) 문제가 된다면 아예 없애버리면 편하다”고 답했다. “저희가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럽게 이런 지적을 받으면서 굳이 정보제공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문제는 규제정보포털 어디에도 “서비스로 제공되는 정보이니 규제가 아닐 수 있다”고 밝힌 바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은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이기 때문에 규제정보포털에 올라온 의안은 전부 규제 법안이 맞다고 생각하기 쉽다. 규제정보포털의 수치를 인용했던 기자들조차 정부자료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채널A 손영일 기자는 “(규제정보포털에) 나와 있는 수치를 사용한 것인데 처음부터 의안을 그렇게 (분류)한 것에 대해 근원적인 곳(정부)에 문제 삼아야한다”며 가장 믿을 수 있는 건 공공기관의 분류 아니냐고 반문했다. 뉴스핌 기자도 “규제 법안을 2700여개로 분류한 것은 내가 아니라 사이트를 운영하는 정부”라고 답했다. 현실적으로 자료를 전수조사하기 어려운 매체가 많기 때문에 정부자료면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또한 행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민평당 정 의원은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을 위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규제정보포털 사이트의 운영 행태는 자칫 규제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국회로 책임전가 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김 팀장은 “이게(법안이) 정말 규제에 해당하는 것인가에 대한 평가를 면밀히 하지 않고 포털에 올리는 게 아닌가 싶다”며 구체적인 분류 기준없이 법안을 규제로 뭉뚱그린 것에 대해 비판했다.

 한편, 입법부의 발의 현황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홍 교수는 “규제포털의 분류 기준 문제에 앞서 많은 법안이 발의되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국회의원들이 규제의 필요성, 합리성, 효율성을 스스로 체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원발의 법안에 대해서는 왜 규제 심사가 없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연일 규제혁신을 하겠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정부가 운영하는 규제정보포털은 규제법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있다. 부정확한 정부의 정보는 국민에게 혼란을 준다. 잘못된 정부자료를 근거로 한 ‘규제 신설 및 강화 법안이 쌓여간다’, ‘기업죽이기 규제를 찍어낸다’는 식의 언론 보도는 혼란을 가중시킨다. 면밀한 규제 분류를 통해 올바른 공공 정보를 제공하는 행정부의 책임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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