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N]비상계엄 보도에 등장한 ‘충청의 아들 윤’부터 박정희 동상까지

Dec. 09, 2024, 07:18 PM.

이 기사는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연대 협업하는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 회원 매체 ‘뉴스어디'(https://newswhere.org/)가 취재했습니다.(뉴스레터 구독)
  • ‘비상계엄’ 관련 전국 50여 개 지역 언론 1면, 사설 분석
  • 계엄 불법성 언급 없거나 ‘윤 계엄 공감’하고 ‘야당 질타’하는 신문도
  • 사설에 계엄 실패를 ‘본헤드 플레이’’, ‘해프닝’⋯문제의식 안 보인다
  • 대구 달성군 지역구 추경호 ‘표결 방해’ 의혹⋯ 대구 언론에서 안 다뤘다
‘윤석열 내란’을 두고, 이른바 조་중་동은 물론 외신도 “분열적 지도자”(뉴욕타임스), “뻔뻔스러운 쿠데타 시도”(이코노미스트) 같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비상계엄의 불법성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이러한 평가는 더 많아져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이와 배치되는 목소리가 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 이유에 힘을 싣거나,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소극적으로 언급한 보도다. 뜬금없이 ‘충청의 아들 윤(석열)’을 1면 제목에 쓰거나, 내란 국면에 비상계엄을 4차례 발동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1면에 실은 매체도 있다. 
뉴스어디는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50여 개 주요 매체의 1면과 사설을 살펴봤다. 1면과 사설에는 신문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현안과 공식 입장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윤석열의 계엄 발표 다음 날인 12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신문을 분석해 4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검색 서비스 빅카인즈,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보기, 각 매체에서 제공하는 PDF 서비스를 활용했다. 서울 기반 언론사를 제외한 지역 언론을 중점으로 살폈다.

유형1. 비상계엄, 그렇게 잘못한 거니? 

<유형1: ‘비상계엄, 그렇게 잘못한 거니?’>는 비상계엄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1면 보도와 사설이다. 시민에게 총을 겨누고, 집권당의 국회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는데도, 이러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무보도’, 즉 문제가 있으나 보도하지 않는 경우다.  ‘충청의 아들 윤’, ‘야구경기 실책’, ‘해프닝’ 등의 단어나 표현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한 사례도 있다. 

매일신문, 비상계엄 첫 보도서 잘못 지적은 1673자 중  ‘0자’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은 ‘6시간 계엄 상황’이 종료된 4일 <윤, 비상계엄 선포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12월 4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보도했다. 총 1674자, A4 용지 한 장 분량인 이 기사는 윤 대통령의 계엄 긴급 발표 내용을 ‘받아쓰기’만 했다. 기자가 일부 설명을 덧붙이기는 했는데 모두 ‘계엄의 불가피성’에 관한 것이었다.
매일신문 <윤, 비상계엄 선포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12월 4일) 1면 보도.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남발’ 과 예산 삭감 등이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판단해 극단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가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언급하며 대외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의 문제점을 그나마 짚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라고 한 발언을 인용한 16자뿐이다. 

경북도민일보, ‘야구경기 실책’, ‘엉성한 해프닝’ “비판은 일단 차치하자”?

경북도민일보는 사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광풍 그 너머 정치대개조로 가자>(12월 6일)는 ‘윤석열 내란’을 우발적인 실수 정도로 취급했다. “비호할 가치라곤 전혀 없다”라면서도 “야구 경기에서 이해할 수 없는 실책을 뜻하는 ‘본헤드 플레이’”에 빗대고 “엉성하고 어이없는 비상계엄 해프닝”이라고 했다. 
경북도민일보 사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광풍 그 너머 정치대개조로 가자>(12월 6일)
‘본론’은 “해프닝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자”라는 문장 이후에 나오는데, “대통령의 대국민 특별담화에 담긴 ‘문제’ 인식에는 공감할 측면이 없지 않다”라며 대통령 계엄선포문 내용에 동의한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전날인 5일 게재한 사설 <6시간 만에 종료된 ‘서울의 봄’ 현실판>도 비슷하다. “비상계엄 선포 해프닝”이라고 한 뒤, 화살 방향을 야당으로 돌렸다. 더불어민주당이 간첩법 개정안에 반대하니 “반국가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비상계엄 심각성 축소→ 야당 비판’ 구조의 반복이다. 비상계엄이 문제라면서도 ‘해프닝’으로 바꿔버리고, 야당을 더 비판하는 식이다.

충청신문, 맥락 없는 ‘충청의 아들 윤’ 

‘비상계엄, 그렇게 잘못한 거니?’ 마지막 사례는 ‘충청의 아들’을 제목으로 뽑은 충청신문 1면 보도 <‘충청의 아들’ 윤의 운명은?⋯탄핵소추안에 쏠린 눈>(12월 6일)이다. 12월 6일은 비상계엄의 불법 정황이 이미 다수 제기된 때다. 계엄 선포를 위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하는 결정도 정식 지휘 계통을 거치지 않았다고 보이는 증언이 나왔다. 내란 혐의가 이미 충분히 짙은 윤 대통령을 ‘충청의 아들’이라고 지칭한 제목이 나왔다.
충청신문 <‘충청의 아들’ 윤의 운명은?⋯탄핵소추안에 쏠린 눈>(12월 6일) 1면 보도.

유형2. 야당이 더 문제야

<유형2: ‘야당이 더 문제야’>는 비상계엄 주동자들보다 야당이 더 문제라거나 야당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1면 기사나 사설이다. (전체 기사 보기: https://newswhere.org/news/report/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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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박채린(뉴스어디)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