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반달가슴곰 홍보관과 오토 캠핑장, 해양 레포츠 시설 등 탄소 배출 저감과는 관련 없는 사업을 '그린 뉴딜'로 포장해 수백억 원의 예산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가짜 그린 뉴딜 사업에 예산을 배정한 이유를 수차례 물었지만 환경부는 답변하지 않았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그린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국립공원 생태문화교육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지난해부터 추진중이다. 지리산·설악산·계룡산·치악산·한려해상·다도해해상 등 6개 국립공원을 생태문화교육 거점으로 조성해 6만 5천 톤의 탄소 발생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플랫폼 구축 사업은 총 1950억 원 규모. 이 가운데 310억 원은 이미 국립공원공단에 배정됐고, 환경부가 내년 예산안에 사업비 300억 원을 추가 신청하는 등 사업진행 정도에 따라 나머지 예산도 순차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국립공원공단의 플랫폼 구축 사업이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플랫폼 사업 내역을 보면 대부분 토건사업으로 구성됐고, 탄소 발생을 줄이는 효과는 거의 없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그린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국립공원 생태문화교육 플랫폼' 구축 사업에는 치악산국립공원 인근에 제3의 야영장을 신설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
플랫폼 구축사업에는 치악산국립공원에 인접한 강원도 도유지에 750억 원을 들여 제3의 야영장을 만드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사업목적에는 산 정상까지 등반하는 등 고지대 위주의 탐방 문화를 지역사회와 연계한 저지대 생태 관광 촉진을 통해 국립공원의 지속 가능한 운영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나와있다.
공단측이 추정한 사업비는 토지 매입에 450억 원, 야영장 설치에 300억 원 등 모두 750억 원이다. 치악산국립공원안에는 구룡야영장과 금대캠핑장 등 이미 2개의 야영장이 운영중이다. 모두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는 야영장이다.
반달가슴곰 홍보관 신축이 그린 뉴딜?
국립공원공단은 또 152억 원을 들여 지리산국립공원내 건축면적 2,198㎡ 규모의 건물을 신축, 반달가슴곰 홍보관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2023년 12월 완공될 홍보관은 전시실과 강의실 등 교육시설과 함께 반달가슴곰에 대한 연구와 자료를 보관하는 연구시설이 들어선다. 공단측은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에 대한 교육이라든지 홍보 역할을 해주는 그런 거점이 없는 상황에서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달가슴곰 관련 교육시설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국립공원공단 홍보관과 국립생태원 등 공단이 운영하는 시설은 물론 전국 20개 박물관과 동물원 등에서 반달가슴곰을 만날 수 있다. 경남 하동의 베어빌리지에서는 반달가슴곰 먹이 주기 체험도 가능하다.
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지난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반달가슴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많이 증진됐다"며 "현재 필요한 것은 반달가슴곰이 민가에 침입하는 안전 문제라든지, 지역 주민들의 인식 증진 등을 강화하는 소프트웨어인데 수백억 원을 들여 건물을 짓는 이유가 의아하다"고 말했다.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도 우려돼
게다가 홍보관 신축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의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 전남 구례군은 2024년까지 90억 원을 투입해 황전리 일대 2만 4천㎡ 부지에 반달가슴곰 보호소를 만들기로 했다. 구례군은 당초 반달가슴곰 홍보관 신축 부지에서 300여 미터 떨어진 지리산역사문화관에 반달가슴곰 보호소를 만들어 국립공원공단측에 위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공단측의 반대로 무산되자 보호소를 따로 설치해 운영할 방침이다. 구례군과 국립공원공단이 각각 반달가슴곰 체험시설을 만들면 관광객 유치 경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각각의 시설 설치와 운영에 들어갈 수백억 원의 돈은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국립공원내 레포츠 시설 확충도 그린뉴딜 예산으로
국립공원공단이 한려해상국립공원에 만들 해양안전교육센터(사업비 210억 원)와 해양생태교육센터(80억 원)도 그린 뉴딜의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공단측은 경남 사천시 실안관광지에 연면적 4800㎡ 규모의 해양안전교육센터를 새로 짓고, 수영장과 다이빙풀을 만들어 탐방객들을 대상으로 스킨스쿠버 강습을 할 계획이다. 또 센터안에는 1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숙박 및 식당이 설치된다.
공단은 또 80억 원을 들여 경남 통영시 한려해상생태탐방원 인근에 해양생태교육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사우나 시설이나 다름없는 해수 치료실을 설치하고, 카약과 카누를 즐길 수 있는 레포츠 시설도 만든다.
관광 인프라 조성사업이 그린 뉴딜로 포장된 것이다. 뉴스타파는 환경부에 열 번이나 넘게 전화를 걸어 국립공원공단의 생태문화교육 플랫폼 구축사업이 그린 뉴딜사업으로 선정돼 예산을 배정받은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