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실천선언 50년㉕] 자유언론의 길 ‘우리대장 천관우’
2024년 11월 22일 11시 00분
끝내 MBC 김재철 사장의 해임이 부결됐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 이사가 개입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까지 나오고 있지만 관련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 김재철 사장 해임 부결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후보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취재조차 강압적인 방식으로 막는 오만함을 보였습니다.
<기자>
MBC 김채절 사장의 해임을 논의하던 이날. 여권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비슷한 시각 외신 기자회견을 갖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취재팀은 박근혜 후보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후보님, 김재철 사장 해임 막겠다는 보도 김무성 전 의원에게 받으셨나요?)
거듭된 질문에도 대답은 없었습니다.
“죄송한데요. 어디 언론사세요?”
(뉴스타파입니다. 여기 앞에서는 가능하죠.)
“외신 아닌데 이러면 안 되지.”
“OO아! 문 열고 밖으로... 문 닫어, 문 닫어.”
(아니 왜 막으세요.)
박근혜 후보 측은 취재진을 건물 비상계단 바깥으로 쫓아냈습니다.
(놓으세요. 이걸 놓으시라고요.)
“잠시만 나와 보시라고요.”
(왜 끌어 당기세요!)
“잠시만 나와 보시라고요.”
(끌어 당기셨잖아요.)
여성 카메라 감독을 거세게 밀치며 촬영을 방해합니다. 취재진은 이렇게 문에 잠긴 채 격리됐고. 그 사이 박근혜 후보는 건물을 빠져나갔습니다.
(왜 관계가 없어. 이건 기자들이 판단하는 거죠. 왜 관계가 없는 걸 그쪽에서 판단합니까? 기자들이 판단하는 거지. 왜 관계가 없다고 해요. 기자들이 판단하는 거 아닙니까?)
(문 열어주시라고요!)
이정현 공보단장은 못 본 척 지나가고 조윤선 대변인은 조롱하듯 말합니다.
[조윤선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
“오늘 풀로 운영되는 거 모르셨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공영방송 사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여당과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는 중대한 폭로가 나왔지만 취재진은 원천봉쇄 당했습니다.
11월 8일. 이날은 MBC 김재철 사장의 해임을 결정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김광동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
“사장의 문제가 아니고 그게 MBC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사장 해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장이 해임해야 될 상황이 아니다, 라고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김충일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
“전망이라 해봐야 투표를 해봐야지.”
(오늘 만약에 부결됐을 경우에 정치적인 여러 가지가 나올 텐데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 가봅시다.”
(예?)
“가보자구 끝까지. 가보면 나오겠지 뭐. 정치야 정치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혹시 새누리당으로부터 여러 전화는 안 받으셨어요?)
“전혀 안 받았습니다.”
이날 상정된 김재철 사장의 해임 건의안에 담긴 해임 사유는 모두 6개입니다.
[김재철]
“제가 지키겠습니다..”
(어떻게 지킵니까!)
“제가 (MBC의 독립을) 지키겠습니다. 두고 보시면 알 거 아닙니까.”
국민적 합의와 방문진의 동의 없이 MBC 민영화를 추진해 결과적으로 박근혜 후보의 선거운동을 계획했다. 파업 기간 중에 6명을 해고하는 등 비상식적인 중징계를 남발했다. 이 같은 중징계와 보복성 인사로 MBC를 망가뜨렸다. 사내 해킹프로그램을 설치해 전 직원을 사찰했다. 업무상 배임과 개인 비리 의혹으로 도덕성에 문제가 있고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을 무시하며 억지와 괴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이사회 표결 결과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은 부결됐습니다. 방문진 이사 9명 가운데 5명이 반대. 3명이 찬성. 1명은 기권. 결국 야당 추천 이사 3명만이 김재철 해임에 찬성했습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질문은 회피한 채 서둘러 자리를 피했습니다.
[김용철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
(오늘 결과가 어떻습니까? 부결된 겁니까 아니면 어떻게..)
“처장이 아마 얘기할 겁니다.”
(결과가 어떻게 났습니까?)
“내가 얘기할 입장이 아니에요.”
(왜 입장이 아니시죠?)
[김충일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
“표결은 비밀 투표로 했기 때문에 제가 얘기할 수 없어요.”
야당 추천 이사 세 명은 이날 결과를 공영방송 MBC가 완전히 무너진 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김재철 사장의 해임 부결은 반민주적, 반역사적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동규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MBC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으나 좌절된 겁니다. 이유는 딱 한가지입니다. 살아있는 정치권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여당 이사들이 반시대적, 반민주적, 반역사적 그런 결과입니다. 청와대와 여당 압력에 결국 그게(해임안) 저지가 되고 가로막혔던 겁니다.”
[권미혁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권력의 압력으로 인해서, 방문진 이사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노력에 대한 좌절이 권력의 압력에 의해서 되어진 부분에 특히 유감을 표시합니다.”
청와대와 여당의 압력에 가로막혀 김재철 사장의 해임이 좌절됐다는 이 발언.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선동규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느낌으로만 얘기하는 게 아니고 구체적인 것은 취재를 해보시라는 겁니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방문진) 김충일 이사에게 청와대 하금열 대통령 실장과 그리고 박근혜 후보 총괄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무성 위원장이 ”김재철을 지켜라, 김재철을 스테이시켜라“ 라고 하는 전화를 했습니다.”
구체적인 폭로는 이렇게 차관급인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김충일 이사가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계속 조율해왔었습니다. 사실상 김무성, 하금열 두 분의 개입으로 인해서 무너졌고 그 결과가 (10월) 25일 상정되지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폭로의 내용은 어떤 것일까. 지난 10월.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을 중심으로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MBC 정상화를 논의하던 중 김충일 여당 추천 이사가 합의문을 작성해 야당 이사들에게 제시합니다.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이 합의문에는 김재철 사장과 노조의 동반 퇴진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선동규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결의안, 결의문 내용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좀 말씀해 주세요.)
“핵심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김재철 사장과 현 MBC 노조 집행부의 동반 퇴진. 둘째는 쌍방이 그동안 제기했던 고소, 고발 취하. 예. 그 핵심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그 두 가지에 대해서 여당 이사들도 다 동의를 했었던...?)
“다 동의를 한 건 아니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거죠.”
[권미혁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일부 여당 이사들이 동의한 거죠. 이거(합의문 작성)를 추진했던.”
[선동규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동감. 동감을 해가지고.”
특히 이 합의문에는 김충일 이사를 포함해 김재철 사장의 퇴진에 동의하는 이사들의 서명이 담겨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서명 작업을 진행하던 김충일 의사는 더 이상 합의문을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갑자기 기존 태도를 바꿨습니다. 김충일 이사는 특히 방통위 상임위원과 야당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무성 본부장과 하금열 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정말 미안하다.” 라는 내용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개입의 정황증거가 그리고 증인들이 분명히 있고 그리고 그 상황에 있어 김충일 이사가 마지막에 자신의 입장도, 소신도 없이 오로지 자기를 뽑아준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충성하다가... 드러난 사건들이고 자신(김충일 이사)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변명하다가 발언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싶습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지만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은 아예 인터뷰를 거부했고. 관련 당사자로 지목받는 김충일 이사 등 여당 측 이사들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김충일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
(오늘 해임 관련해서 압력 전화 혹시 받으셨어요?)
“무슨, 무슨 소리요 그게?”
(아니 그러니까 새누리당으로부터 혹시 오늘 해임 의견 관련해서... )
“아니 그런 일은 없어.”
[김광동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
(이번 해임안 의결 관련해 가지고 혹시 새누리당으로부터 압력은 좀 받으셨습니까?)
“압력이요?”
(네.)
“무슨 압력을 받아요.”
(혹시 안 받으셨어요? 전화 같은 거 안 받으셨어요?)
“있을 수 없는 얘기에요, 그건.”
(일부에서 그런 지적이 나와서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그 자존심의 문제고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 선대 본부장과 하금열 대통령 실장 역시 취재팀의 전화를 받지 않은 채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무성 본부장은 한 번 김충일 이사를 만나기는 했지만 MBC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취재팀은 박근혜 후보를 찾아 직접 물었습니다.
(후보님 김재철 사장 해임 막겠다는 보도 김무성 전 의원에게 받으셨나요?)
“죄송한데요. 어디 언론사세요?”
(뉴스타파입니다. 후보님 보고 받으셨나요?)
“여기는 외신(기자클럽)입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여기 외신(기자클럽)에서 왜 이러세요?”
“외신기자클럽입니다. 이건 반칙이지..”
“여긴 외신(기자클럽)인데 왜 그래요?”
(여기 앞에서는 가능하죠.)
“외신 아닌데 이러면 안 되지.”
(뭐하세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공식 기자회견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가던 박근혜 후보에게 여러 차례 질문했지만 박근혜 후보는 다변을 회피했고 후보측 경호원들은 취재를 방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로 데리고 가세요?)
“안쪽으로 끌어내. 안쪽으로...”
(어디로? 뭐하시는 거예요? 누구세요?)
“OO아! 문 열고 밖으로...”
(누구세요?)
“직원들만.. 문 닫어, 문 닫어.”
(아니 왜 막으세요. 놓으세요. 이걸 놓으시라고요.)
“잠시만 나와 보시라고요.”
(왜 끌어 당기세요!)
“잠시만 나와 보시라고요.”
(끌어당기셨잖아요.)
“나와 봐요. 문 닫아. 나오세요.”
(아니 왜 끌어 당기시냐고요. 이보세요.)
결국 취재진은 건물 18층 비상계단 바깥으로 쫓겨났습니다.
(뭔데 이렇게 막으시는 건데요? 왜 막으시는 거죠? 왜 못 들어가게 하시죠?)
“아니..”
[이학만 새누리당 선대위 부대변인]
“아무 말씀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씀하지 마시고. 다 찍히니까. 카메라 찍히니까 가만히 계세요. 말씀하지 마시고 돌아서.”
비상계단에서 붙잡힌 채 격리됐습니다. 카메라 촬영은 제지를 받았습니다. 물리력을 동원해 취재를 방해한 것입니다.
[최강욱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다들 여기에서 사장이 적극적으로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인지, 왜 사장 자리에 적합한 것인지, 아무도 얘기하지 못하면서. 모두 다 사장의 능력에 문제가 있다, 라고 인정하면서 다른 이유를 삼아서 사장의 해임을 반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용철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
(김재철 사장 체제로 지금 공영방송이 완전히 망가진 MBC 체제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생각이신가요? 지금의 MBC의 불공정한 보도 행태. 공정성 여부에 대해서 만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이사님들은?)
“다들 판단이 다르지 않겠어요?”
(어떻게 판단이 다르시죠? 이사님 생각을 듣고 싶어서요.)
“됐습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이사가 공영방송 사장의 해임안을 부결시키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구체적인 정황으로까지 제기된 상황. 그 결과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여당의 대선 후보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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