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자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 신안저축은행 등을 매개로 부인 김건희 씨와 ‘삼각 거래’ 의혹이 제기된 사업가들로부터 고액 정치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허위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모 씨와 벤처회사 비마이카 대표 조 모 씨는 지난해 7월,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각각 1천만 원씩, 모두 2천만 원을 후원했다. 이 같은 사실은 뉴스타파가 정보공개를 청구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에서 받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난 1월 뉴스타파는 윤석열 당선자의 장모 최은순 씨에게 잔고증명서를 위조해 준 김 모 씨와 김건희 씨, 그리고 비마이카라는 벤처 기업이 연루된 이른바 ‘삼각 거래’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기사: 김건희와 잔고증명서 위조범의 ‘삼각 거래’ 의혹 ) 허위 잔고증명서 위조범 김 씨가 윤석열 처가의 일을 도와준 대가로 김건희 씨는 비마이카를 돕고, 비마이카는 김 씨에게 수십억 원의 주식 시세 차익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시 윤석열 캠프는 “김건희 씨가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이나 비마이카 사업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윤석열 후보 측, 비공개한 고액 후원자 명단에서 발견된 ‘의혹의 인물들’
중앙선관위가 4월 29일 공개한 윤석열 후보의 고액 후원자 51명 명단에는 ‘잔고증명서 위조범’ 김 씨와 비마이카 대표 조 씨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대선 예비후보 선거운동이 진행되던 지난해 7월 26일, 윤석열 대통령 예비후보자 후원회에 각각 1천만 원씩, 모두 2천만 원을 후원했다. 중앙선관위가 규정한 후원자 1인당 기부 최고 한도를 채운 것이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해 7월 26일 “후원금 모금 하루 만에 후원금 한도액(25억 6,545만 원)을 모두 채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쟁 후보들이 모두 공개한 ‘고액 후원자’ 내역을 대선 전에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 윤석열 대선 캠프는 비공개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고액 후원자 명단은 예민한 개인 정보”라는 답변을 내놨다. (당시 기사: [현장에서] 대선 캠프의 문제적 인사들) 그런데 이번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에서 김 씨와 조 씨가 정치 후원금을 낸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잔고증명서 위조해 준 윤석열 처가 ‘집사’, 최고 한도 1천만 원 후원
김 씨는 최은순 씨의 허위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의 공범으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집행 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잔고증명서 위조의 대가로 '자신이 얻은 경제적 이득은 전혀 없다'고 진술한 바 있다. 금융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그가 처벌의 위험을 알면서도 아무런 대가 없이 위조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 씨가 윤석열 처가에 준 도움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윤석열 처가가 벌인 각종 사업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최은순 씨가 도촌동 부동산 투자로 40억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두는 데는,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차명 부동산을 소개해 준 김 씨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최은순 씨가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재판받은 파주 요양병원 사업과 관련해서도 김 씨는 최 씨와 함께 건물을 보러 다니고 엑스레이 대여 업체를 연결해줬다.
김 씨는 김건희 씨와도 각별한 사이였다. 김 씨는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서울대 EMBA 2기 과정에 김건희 씨와 함께 재학했다. 2012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는 김건희 씨가 대표를 맡고 있던 코바나콘텐츠 감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또 김 씨가 설립한 투자회사인 로버스트인베스트먼트는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대형 사진전의 제작과 투자를 전담하기도 했다. 대학원 동기회와 관련 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친남매'라는 소문이 돌았다.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김건희 씨는 김 씨가 사실상 동업자로 참여한 벤처회사 ‘비마이카’의 사업을 여러 가지로 도운 정황들이 있다. 그리고 김 씨는 비마이카로부터 수십억 원의 주식 시세 차익을 챙겼다.
김건희 씨가 연루된 ‘삼각거래’ 의혹의 중심인물인 김 모씨. 윤석열 후보에게 천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1월 취재 당시, 김 씨를 두 차례 만나 윤석열 처가와의 관계를 물었으나 김 씨는 답변하지 않았다. 고액 후원 명단에서 김 씨의 이름을 발견한 뒤 다시 김 씨가 운영하는 법인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김 씨를 만날 수 없었다.
“2~3번 만났을 뿐”이라더니… 윤석열 후보에 고액 후원
비마이카는 카셰어링 및 고급 외제차 구독서비스를 앞세운 유망 벤처회사다. 비마이카 대표 조 모 씨는 잔고증명서 위조범 김 씨와 2000년대 중·후반 같은 금융회사에 다니다 비슷한 시기 퇴사했고, 이후 다섯 개 벤처회사에 함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는 등 사실상 동업 관계를 맺고 있다.
도이치모터스는 지난 2013년 창업한 지 두 달 밖에 안 된 비마이카의 이벤트에 BMW 차량 50대를 지원했다. 김건희 씨는 알려진 것처럼 도이치모터스의 권오수 회장과 ‘특수 관계’다. 2011년부터 도이치모터스의 비상근 이사로 재직했으며, 김건희 씨 자신도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과 20년 동안 알아 온 사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건희 씨는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진행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전주’로 참여하기도 했다.
김건희 씨가 비마이카를 도와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또 있다. 최은순 씨 소유 건물에 담보 이상의 대출을 해줄 정도로 김건희 씨 집안과 가까웠던 신안저축은행은 사업 초기 비마이카에 거액의 대출을 해줬다. 2013년 창업 당시에는 차량 구매를 위한 종잣돈을 대출해줬고, 이듬해인 2014년 11억 5천만 원, 2015년에는 74억 원을 장기 대출해줬다. 이후 최근 연도까지도 대출은 계속됐다.
김건희 씨는 비마이카 자회사인 ‘비엠씨셀앤바이’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내부 증언에 따르면 잔고증명서 위조범 김 씨의 부탁 때문이었다고 한다. 비마이카는 자사가 운영하던 서울 논현동 소재 카페에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전시 사진을 홍보해 주기도 했다.
이같이 여러 차례 김건희 씨와 잔고증명서 위조범 김 씨로부터 사업적 도움을 받은 비마이카 대표 조 씨는 잔고증명서 위조범 김 씨에게 ‘은혜’를 갚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김 씨는 비마이카와 그 관계자로부터 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최은순-김건희씨 모녀와 허위 잔고위조서를 만든 김씨 그리고 비마이카 사이의 삼각거래
조 씨는 지난 1월, 뉴스타파의 ‘삼각 거래 의혹’ 취재 당시 김건희 씨와 관계를 묻는 질의에 “김건희 씨와는 김 씨의 소개로 2~3번 만난 적이 있을 뿐 어떤 관계라고 말할 것도 없는 관계”라고 답했다.
하지만 조 씨는 ‘아무 관계도 아닌’ 김건희 씨의 배우자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법정 기부 최고 한도인 1천만 원의 후원금을 냈다. 뉴스타파는 과거 김건희 씨로부터 받은 사업적인 도움의 대가로 후원금을 낸 것 아니냐고 질의했지만, 조 씨는 5월 2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