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소비자

“서울우유 문제없다”...공정위는 ‘갑’ 편?

2014년 07월 01일 16시 58분

서울우유가 무상급식 우유 대금을 대리점에 선납하게 한 데 대해 공정위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이른바 ‘갑의 입장에서만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리점 운영 4년 만에 무상 급식 우유 대금 지체 이자 명목으로 2천만 원 넘게 부담하고 계약까지 해지당한 전 서울우유 대리점 점주 한인습 씨는 2012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 대구사무소에 서울우유의 대금 결제 방식이 불공정하다고 신고했다.

공정위는 3개월 만인 2012년 12월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무상 우유 급식 대금 선납을 대리점 측에 강제하는 서울우유 결제방식이었다.

한 씨는 “대구 공정위에서는 무상급식 우유 대금을 대리점에 선납하도록 한 것은 잘못된 부분인 것 같다고 했다”며 “전국적으로 조사를 할 것 같으면 대구 사무소는 인원도 너무 없고 전국적 조사를 하기 불가능하니 서울로 이관시켜 주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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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에서 서울우유에 무상급식분 우유 대금을 내는 데 걸린 기간은 보통 2개월. 한 달 매출 1억 5천만 원 중 2천500만 원 정도가 무상 급식 우유 대금이었던 한인습 씨의 경우 2개월 치 5천만 원 정도를 항상 미수금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구 공정위, ‘서울우유가 계약해지한 건 무혐의’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사건을 1년 6개월 끌다가 계약해지와 무상급식 우유 대금에 대한 지체상금 부과 행위 모두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가 이런 판단을 내린 근거는 ⓵ 대리점이 계약내용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었고 ⓶ 지자체에서 급식 대금 납부가 늦어져서 발생하는 비용을 대리점과 서울우유 중 누가 부담할 지는 당사자 간에 정할 사안이며 ⓷ 지체 상금의 규모가 크지 않아 지나치게 불리한 거래 조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공정위의 결정은 ‘갑과 을’의 관계를 단순히 사인 간의 약정으로 판단해서 나온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벌이지 않은 채 서울우유 본사와 한인습 씨가 운영한 대리점과의 계약 관계만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 씨의 경우처럼 무상급식 우유 대금을 선납해야 하고, 연체할 경우 연 25%의 이자까지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고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대리점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공정위 출신의 로펌 김앤장 직원이 공정위 대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서울우유 대구지점에 대한 조사과정을 물어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김앤장 직원은 당시 서울우유 대구지점 간부과 잘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전화를 받은 사실은 맞지만 청탁이나 압력은 전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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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김앤장 직원은 대구 공정위가 서울우유 사건을 조사할 당시 공정위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진행 상황을 물어보며 “대구에 가면 밥 한번 먹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 불공정 거래사건 관련 대리점 점주를 대리했던 성춘일 변호사는 “서울우유와 대리점 간에 서명한 계약서의 경우 서울우유가 다수의 대리점을 예상하고 미리 마련해 놓은 약관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약관은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그 부분에 대해 부분무효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한 씨와 비슷한 시기에 불공정 혐의를 공정위에 신고했던 이창섭 전국대리점연합회 회장(전 남양유업 대리점 점주)는 “공정위는 남양유업 사태 때와는 전혀 다르게 여론의 관심도가 떨어지니까 일방적으로 회사 편을 들었다”며 “힘의 균형이 전혀 맞지 않는 회사와 대리점 간에 누가 비용을 부담할 지 상의하라고 하면 당연히 비용을 대리점에 떠넘기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2014070104_01 ▲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는 한인습 씨가 신고한 사건을 종결하면서 앞으로 서울우유가 대리점과 계약을 맺을 때 거래 상대방에게 계약 내용을 충분히 설명할 것을 주의 촉구했다.

서울 공정위 “일방적으로 강제된 경우라면 문제될 소지는 있어”

이에 대해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뉴스타파에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무상급식 우유 대금에 대한 지체상금 부과와 관련해 “당사자간 자유의사가 아닌 일방적으로 강제된 경우라면 문제가 될 소지는 있다”며 “거래 상대방에게 계약 내용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제공할 것을 서울우유에 주의 촉구했다”고 해명했다.

우유 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는 학교 우유 급식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현재 우유 시장 점유율 상위 3개 업체 가운데 무상 급식 우유 대금에 대해 지체상금을 부과하는 업체는 서울우유 밖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지난해 5월 남양유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 불거진 뒤 국회에서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이른바 ‘갑질’을 막기 위해 ‘대리점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일명 ‘남양유업방지법’)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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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월 남양유업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던 이창섭 전국대리점연합회 회장은 “공정위가 남양유업과 비슷한 사안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 참고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뉴스타파 질의 답변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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