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

[변화] 배달사고, 산재 조사 받는다.. 노동부 '근로감독 규정' 수정

2020년 02월 10일 18시 00분

고용노동부가 산재사고 조사 지침 중 “교통사고는 생략할 수 있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이로써 배달 노동자의 근무 중 교통사고는 앞으로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근로감독관의 재해 조사를 받게 된다.

그동안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제3장 제26조)은 “교통사고 등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에 기인하지 않은 산재 사고의 경우 근로감독관이 재해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모든 교통사고가 사업주의 잘못 때문에 벌어지는 게 아닌 만큼 모두 조사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조항은 “교통사고의 경우 산재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됐고, 배달 사고 산업재해가 관리 밖 사각지대에 놓이는 이유가 돼왔다.     

지난해 9월 뉴스타파와 프레시안의 공동기획 <배달 죽음>에서 보도한 제주도 김은범(당시 18세) 군 사고는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4월 8일, 무면허 상태였던 김 군은 업주의 지시로 음식배달을 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산재조사를 생략할 수 있다’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을 이유로 감독기관인 노동청은 업주에 대한 산안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지 않았다. 무면허 운전을 시킨 업주는 벌금과 과태료 처분만 받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최근 뉴스타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달 15일자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 중 기존 ‘조사생략 검토 대상’에 들어있던 ‘교통사고’ 부분을 제외했다. 교통사고라 할지라도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지켰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달산재 조사 생략 이유였던 ‘근로감독관 지침’ 변경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소관 노동청과 근로감독관은 집무 규정에 따라 재해 발생 원인 등을 파악하기 위한 재해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교통사고의 경우 ‘사업장 밖’에서 발생한다는 이유로 관행적으로 재해 조사 대상에서 생략돼 왔다.   

기존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 제3장 제26조는 “교통사고, 고혈압 등 개인 지병, 방화 등에 의한 재해로서 재해원인이 사업주의 직접적인 산안법 위반에 기인하지 아니한 것이 명백한 재해의 경우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생략할 수 있다”고 돼있었다. “산안법 위반에 기인하지 않은 것이 명백할 경우에 조사를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이 해당 지침의 취지였지만 ‘교통사고 등’이 이 조항 앞에 붙으면서 ‘교통사고의 경우 재해 조사를 생략’하는 관행이 만들어졌다. 배달 노동자들의 근무 중 교통사고가 산재 조사 대상에서 습관적으로 배제된 이유다.   


지난 2018년 무면허 상태로 배달을 나갔다 사망한 김은범(당시 18세) 군 사망사고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제3장 제26조)이 어떻게 악용돼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당시 소관 노동청이었던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는 은범 군 사고가 산안법 위반 여부에 해당하는지를 조사조차 하지 않았는데, 교통사고는 산재 조사를 하지 않는 관행에 따른 결과였다. 노동청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당시 이 사건을 취재하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교통재해의 경우 (재해) 조사를 생략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산재조사 종결사유서 ‘교통사고’ 제외...배달사고 원칙적 산재조사    

노동부는 지난달 15일자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제3장 26조)의 산재조사 생략 사유에서 ‘교통사고’를 제외했다. 그리고 “고혈압 등 개인 지병, 방화 등에 의한 재해 중 재해원인이 사업주의 산안법 위반에 기인하지 아니한 것이 명백한 재해의 경우 조사를 종결할 수 있다”고 바꿨다.   


노동부 관계자는 “교통사고라고 해서 무조건 재해 조사를 하지 않을 게 아니라 안전 조치가 이행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 규정을 바꿨다”며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기존 문구에서도 방점이 (조항) 앞부분에 나열된 예시가 아니라 뒷부분에 적힌 ‘산안법 위반에 기인하지 않은 게 명백한 경우’에 있는 건데 해석상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아 이번에 문구를 고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안법에서도 ‘배달종사자 안전조치’ 신설

이와 함께 지난 15일자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제77조)와 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제78조)가 신설됐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중 배달 노동자에 대한 안전 조치 규정도 개정이 준비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 관계자는 “제주 은범군 사망 원인이었던 무면허 운전과 관련해 우선 배달앱 사업자의 경우 라이더 채용시 면허 보유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고, 직고용 사업주에 대해서도 면허 보유 여부를 확인하도록 노동부가 관련 조항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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